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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 이후 번성하는 야생 동물 ?



 역사상 가장 많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누출된 원자로사고였던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지도 이제 26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기에 막대한 방사성 낙진으로 인해 인간은 물론 체르노빌 발전소 주변의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러시아 (현재 발전소는 우크라이나에 위치) 동식물에 상당한 피해가 있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사태를 은폐하려는 소련 당국에도 책임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 사고 직후 주변 야생 동식물이 입은 상당해서 Red Forest 도 알려진 주변의 소나무 숲 상당수가 말라죽었으며 높은 방사선 수치로 인해 척추 동물의 뇌성장에 장애가 있었고 무척추 동물 역시 번식에 큰 장애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멀리 떨어진 독일에서까지 야생곰의 근육에서 40000 Bq/Kg 수준의 세슘 - 137 이 검출된 바가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태 당시의 방사성 동위원소 Cs - 137 의 분포. 후쿠시마 1 원전과는 달리 체르노빌은 내륙 한가운데 위치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낙진의 형태로 주변 토양에 떨어졌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CIA Factbook, Sting (vectorisation), MTruch (English translation), Makeemlighter (English translation)  )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지역의 방사선 수치가 감소한 것은 물론 무엇보다 야생 동식물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인간이 없어지만서 이 지역의 동식물들이 다시 번창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미 1996 년 BBC 의 Horizon 다큐 시리즈에서 발전소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과 주변의 번창하는 동식물을 목격한 바가 있고, 이후 만들어진 다큐 들에서도 이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관찰한 바 있는데 최근 연구 보고서들도 이런 사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포츠머스 대학 및 웨스트 오브 잉글랜드 대학의 연구자들은 체르노빌 발전소 주변의 야생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를 Biology Letters 에 발표했는데 이에 의하면 이 지역의 야생 생물들이 오히려 1986 년의 체르노빌 사태 이전보다 더 번창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물론 야생 동식물에 가장 큰 위협인 인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포유류에 비해 항산화 메카니즘이 약해서 방사선 노출에 더 취약하다고 생각했던 조류들도 이미 크게 낮아진 방사선 수치에서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체르노빌 인근 프리파트 (Pripyat) 에 버려진 집. 잘 보면 주변에는 다시 숲이 조성되고 새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사고 직후에는 높은 방사선 수치로 인해 대부분의 나무가 말라죽었다. 2001 년 4월.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authorslawojar 小山 ) 


 오늘날에도 게임등에서는 체르노빌 부근이 괴생명체가 나오는 황폐한 땅으로 묘사하곤 있지만 실제로는 야생 동식물에게 오히려 낙원인 셈입니다. 현재 30 km 반경의 대피 구역내에는 여전히 성인의 경우 3 - 150 mSv , 1세 영아에서는 10 - 700 mSv 의 방사선 수준이 검출되고 있어서 사실 인간이 지속적으로 거주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잘 살고 있는 동식물들에게는 이런 방사선 보다 인간의 존재가 더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 년 8월 5일 위성이 찍은 실제 체르노빌 발전소와 그 주변, 발전소는 호수 옆 L 수로주변 건물. 인근 농경지에서는 실험 목적의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고 산림 지대는 스스로 복원중에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일단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 원인을 보면 뭔가 씁쓸하기도 한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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