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Maliz Ong/public domain )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이야기는 수십년 전만 해도 생소하게 들렸지만, 현재는 친숙하게 다가오는 개념입니다. 사실 니코틴이나 알코올 중독 이상으로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입맛은 패스트푸드 같은 고지방 고열량 식사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길들여진 정도가 아니라 이것 없이는 도저히 못살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과거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 살 때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는 특징은 분명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을 것입니다. 충분한 열량을 확보하는지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고, 이런 열량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뇌에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고열량 식품이 넘처나는 시대에는 이것이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이죠. 비만은 물론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상당히 심각한 보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단음식, 기름진 음식은 굳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먹을 때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보상이 과도하게 작용해서 도저히 식탐을 멈출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그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단지 개인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중독과 보상이 이뤄지는 생물학적 이유가 분명있기 때문입니다.
이 메카니즘을 더 상세히 규명하기 위해 캐나다 캘가리 대학과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Calgary and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연구자들은 쥐를 이용한 신경 모델을 연구했습니다.
뇌의 중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위로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 있는 중변연 도파민 시스템(mesolimbic dopaminergic system)의 역할은 그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인간에게 쾌감을 줘서 반복행동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중독 행동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 복측 피개 영역 (ventral tegmental area (VTA))의 도파민 신경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물 중독 뿐 아니라 도박 중독같은 행위 중독도 여기에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나 물질에 노출되면 쾌감을 줘서 반복해서 행동을 하게 하고 하지 못하면 금단 증상을 일으키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고지방/고당분 식이를 한 쥐에서 이 도파민 신경세포(dopamin neuron)의 흥분은 24시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이전과 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 비슷한 음식을 찾게되는 것이죠. 동시에 이 신경이 이런 음식에 노출되면 글루타메이트(glutamate)가 분비되는 장소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작용은 인슐린과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더 상세한 메카니즘을 밝혀야 하겠지만, 이와 같은 연구가 앞으로 비만 치료에서 중요한 기전을 밝힐수도 있습니다. 탄수화물 중독을 비롯해서 달고 기름진 음식에 중독되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약물치료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한 의지로 이런 음식을 끊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비만 환자를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억제 약물이 개발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행위 중독 및 약물 중독의 치료까지 응용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Consumption of palatable food primes food approach behavior by rapidly increasing synaptic density in the VTA. PNAS 2016 ; published ahead of print February 16, 2016, DOI: 10.1073/pnas.151572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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