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100년만에 중력파 검증에 성공하다



(An aerial view of the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 detector in Livingston, Louisiana. LIGO has two detectors: one in Livingston and the other in Hanaford, Washington. LIGO is funded by NSF; Caltech and MIT conceived, built and operate the laboratories. Credit: LIGO Laboratory)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1915년 이후 과학자들은 이론에서 예언된 중력파를 검증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문제는 중력파가 시공간을 비트는 정도가 너무 미약해서 이를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블랙홀처럼 거대한 질량을 가진 천체가 서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중력파의 변동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력파의 크기는 매우 미미해서 극도로 정밀한 기기를 통해서도 검출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몇 차례 중력파로 의심되는 증거를 잡았지만, 사실 아닌 것으로 드러난 사례들이 있었죠. 




 중력파 검출을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미국의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 detector)는 현지 시각으로 2015년 9월 14일 오전 5시 51분 중력파로 생각되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측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장치는 동일한 장치를 루애지나 리빙스톤과 위싱턴 핸포드 두 장소에 3000km 정도 떨어져 설치해 중력파를 검증합니다. (물론 두 장소에 설치하므로써 오류를 막고 중력파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음. 이번에는 7ms, 즉 0.007초 차이 를 발견했음 ) 




(동영상) 


(Two black holes colliding far out in space have produced gravity waves that have been detected by super-sensitive equipment on Earth for the very first time
(Credit: Caltech))



(A chart showing the signals that confirm the detection of gravity waves for the very first time
(Credit: Caltech))


 이번에 발견한 중력파의 기원은 13억 광년 떨어진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대략 태양 질량의 29배와 36배 정도 되는 질량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시켰고 LIGO가 그것을 검출한 것이죠. 이 블랙홀 충돌에서 발생되는 중력파 에너지는 매우 짧은 시간동안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에너지보다 50배나 밝았습니다. 대략 태양 질량의 3배 정도 되는 질량이 한순간에 중력파로 방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번 충돌에서 나온 중력파는 대부분 충돌 직전 0.15초에 방출된 것이며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표준편차 5.1 이상으로 우연히 가짜 신호가 잡혔을 가능성은 500만분의 1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중력파에도 불구하고 13억 광년이라는 거리를 지나면서 그 강도가 매우 약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검출이 간단했던 것은 아닙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사실 이 중력파의 진폭은 가장 클때도 10의 -21승 수준으로 1광년 길이로 환산하면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시공간의 변화에 해당합니다. 


 이를 검출하기 위해서 LIGO는 4km에 달하는 긴 통로에 L 자 모양으로 생긴 레이저 간섭계를 설치해서 레이저 빔이 반사되어 돌아오는 경로를 측정합니다. 만약 우리가 있는 시공간이 중력파의 영향으로 비틀리면 그 진동을 검출하는 것이죠. LIGO의 정밀도는 10의 -19승 미터, 그러니까 양성자의 1만분의 1의 차이도 검출이 가능합니다. 


(A technician works on one of LIGO's optics. At each observatory, the 2 1/2-mile long L-shaped LIGO interferometer uses laser light split into two beams that travel back and forth down the arms. The beams are used to monitor the distance between mirrors precisely positioned at the ends of the arms. According to Einstein's theory, the distance between the mirrors will change when a gravitational wave passed by the detector. Credit: LIGO Laboratory


 이번 관측 결과를 통해서 과학자들은 이론적으로 예언된 중력파의 존재를 찾아낸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천체 물리학 발전에서 중요한 관측 방법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즉 거대 블랙홀의 충돌을 망원경이 아니라 중력파 검출기로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주에서 블랙홀의 충돌은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발생하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면 은하 중심 거대 블랙홀의 충돌 같은 극적인 사건이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고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 중력파 천문학 같은 새로운 학문의 등장도 가능합니다.  


 중력파 검출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통해서 많은 사실들을 검증하고 알아내게 될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