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OPERA 중성미자 이상 (Neutrino anomaly)
중성미자 (Neutrino) 는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고 무엇보다 지구 만한 물체도 그대로 투과해 버리는 도깨비 같은 입자로 우주에서 아주 흔한 입자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1930 년대 W. 파울리에 의해 제안된 이 입자는 경입자의 하나로 스핀은 1/2, 전하 0 인 입자입니다. 방사성 물질의 베타 붕괴때 에너지 보존 법칙이 설명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중성미자는 이후 그 존재가 실제 확인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성미자는 본래 물리학에서 중요한 입자였지만 특히 질량을 소량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질량이 0 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만약 중성미자가 날아가는 동안 다른 종류로 변하는 중성미자 진동 (Neutrino Oscillation) 을 검출할 수 있다면 중성미자도 질량이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검출하기 위한 여러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부터 설명할 OPERA 실험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OPERA 라는 단어는 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 - tRacking Apparatus 의 약자로 중성미자 진동을 검출하기 위해 계획된 실험입니다. 중성미자는 원자로나 태양, 그리고 항성 및 초신성 등 여러군데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인공적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스위스 - 프랑스 국경 제네바 교외에 건설된 CERN 연구소에서 중성미자를 730 km 떨어진 이탈리아 중부 그란사소 (Gran Sasso) 에 있는 검출 장치로 발사하면 여기서 중성미자 진동을 발견하는 것이 실험의 주된 목표였습니다. 중성미자는 지구 만한 물질과도 거의 상호 작용없이 그대로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하로 통과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검출하기는 역시 꽤 어려워 거대한 검출 장치가 그란 사소에 건설되었습니다.
(CERN 지하의 뉴트리노 생성기에서 생성된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가 지하를 통해 그란 사소로 날아간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CNGS_layout_%28OPERA_experiment%29.jpg )
(CERN 에서 발사된 중성미자는 지구 지각을 통과 그란사소에 도달. )
OPERA 연구진들은 2011 년 3월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처음 이상한 결과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중성미자들이 대략 60.7 나노초 (nanosecond) 정도 빛보다 빨리 목표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6개월간 재검토와 검사가 이이진 끝에 그들은 9월 23일 자신들이 빛보다 더 빠른 뉴트리노를 검출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물론 이 결과에 대해서 연구진들은 여러 과학자들의 겸허한 비판과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서 이 결과를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고 했는데 솔직히 공개후에 쏟아질 많은 비판을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자세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차차 설명드립니다.
아무튼 이 OPERA 중성미자 이상 (OPERA neutrino anomaly) 은 곧 언론에 대서 특필 됩니다. 국내에서는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혹은 타임 머신 가능 등으로 기사가 났는데 물론 이는 실험결과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무지입니다. 그리고 진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존재해도 역시 타임머신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는 나중에 다시 설명합니다.
OPERA 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매우 소상히 공개했는데 우선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부터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속도를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이동한 거리 / 걸린 시간 입니다. 지구상의 두 지점인 CERN 의 중성 미자 발생기와 그란사소의 검출기 사이의 거리와 중성미자가 날아간 시간을 검출하기 위해 GPS 에 기반한 매우 정밀한 측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중성미자가 날아간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을 도표로 그린 것. 이해하기 힘든 그림이지만 아무튼 원자시계를 이용 시간 오차를 10억분의 1초 수준인 1 나노초로 맞추었다. 거리 오차는 20 cm 정도였다. OPERA time measurement schematic. The PolaRx is the GPS receiver. The BCT, on the left, is associated with the proton beam, the proton spill, which creates neutrinos. This beam hits the "target" creating an intermediate particle, the muon, which then decays inside the "decay tunnel" into a neutrino. The straight line from the "decay tunnel" to "OPERA" actually passes through the solid rock of the earth's crust between CERN and LNGS. The waveform on the left is the measured proton distribution, and on the right, that of the detected neutrinos at OPERA. )
연구팀은 워낙 정밀한 시간 및 거리 측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결과값에는 오류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다면 엄청난 비판이 쏟아질 발표를 할 용기를 얻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연구진에 속했던 과학자들은 발표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10월 21일 부터 11월 7 일까지 20개의 중성미자 검출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뉴트리노가 평균 62.1 나노초 광속보다 빨리 도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물론 같은 거리를 진공에서 빛이 이동했을 때 보다 62.1 나노초 정도 더 빨리 목표에 도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정규 분포 곡선으로 생각하면 6.2 sigma (표준 편차) 만큼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이는 단순 오류로 생각하기 어려운 결과 였습니다.
(연구진들이 결과를 종합해 제출한 Journal of High Energy Physics 에 2011 년 11월 17일 승인된 논문을 보려면 http://arxiv.org/ftp/arxiv/papers/1109/1109.4897.pdf 로 )
OPERA 연구진들은 중성미자 발생기를 변경해 보는 등 다른 세팅에서도 검증 실험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번의 검증 실험과 정밀한 관측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역시 과학자 그룹에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가 이전의 관측 결과와 완전히 상충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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