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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4 - 빅뱅 IV



 

9. 빅뱅 이후의 우주


 1964년 펜지어스와 윌슨이 우주 배경 복사를 발견하면서 빅뱅 이론은 과학의 주류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을 더욱 가다듬어 최초의 빅뱅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우주의 네가지 힘 -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 - 에 대한 공식을 하나로 합치려는 통일장 이론 (Unified theory of field) 과도 연관이 있었다. 우주의 초기에는 이 모든 힘이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도 지식이 모자라지만 감히 간략한 설명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초기의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생긴 양자적 요동 (Quantum fluctuation) 으로 출발한 것 같다.(위의 그림) 사실 이 시기는 다소 수수께끼 같은 시기이다. 이 빅뱅 당시의 우주는 대단히 작은 크기이며, 우주의 네가지 힘인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이 합쳐져 있는 상태였다.



(빅뱅 이후 시간 연대표)



(위의 시간 연대표를 참조하면서 볼 것)



 이 시기는 빅뱅 이후 10–43 초라는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한 프랑크 시대 (Planck era or epoch) 로 사실 이 시기는 과학자들도 잘 모르는 시기라고 할 수 있으며, 향후 초끈 이론등의 최신 물리학 이론이 발전해야 이 시기에 대해서 더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기 이후 중력은 네가지 기본적인 힘에서 빠져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 세가지 힘인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합쳐져 있는 시기가 있는데 이를 대통일 시대 (Grand unified epoch (era)) 라고 부른다. 이 시기는 약 10–43 ~10–36   초라는 아주 짧은 시기 동안 존재하는데, 이 시기가 끝나면 강한 핵력이 나머지 세가지 힘에서 빠져나오면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우주의 크기가 급 팽창하는 인플레이션 (inflation) 이다.








 인플레이션 당시 우주는 100억분의 1초의 100억분의 1의 다시 100억분의 1 정도 되는 극히 짧은 시간에 그 크기가 경이적으로 커졌다고 생각된다. 이 팽창의 정도를 예를 들어 표시하면 바이러스가 은하단 (은하계가 아님) 만한 크기로 커지는 정도였다. 위의 도표에서 로그 스케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되실 것이다. (제일 위의 그래프에서 점에 불과한 우주가 인플레이션 후 원통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참조)


 이 인플레이션 시대 (inflation epoch) 는 대통일 시대 다음에 오는 전자기 약력 시대 (electroweak epoch) 의 초반기이다. 이 시기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은 진공 에너지라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우주는 초고온, 초고압 상태로 상태에 있게 된다. 당시 온도는 1028K 정도로 생각된다. 이 전자기 약력 시대는 약  10–36 ~10–12  초 정도 지속되었다. 이 시기에 W, Z, Higgs boson 같은 초창기 입자들이 생성되었다.


 이 전자기 약력 시대는 결국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전자기력이 약한 핵력과 갈라지는 시점에서 끝이 난다. 이 시기는 바로 쿼크 시대 (Quark epoch) 이다. 이 시대에는 이름 처럼 가장 간단한 입자인 쿼크들이 생성되기 시작하며, 우주의 네가지 기본적인 힘이 모두 갈라져 존재하는 시대이다.  쿼크 시대는 약  10–12 ~10–6 초간 존재했다.



 이 초기 우주에서는 여러 입자와 반입자들이 생성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입자와 반입자는 (혹은 물질과 반물질) 은 서로 충동하면 에너지를 방출하며 쌍소멸한다. 당시 어떤 이유에선지 반입자들이 입자 보다 10억개당 1개가 모자랐기 때문에 대규모의 쌍소멸 이후 소량의 입자가 남아 현재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토대가 된 것이다. 만약 입자와 반입자가 똑같았다면 현재 우주에는 은하하나, 별하나, 그리고 인간 한명도 없는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우주가 더 팽창하고 온도가 1조도 정도로 떨어지자 이제 더 쿼크들이 모여 더 무거운 입자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강입자 시대 (Hardron epoch) 가 시작된 것이다. 이 강입자 시대에는 바로 양성자나 중성자가 포함된다. 이 시대에도 많은 입자들과 반입자의 쌍소멸이 있었다. 이 시기는 약  10–6 ~1 초간 존재한다. 이 시대가 끝나야 빅뱅 이후 1초가 지난 것이다.


 빅뱅 이후 1초에서 10초 사이는 경입자 시대 (Lepton epoch) 이다. 이 시기에는 렙톤 (경입자) 들이 렙톤과 반렙톤 입자를 만들어 쌍소멸 되면서 대세를 이루는 시기이다. 10초가 지나면 우주의 온도가 더 떨어져 이 반응은 사그러지게 된다.



 이 경입자 시대가 끝나게 되면 우주에서는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이 경입자 시대 다음에는 빅뱅이후 10초 후부터 38만년 까지 지속되는 광자 시대 (Photon epoch) 가 시작되는데, 이 시기 초기에 우주에서는 원자핵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원자핵 생성 - Big Bang Nucleosynthesis - 은 빅뱅 이후 3분에서 20분 사이에 발생한다. 이 시기에는 온도가 10억도 이하까지 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양성자와 중성자는 서로 결합하여 원자핵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 주로 생기는 것은 수소(92%)와 헬륨(8%)이며, 일부 리튬과 베릴륨도 합성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거운 원소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별 내부에서 발생하는 핵융합 반응이 필요하다.


 광자 시대에는 빛의 입자인 광자가 이렇게 생성된 원자핵과 전자들로 구성된 우주에서 직진하고 못하고 계속 산란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 원자핵과 결합하지 못한 전자가 광자와 계속 부딪히기 때문이다. 아마 당시 우주는 안개처럼 불투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온도가 충분히 떨어져 약 3000 도 까지 떨어지게 되면 전자와 원자핵이 결합해서 자유 전자들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광자는 직진하게 되면서 우주는 맑게 개는 것이다. 이것이 광자 시대의 끝이며 이 현상을 '우주의 맑게 갬' 이라고 한다. 이 때 해방된 빛이 바로 우주 배경 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이라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그리고 이는 빅뱅의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다.





(역시 우주의 시간표를 도식화 한것)



 이 광자 시대가 끝나고 나면 이제 우주에는 빛이 아무것도 없는 시기가 온다. 왜 광자가 해방되었는데 빛이 없을까? 이는 해방된 약간의 빛을 제외하고는 빛을 발생시키는 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를 암흑 시대 (Dark Age) 라고 한다.


 암흑 시대는 빅뱅 이후 38만년 후부터 대략 4억년 정도 까지 유지되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우주는 72%가 암흑 에너지이며, 24%가 암흑 물질이며, 4% 만이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물질이었다. 따라서 별이나 은하가 생긴것은 초기 빅뱅 이후 발생한 밀도의 불균형으로 인해서 물질들이 충분히 뭉친 이후였을 것이다. 초기에 은하가 생기고 별이 빛나기 시작하자 결국 암흑 시대도 막을 내렸다.


 초기 은하들과 별들, 그리고 퀘이사들은 강력한 자외선을 내뿜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우주의 물질들은 다시 재이온화 해서 플라즈마 상태 (즉 원자핵과 전자가 서로 분리) 된 상태가 된다. 그러나 밀도가 낮기 때문에 우주가 불투명해지지는 않는다. 대략 재이온화 시기는 빅뱅 이후 10억년 까지라고 생각된다.


 최근 이 재이온화 시기의 원시 은하들이 망원경에 포착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시기 이후 은하들이 형성되고 다시 우주의 거대한 거품 모양 구조가 형성되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최근의 연구 성과에 이르면 현재 우주는 빅뱅 이후 137억년이 지난 것으로 생각된다.






 10. COBE 와 WMAP


 우주 배경 복사는 마이크로 웨이브의 형태로 빅뱅후 38만년 시기의 아주 초기 우주의 모습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이에 나사를 중심으로 이를 직접 우주에서 정밀하게 관측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COBE 위성의 모습)



 그 시발점은 1989년은 COBE 위성일 것이다. COBE 위성은 우주 배경 복사를 정밀하게 측정할 목적으로 발사되었다. 아무래도 각종 전파와 대기의 방해를 받는 지구에서는 정확한 관측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COBE는 우주 배경 복사와 차가운 액체 헬륨이 내보내는 복사를 비교하므로써 플랑크 곡선 (주어진 온도에 대한 파장의 함수로 흑체 복사의 스펙트럼을 나타낸 곡선, 이를 알면 그 물체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임을 증명하고 그 온도가 절대온도 2.725K (섭씨 -270.45 도) 임을 측정했다.




(COBE 위성의 측정 결과)


 COBE 는 온도의 불균일 함을 동시에 측정했다. 이 불균일 함의 정도는 색깔로 표시되었는데 실제 온도의 차이는 겨우 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과학자들은 빅뱅 당시의 양자적 요동이 이 정도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결국 이는 중력의 차이를 만들어 우주의 물질 분포를 현재와 같이 불균일 하게 만든 것이다. 만약 이 작은 차이가 없었다면 우주에는 별하나 행성 한개 형성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WMAP 위성이 높은 해상도로 관측한 우주 배경 복사)




 이후 2001년 발사되어 우주를 관측한 WMAP 위성은 COBE 를 뛰어넘는 높은 해상도로 우주의 초기 모습을 관측했다. 이 관측을 통해 우주의 존재하는 에너지와 물질의 총합 중 74% 는 반발력의 근원인 암흑 에너지, 22%는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발생시키는 암흑물질, 그리고 4%만이 일반적인 물질임을 밝혔다. 또 우주의 팽창 속도를 좀더 정확하게 측정 우주의 연령이 137억년으로 밝히는 데도 기여했다.


 초기 펜지어스와 윌슨이 측정했을 때는 사실상 균일하던 우주 배경 복사가 관측 기기의 발달로 보다 정밀하게 관측이 된 것이다. (아래 사진 참조)






 이렇게 말하면 이제 우리가 우주에 탄생과 진화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게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인간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우리 말고 다른 우주가 있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우주를 탐구할 것이다.



 (덧 : 실제적으로는 빅뱅 이론에 대안 적인 이론들도 연구 중에 있기는 하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내용 중 일부는 나중에 부정될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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