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광우병 관련한 촛불 시위 때 (당시엔 블로그를 하진 않아서 특별한 포스트를 남기진 않았지만) 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소 해면 뇌상증, 광우병으로 더 잘 알려짐) 및 CJD (Creutzfeldt - Jakob Disease) 에 대해서 이런 저런 공부를 꽤 많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진행되는 BSE 에 대한 조사 (BSE Ongoing Surveillance plan) 를 생각하면 대대적인 BSE 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2004년 6월에서 2006 년 8월 사이에 검출된 3 케이스의 BSE 외에도 결국은 추가 적인 케이스가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2012 년 4월 23일에 캘리포니아 젖소에서 1 케이스가 더 추가로 증명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미 농무부 (USDA) 는 매우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일단 유럽 연합 및 일본 당국은 미국의 검역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초기 대응을 밝혔습니다. 아마도 추가적인 BSE 케이스가 대거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런 조치는 타당해 보입니다.
한국의 대응은 다소 어색한데 일단 판매 중단을 고려하는 듯 했다가 현재는 수입 금지를 할만한 이유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규용 농림 수산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에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 언론 및 여론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향후 변화 가능성도 있어는 보입니다. 참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 117 개 국 가운데 수입 금지를 선언한 유일한 국가는 인도네시아 입니다. 인도네시아가 금지한 것은 품목인 뼈가 속한 고기와 내장등이고 살코기는 그대로 수입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다른 선진국이나 기타 개도국에서 수입 금지 조치가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왜 그런지 설명하려고 하면 사실 꽤 긴 내용이 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하겠지만 (아마도 광우병 및 크로이츠펠트 야콥 질환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재 포스트로 설명드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지금으로썬 이 BSE, 즉 광우병 케이스가 1/100만 이하의 빈도로 생기는 atypical BSE 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프리온 (Prion) 과 관련된 대표적 인간의 뇌질환인 CJD 는 1/100 만 케이스 정도로 극도로 드문 질환입니다. 그리고 다른 포유동물 (현재까지 양, 소, 사슴, 고양이 등에서 확인) 에서도 CJD 과 같은 종류의 프리온 질환이 발견되며 이를 TSE (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이라고 명명합니다.
다만 양에서 발생되는 스크래피 (Scrapie) 는 이보다 더 흔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사실 이 양들을 이용해서 만든 소 사료를 통해 지난 80 - 90 년대 영국에서 대규모 광우병 파동이 발생해 BSE 가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세를 탄 이유는 당시 도축된 46 만 - 48.2 만 마리의 소가 food chain 을 타고 인간에게 전파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발생한 vCJD (variant Creutzfelt - Jakob Disease) 는 이 때 당시 도축된 소에 노출된 인구 집단에서 발병했습니다.
당시 적어도 수백만명이 노출되었고 2010 년 3월 까지 영국에서 169 건, 프랑스에서 25 건 (프랑스에 영국 쇠고기가 많이 수출되었고 양국간 교류가 활발했음) 을 포함 215 건의 vCJD 가 전세계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계속 신규환자가 생기는 만큼 이 사태는 현재에도 진행형이긴 하지만 노출된 인구 집단에 비해 발병자 수는 아직까지는 꽤 적은 축에 속합니다. 최근의 통계적 추산은 미래에 총 400 - 1000 명 사이의 추가 환자가 더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프리온 질환은 50 년 이후에도 생길 수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감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광우병 파동에서 당시 정작 스크래피와 연관된 광우병의 영향을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도 BSE 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환기되었고 이로 인해 2004 년에서 2006 년 사이 엄청난 수의 소 - 검사시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서 주로 병든 소로 폐사된 소를 중심으로 787,711 마리 - 를 검사하기에 이릅니다.
그 결과 3마리의 BSE 소가 발견되었는데 첫번째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것이었지만 2005 년에는 텍사스에서 미국 최초의 BSE 케이스 소가 발견되었습니다. (3마리 중 1마리만 캐나다에서 수입. 캐나다는 이전에 BSE 케이스들이 보고되었음) 이후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의 축산 산업은 꽤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연간 24 만톤에 달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고 기타 65 개국에서 수입 중단 조치가 이루어 짐에 따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85 년부터 시작되어 90 년대 영국의 축산업을 초토화시켰던 광우병 (Classical BSE / cBSE 라고도 부름) 은 다른 프리온 질환인 스크래피와 연관해서 스크래피에 걸린 양을 원료로 만든 골육분 사료가 프리온을 전파시킨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으나 그 이후 골육분 사료가 퇴출된 이후에 간간이 발생되는 BSE 케이스들은 원인이 확실치 않아 atypical BSE 라고 불립니다.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지목될 만한 것은 바로 인간에게서 연간 1/100만 분의 확률로 생기는 sporadic 혹은 familial CJD 처럼 자체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해면상 뇌증이라는 해석입니다.
이 가설을 지지해주는 것은 이후 유럽 및 북미에서 진행된 BSE 검역 프로그램에서 병든 소나 혹은 광우병으로 의심될 만한 이상 소견을 보인 소를 중심으로 검사를 진행했을 때 사실상 100만 건당 4건( 1건은 캐나다 수입) 으로 극히 드문 atypical BSE 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이 소들은 골육분 사료에 노출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인간에서와 마찬가지로 단백질의 misfolding 에 의하여 우연히 발생한 프리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든 소를 무작위 검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상 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소를 중심으로 검사를 했다는 점. 실제로 유병율은 1/100만 보다도 더 낮을 것으로 생각됨)
2006 년 이후 USDA 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일단 현재 미국에 극히 드문 atypical BSE 가 존재할 수 있지만 몇가지 프리온이 인간까지 이르는 먹이 사슬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예를 들어 SRMs 에 속하는 뇌, 척수, 내장 등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일부 국가에 수출시에는 월령 30 개월 미만 소를 수출하는 조치도 포함) 를 통해 미국 국민의 건강에 위험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이런 가능성은 수십억 분의 1 정도로 추정) 2006 년 이후 검사 개체수를 연간 4만 두 정도로 줄였습니다. 4만두라는 수치는 어떤 이유이든지 BSE 가 증가하면 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통계학적으로 추정한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일반 소 집단에서 1/100 만 정도로 atypical BSE 가 존재할 경우 실제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은 소 (주저 앉는 증상을 보이거나 혹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 기타 폐사) 를 대상으로 검사 (선별 검사로 ELISA 를 사용 후 양성이면 확진 검사를 위해 IHC 혹은 western blot 을 시행) 한다면 대략 수십만 두 검사 당 한마리 정도 atypical BSE 가 발견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의 BSE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반드시 4번째나 혹은 그 이상 BSE 케이스가 나와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2012 년 4월 23일 확인되었기 때문에 일단 현재 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그리고 광우병 보고가 없는 다른 국가들) 이런 atypical BSE 가 보고가 없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제 생각엔 현재의 감시 시스템이 작동한다면 한국에서는 이번 세기에 atypical BSE 보고가 없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 한국에서는 연간 1000 두 정도만 검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농림수산 검역검사 본부 홈페이지에 의하면 96 년에서 2000 년 동안 국내에서 3043 두 검사를 한 결과 음성 소견을 보였고 2000 년 이후 육골분 사료를 금지한 이래 매년 1000 두 이상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내용이 없어 계속 검사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계속 검사한다고 가정할 때 ) 따라서 유병율이 미국과 같다고 평가하고 확률적으로 atypical BSE 첫번째 케이스를 발견하려면 수백년 당 한 건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게 문제가 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한국에서 국민 보건에 위험이 될 정도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미리 알기 위한 도축되는 소의 수를 생각할 때 납득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연간 4200 만두 도축에 0.1% 인 4만두 정도를 검사하고 있고 한국은 연간 도축수가 100 만두가 안되기 때문에 1000 두 정도만 검사해도 0.1% 는 넘어가게 됩니다.
(한가치 참고로 OIE 에서 BSE Negligible Risk 국가로 - 국내에서는 청정국이란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무시할 수 있는 위험도란 의미 - 분류한 12 개 국중 호주의 경우 Type B Surveillance 기준 BSE 가 0 건입니다. Type B 란 광우병에 걸린소가 적어도 5만두당 1마리 이상일 경우에 95% 신뢰도로 찾아내는 검사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즉 100만두당 1마리 미만의 경우엔 사실 모를 가능성도 있지만 이렇게 낮은 가능성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OIE 는 10만 두 당 1 마리이상인 Type A Surveillance 와 5만 두당 1 마리 이상인 Type B Surveillance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영국과 함께 위험 통제 국가 (controlled BSE risk) 에 들어갑니다
http://www.oie.int/animal-health-in-the-world/official-disease-status/bse/list-of-bse-risk-status/ )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해서 SRMs 를 포함하지 않는 미국 쇠고기 수입 국가들은 대부분 수입 금지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바를 이해했다면 논리적으로 가능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검역 수준이 제일 높은 EU 및 일본 검역 당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현재 미국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라고 표현했는지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들 국가들이 검역 주권이 없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안하는 건 아니겠죠. 다만 한국에서는 워낙 광우병이 민감한 사안이라 수입 쇠고기에 대한 전수 조사 및 미국 현지로 조사단 파견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조심해서 나쁠 건 전혀 없겠죠.
( 아무튼 이런 간단한 설명으로 왜 이런 선진국들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지 설명이 100% 된다고 보긴 어려워서 나중에 별도의 포스팅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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