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arvester ants. Foragers are marked with an identifying color. Credit: Becca Nelson)
개미는 우리에게 부지런함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생각보다 많은 개미가 일하지 않고 놀고 있습니다. 먹이를 찾거나 개미굴을 수리하는 등 필수적인 업무는 최소화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외적의 침입이나 자연 재해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군집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개미는 여분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많게는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개미가 어떻게 중앙의 통제도 없이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지 입니다. 과학자들은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다니엘 프리드만(Daniel Friedman)은 개미의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이 그 비밀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통해 검증했습니다. 애리조나 사막 지대에 사는 레드 하베스터 개미 (red harvester ants)는 매우 건조한 기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먹이를 구한다고 사막을 헤메다가 군집의 귀한 자원인 일개미들을 잃거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할 수 있는 것이죠. 과연 이들은 어떻게 나가서 먹이를 찾아야겠다고 결정하고 몇 마리나 나갈지 판단하는 것일까요?
연구팀은 이를 알기 위해 건조한 기후에서도 먹이를 구하는 군집의 개미를 잡아 조사했습니다. 뇌에서 RNA 발현을 분석한 결과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제 개미를 잡아 머리에 페인트를 칠한 후 도파민 주입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행동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도파민을 투여한 실험군에서 먹이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도파민의 길항 물질인 3-iodo-tyrosine을 투여해 개미가 반대로 행동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도파만 하나만이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 더 복잡한 메카니즘이 없다면 엉뚱하게 열심히 일하거나 모두 일하지 않아 군집이 붕괴될 것입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도파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뇌에서 작동하는지, 다른 신경 전달 물질이 있는지 계속 연구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사람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면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서로 도파민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들게 만드는 연구 같습니다.
참고
iScience, Friedman et al.: "The role of dopamine in the collective regulation of foraging in harvester ants" https://www.cell.com/iscience/fulltext/S2589-0042(18)30136-6 , DOI: 10.1016/j.isci.2018.0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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