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PLOS ONE)
현대의 동물들이 그렇듯이 공룡 역시 평온한 삶만 살아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의 화석에서 수많은 골절과 외상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최근 필 센터(Phil Senter)를 비롯한 고생물학자들이 1942년에 발견된 공룡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 wetherilli)의 화석에서 적어도 8개의 뼈 이상을 찾아냈습니다.
이 공룡은 머리에 독특한 벼슬이 있는 공룡으로 몸길이는 6m 정도 되는 수각류 공룡입니다. 1억 9천만년에서 1억 8,300만년 전 쥐라기 초기에 번성한 원시적인 육식 공룡으로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빨과 두개골 골격으로 봤을때 큰 공룡을 사냥하기보다는 작은 먹이를 잡아 먹었던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딜로포사우루스의 화석을 분석한 고생물학자들은 이 공룡에서
- 좌측 견갑골(어깨뼈) 골절
- 좌측 요골 골절
- 좌측 척골 감염
- 좌측 엄지 손톱 감염 손상 2 곳
- 우측 상완골 골절 및 osteodysplasia 2곳
등을 발견했습니다.
이 점을 미뤄보면 이 공룡이 여러 번 골절과 감염, 그리고 외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몸이 성한 데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 당시에는 이런 식의 골절이나 외상은 매우 흔했을 것입니다. 새끼일때 위험에 노출되거나 혹은 성체가 되었을때도 다른 육식 공룡이나 같은 종끼리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니까요.
연구팀은 이 공룡이 가진 대부분의 외상이 한 번의 큰 싸움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다 자라기 전에 다른 육식 공룡에 잡아먹힐 뻔 했는지 혹은 큰 사냥감을 노리다가 한 번 치명적인 외상을 입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육식 공룡이 크게 다칠 정도면 꽤 큰 충격을 입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육식 공룡의 삶도 결코 편하지 않았던 것이죠.
1억 9천만년 전 쥐라기 공룡도 오늘의 우리처럼 험난한 삶을 살았지만, 그럼에도 이 외상에서 회복되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공룡이 죽은 것은 외상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였으며 최소한 몇 달 이상 회복한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시련은 겪었지만, 이 화석의 주인공은 1억 9천만년 전 쥐라기의 세상에서 다시 일어나 삶을 누렸던 것입니다. 어쩌면 쥐라기나 지금이 삶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Phil Senter et al. Record-Breaking Pain: The Largest Number and Variety of Forelimb Bone Maladies in a Theropod Dinosaur, PLOS ONE (2016). DOI: 10.1371/journal.pone.014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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