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473 - 굿바이 필레



(Artist's impression of Philae landed on 67P (Credit: ESA/ATG medialab))


 작년에 잠시 교신이 회복되었던 필레의 복구가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입니다. 오랬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했던 결과지만 아쉬운 일입니다. 


 2014년 11월 15일 역사적인 혜성 착륙 직후 착륙선 필레는 혜성의 틈세 지형에 갖혀 예상과는 다르게 태양광 패널에서 에너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다 보내지 못한 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6월 13일 다시 배터리가 충전되어 2분간 메세지를 보내왔지만, 다시 7월에는 동면모드로 돌아갔습니다.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할만큼 태양에너지를 받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태양빛이 비추는 공간이기만 했어도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해서 다시 데이터를 보내왔을텐데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필레의 착륙 과정.  ESA graphic highlighting Philae's journey across the surface of 67P
(Credit: ESA/Data: Auster et al. (2015)/Comet image: 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착륙과정 시뮬레이션 영상) 


 이후 유럽 우주국은 여러 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습니다. 2016년 1월에도 마지막 교신을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죠. 이 정도면 이제는 필레를 보내 줄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유럽 우주국의 마크 맥코그린 (Mark McCaughrean)은 필레가 사실상 죽거나 부서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AFP 연합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견해를 밝혔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혜성 67P가 태양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시 재충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극적으로 교신에 성공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순 없지만, 사실상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 상황입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스티븐 울라멕 (Stephan Ulamec, Philae project manager at the German Aerospace Center, DLR) 역시 가능성이 0에 가까워졌다(close to zero)고 언급했습니다. 


 과연 필레가 혜성의 표면층을 드릴로 뚫고 코어 샘플을 채취했는지,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있는지는 이제 알 수 없는 일이 되버렸습니다. 하지만 로제타 미션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에 전체 탐사 프로젝트는 많은 것을 성취한 상태입니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겠죠. 앞으로 새로운 임무를 통해 혜성과 태양계 생성의 비밀이 밝혀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