(100 달러 짜리 백금 동전. public domain image)
오늘 복수의 국내외 언론들이 제이 카니 (Jay Carney) 백악관 대변인 등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서 미국 정부와 재무부가 1 조 달러 백금 동전 (Trillion dollar platinum coin) 을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게 무슨 뜬금 없는 소리인지 설명하기 위해 배경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현행 미 화폐법에 의하면 지폐와 금, 은, 동화에 대한 발행 한도는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 백금 동전에 대해서는 특별한 한도를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얼마든지 고액의 백금 동전을 미 조폐국 (US Mint) 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초 고액 백금 동전은 만들어 진적이 없는데 당연히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조폐국 역시 그런 이유에서 발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이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가 발행할 수 있는 국채의 한도를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미국의 국가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 한도 증액을 놓고 공화 민주 양당이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초고액 백금 동전을 정부가 발행하고 이를 연방 준비 은행 (Federal Reserve Bank FRB) 에 예치한 후 그만큼의 돈을 정부가 빌리는 방식으로 하면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새로운 빚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채 한도 때문에 미 정부 디폴트 같은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고 부채 한도 역시 그 효용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이를 발행하는데 드는 1 조 달러는 어디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부채 입니다. 그래도 아무튼 부채 한도를 피할 수는 있죠.
이 아이디어가 유명해진 것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 (Paul Krugman) 이 다시 이를 거론하면서 부터 였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이전에 나옴) 부채 한도는 이미 법정 한도에 다시 도달했고 예산을 삭감해서 이 균형을 맞추려 드는 공화당과 메디케어와 사회 보장 부분에서 대규모 예산 삭감은 동의할 수 없다는 민주당이 서로 극한 대립을 보일 경우 다시 미국 디폴트가 시장을 흔들게 될 테니 차라리 이런 꼼수를 쓰자는 것이었죠.
이 의견은 처음에는 반 농담처럼 논의되다가 실제로 협상이 제 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해 지면서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미 정치권 안에서까지 논의되었습니다. 사실 정부의 부채 한도를 법으로 정해놓는 국가는 별로 없는데 그 몇 안되는 케이스 가운데 미국이 있습니다. 그 목적이야 정부가 국채를 무제한으로 찍어내는 것을 막고 건전한 재정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순기능 보다 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공화 민주 양당간의 극한 대립으로 오히려 손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워렌 버핏을 비롯해 미 경제계 거물들도 이 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1 조 달러 백금 동전이 해결책이 아니라 아예 부채 한도 같은 걸 없애는 대신 지출은 줄이고 세금을 올려 어떻게든 건전 재정을 확보하려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공화 민주 양당의 의견 차이가 단순한 정책에 대한 차이가 아닌 이념의 차이라고 해야 할 정도 수준이고 지난 2012 년 대선에서 당파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 만큼 그런 식으로 쉽게 합의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튼 백악관과 재무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듯 한 협상 대신 꼼수로 1 조 달러 백금 동전 발행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발행할 경우 이로 인한 공화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다 잘못하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가능서도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부채 한도 조정 협상 시한인 2 월 달까지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이것이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여운은 계속 남아있습니다.
어쨌거나 진짜로 1 조 달러 백금 동전이 나온다면 엄청난 이슈가 될 뻔 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합니다. 진짜 나온다면 이 동전은 박물관 같은데서 엄중한 경비하에 전시도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걸 훔치려는 사람도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액면가 1조 달러 동전이니 말이죠. (훔쳐봐야 거스름 돈을 받거나 그걸로 물건을 살 수 있을 가능성이 0% 지만 아무튼 희귀품으로 소장 가치는 있을 듯 합니다)
(농담이지만 이 분이 새롭게 등장하실지도.... )
참고
애들 소꿉장난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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