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사우스햄프턴 대학, 국립해양학 연구소, 영국 남극 연구소의 합동 연구팀은 8 주간에 걸쳐 스콧해 (East Scotia Ridge) 의 2400 미터 해저에 존재하는 열수 분출공 (Hydrothermal vent) 을 조사했다.
열수 분출공은 섭씨 수백도가 넘는 뜨거운 화학성분이 있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해저 지형으로 탐사 이전에는 이와 같은 극한의 환경 (수백 기압, 섭씨 수백도의 온도 및 빛이 전혀 없는 환경) 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열수 분출공에서 나오는 메탄이나 황화 수소를 분해해서 그 에너지로 살아가는 미생물에 의존해서 살고 있었다. 사실 이 생명체들은 단순히 생존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곳에서 번성하고 있다.
열수 분출공은 생명의 경이를 알려주는 장소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생명이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기원이 바로 열수 분출공 근처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진화에서 중요한 역활을 담당했다고 믿고 있다. 또 일부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다른 위성 (유로파 등) 이나 혹은 외계 행성에서도 열수 분출공이 있어 거기서 생명체가 생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http://blog.naver.com/jjy0501/100067770262 를 참조)
아무튼 Alex D. Roger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ROV (Remotely Operative Vehicle - 원격 조종 무인 탐사기) 를 이용해서 남극의 열수 분출공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기존의 열수 분출공에서 발견되던 튜브 벌레나, 열수에서만 발견되는 종류의 새우 및 게, 홍합들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대신 다른 종류의 게 (yeti crab 이라고 부르는 등딱지 길이가 최대 17cm 정도 되는 게) 와 아마도 신종의 문어, 불가사리, 말미잘 등이 발견되었다.
한마디로 기존의 열수 분출공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로저 교수등의 연구진들은 아마도 이것이 기존의 열수 분출공과는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형성된 열수 분출공으로 독자적인 진화를 거쳤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열수 분출공은 다양한 지역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황화합물등을 분해해서 에너지 원으로 삼는 것과 고온 고압의 환경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전혀 다른 생태계가 펼쳐져 있다는 점은 생명의 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발견은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 (Lost World) 에 비유할 만 하다.
이 연구 결과는 PLoS Biology 에 실렸다.
Journal Reference:
Alex D. Rogers, Paul A. Tyler, Douglas P. Connelly, Jon T. Copley, Rachael James, Robert D. Larter, Katrin Linse, Rachel A. Mills, Alfredo Naveira Garabato, Richard D. Pancost, David A. Pearce, Nicholas V. C. Polunin, Christopher R. German, Timothy Shank, Philipp H. Boersch-Supan, Belinda J. Alker, Alfred Aquilina, Sarah A. Bennett, Andrew Clarke, Robert J. J. Dinley, Alastair G. C. Graham, Darryl R. H. Green, Jeffrey A. Hawkes, Laura Hepburn, Ana Hilario, Veerle A. I. Huvenne, Leigh Marsh, Eva Ramirez-Llodra, William D. K. Reid, Christopher N. Roterman, Christopher J. Sweeting, Sven Thatje, Katrin Zwirglmaier. The Discovery of New Deep-Sea Hydrothermal Vent Communities in the Southern Ocean and Implications for Biogeography. PLoS Biology, 2012; 10 (1): e1001234 DOI:10.1371/journal.pbio.100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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