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2012 년 마지막 3 개월 (애플의 회계로는 2013 년 1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 매출과 최고 수준 순이익 (그러나 1 년전과 대동소이한) 이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7484196 참고) 그렇다면 주가가 크게 오르진 않더라도 폭락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2013 년 1 월 24일 장 마감에서 애플의 주식은 -12.35% 의 하락을 기록하며 450 달러 선까지 주저앉았습니다. 과연 애플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지난 5 년간 애플의 주가 흐름. Source: google)
애플의 주가는 2010 년에 이르러 200/300 불 한계를 돌파했는데 이는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판매가 늘어나고 아이패드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후 애플은 매 분기 전년 동기 대비 50 - 100 % 판매 신장을 이룩하며 2012 년에는 주당 700 달러를 돌파 IT 업계 역사상 최대 시가 총액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점 대비 주당 250 달러 밑으로 떨어진 셈입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는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애플의 매출 총이익 (Gross Margin) 이 4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사실 매출 총이익이 40 - 50% 선인 제조업체라는 게 그렇게 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독보적인 마진율 덕에 애플은 엄청난 수익이 남는 장사를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즉 물건을 원가에 비해 아주 비싸게 팔아서 장사를 아주 짭짤하게 해왔다는 것이죠.
사실 이점은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2012 년 4분기 (애플의 회계로는 2013 Q1) 에도 545 억 달러 매출에 131 억달러 순이익을 올렸는데, 매출대 순익 비율이 20% 가 넘는 것이며 제조 업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1 년전과 비교시 떨어진 비율입니다. 1 년전에는 매출이 지금보다 18% 적었는데 순이익은 비슷했기 때문이죠. 이부분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매출은 늘었는데 순이익이 늘지 않았다면 뭔가 1 년 전보다 장사를 잘했다고 말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주요 이유는 아이패드 미니 덕분인데 아이패드 미니가 비교적 원가에 보다 근접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 덕분에 마진율이 줄어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애플의 마진율은 2011 년 4분기에 44.68% 에서 2012 년 4 분기 (회계상 1 분기)에 38.63% 로 감소했으며 2013 년 1 분기 (회계상 2 분기) 에는 37.5 - 38.5 % 사이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는 1 년전의 47.4% 에서 감소한 것으로 아마 다시 40% 이상 수준으로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투자자가 실망할 이유를 뽑으라면 역시 매출과 순이익의 급성장이 둔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2011 년 4분기 (회계상 2012 년 1Q ) 실적은 매출은 73.2%, 순이익은 117.6%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2012 년 4 분기 (회계상 2013 년 1Q) 실적은 매출은 18%, 순이익은 제자리였습니다. 이것은 애플의 급성장이 이제 둔화되었다는 증거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미래 애플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투자를 했는데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주식을 처분하려 들 것이고 그렇다면 주가는 폭락하겠죠.
실제 애플은 2013 년 회계 년도 (즉 2012 년 10월 - 2013 년 9월) 예상 매출을 1890 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200 조원에 근접하는 엄청난 매출이지만 2012 년 매출 1565 억 달러에 비해 별로 크게 증가한 수치는 아닙니다. 2009 년 이후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은 급격한 증가를 보였고 4 년만에 매출은 거의 4 배, 순이익은 5 배나 증가했지만 이 폭발적인 증가세가 이제는 주춤해지는 시점입니다.
(애플의 지난 4 년간 실적. 클릭하면 원본 Source : 구글)
시점을 되돌려서 애플의 주가가 주당 600 달러, 700 달러를 넘어설 때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는 700 달러 이상이거나 심지어 1000 달러 까지 내다본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이는 애플의 실적이 매년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주식은 그에 비례해서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생긴 관성이었습니다. 이 관성을 믿고 지나치게 많은 자금이 몰렸기에 결국 거품이 형성되었다는 생각을 지금 할 수 있습니다. (사실 5 - 6 개월 전에는 저도 못했던 생각입니다. 뭐 애플 주식을 사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말이죠)
흔한 격언중에 과거 실적이 미래 실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나는 이야기고 그 시점에서는 이때까지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는 의견이 더 대세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급성장하는 산업이나 혹은 회사에 결국 버블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닷컴 버블이 그랬다고 할 수 있겠죠. 더 오래전에는 철강, 철도, 석유, 자동차, 컴퓨터에서 이런 비슷한 버블이 형성된 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수는 유한한데 상품 판매가 무한히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초기의 급성장 시기는 지나고 성장세가 둔화되겠죠. 마치 청소년기에는 키가 빨리 커지다가 성인에 이르면 키가 더이상 크지 않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키가 더 이상 크지 않는다고 그 성인이 죽을 때가 다 된 것은 아니죠. 그냥 어른이 된 것입니다. 새로 생긴 산업이나 회사도 결국은 성숙 단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도 인간과는 달리 산업은 점점 성장하기는 합니다. 다만 그 속도는 초기에 비해 둔화됩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그런 모양을 취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기기 시장은 보급 초기 단계에서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경험했습니다. 애플은 그 가운데 가장 큰 수익을 냈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포화상태가 되고 이제 선진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스마트폰 아닌 휴대폰을 구하기가 힘들어진 상태에서도 폭발적 성장세가 유지될 수는 없겠죠. 신흥국을 중심으로 더 시장이 커지긴 하겠지만 과거 처럼 폭발적일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애플의 경이적인 성장 역시 이제는 더 가능하지 않은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장이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지 국내 언론 보도처럼 애플이 망할 시점이 된 것은 아니라고 하겠죠. 적어도 아직은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난 분기까지는 순이익 1 위 IT 기업으로 자리를 계속 지켰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투자자는 실망할 수 있고 주식은 폭락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과거 같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를 했기 때문이겠죠.
지금와서 생각하건데 애플 시총이 MS 나 인텔보다, 구글 보다 더 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MS, 인텔, 구글을 합친 것보다 더 크고 삼성 전자의 몇배에 달한다는 것은 솔직히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저도 생각 못했던 일이었지만) IT 기업 중에 순이익이 가장 큰 편이니 가장 주가가 높을 수야 있어도 이렇게 앞도적으로 높았던 이유는 아마도 앞에서 이야기 했던 대로 애플의 실적이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 근거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은 슬슬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이 성숙단계에 이른 시장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안드로이드 역시 기존의 문제점을 상당수 극복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누가 승리하던 과거 같은 엄청난 마진율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독점 기업이 아닌 다음에 말이죠.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 필수품이 되었고 과거 처럼 더 이상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당연한 물건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 TV, PC 가 그러했듯이 대부분의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에서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애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과거의 실적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만큼 미래에는 닌텐도나 노키아, 소니 처럼 잘나가다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오늘날 벤츠나 BMW 처럼 성숙된 시장에서도 장기간 잘 살아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도 있겠죠.
한가지 참조가 될 부분은 오랜 기간 애플의 적수로 불린 MS 와의 비교입니다. MS 역시 한때 시가 총액이 6000 억 달러를 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엄청난 거품이었고 지금은 그 몇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죠. 사실 10 년이 넘는 기간을 고려하면 (즉 인플레율을 고려하면) 10 여년 전에 비해 MS 의 주가는 1/3 이하 수준도 안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MS 가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매출과 순이익은 10 년전 보다 훨씬 커졌고 MS 의 제품은 그 때 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윈도우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순 없기 때문이죠. MS 가 비록 지금은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하긴 하지만 그래도 쉽게 망할 걸로 예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누적 5 억대 이상 iOS 기기를 판매해서 상당한 유저수를 확보한 애플도 MS 처럼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수억에 달하는 유저층을 확보해 쉽게 망하진 않으리란 추정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야후처럼 되는 경우인데 한때 지금이 구글 같던 기업이 이제는 시대에 경쟁에 뒤처지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90 년대 애플이 그랬던 것 처럼 다시 이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죠. 다만 국내 언론에서는 이미 이렇게 된지 오래입니다. 제가 비판하는 건 이와 같은 사실 왜곡입니다.
국내 언론에 애플에 대한 편파 보도에 대해서 저는 지금까지 많은 질타를 해왔는데 이는 편파적인 시각에 대한 비판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계속 잘나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시 여기서 말하면 솔직히 이전에 말했던 것 처럼 '최고에 자리에 올라가긴 어려워도 내려가긴 쉬우며 몰락하는 건 진짜 한순간이고 (애플을 포함해) 누구도 예외는 없다' 라고 언급하고 싶습니다. 중간 중간 애플도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이 길어졌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애플의 기하급수적 성장은 이제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애플의 파산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가는 조정을 받을 것이다.
- 주가가 경이적으로 상승하고 놀라운 실적이 몇년간 연속으로 보고되면 누구나 이것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된다. 애널리스트이든 일반인이든 필자같은 그냥 주식도 안하는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오르막 길만 있을 순 없다. 어쩌면 애플은 주가가 폭락하는 게 아니라 이제 정상화 되는 단계일지도 모른다.
- 애플의 미래는 장담하긴 힘들지만 이미 수억에 달하는 iOS 및 앱스토어, 아이튠즈 유저층 덕분에 어느 정도는 산술 급수적 성장을 유지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슬슬 성숙 단계이고 주된 경쟁자인 안드로이드는 과거의 단점을 상당수 극복했다. 애플의 미래가 꼭 장미빛은 아닐 수도 있다.
- 애널리스트도, IT 전문가도, 일반인도 (그리고 일반인 범주에 속하는 필자도) 미래는 알기 힘들다.
- 필자라면 국내 언론들의 기사를 100% 믿지 않을 것이다. 해외 언론이 항상 옳다는 뜻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편파 보도를 하는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편파보도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분명 그런 악의적 기사들이 상당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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