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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30 - 달 2



 3. 달의 기원


 지구가 어떻게 달과 같은 거대한 위성을 거느리게 되었을까? 태양계의 지구형 행성 가운데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아예 없고, 화성의 경우 작은 위성 둘 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거대한 목성형 행성들에 비해 그 크기가 작은 지구형 행성들이 작은 위성들을 거느리거나 혹은 아예 위성이 없는 것은 언 뜻 생각하기엔 자연스럽다.


 그러니 지구가 어떻게 그렇게 큰 위성을 거느리게 되었는지는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궁금해 왔던 질문가운데 하나이다.


 초창기 나왔던 이론 가운데 하나는 분리설 (Fission hypothesis) 이 있었다. 이것은 지구의 균열에서 일부가 지구 자전에 의한 원심력 때문에 떨어져 나가 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흔적이 태평양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두말할 필요 없이 현재는 폐기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지구의 공전 속도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빨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구와 달의 형성이 다른 목성형 행성과 위성, 그리고 태양과 행성계의 형성과 비슷하다는 가설도 있다. 한마디로 태양계의 초창기 강착 원반(accretion disk)에서 행성들이 탄생했듯이 지구의 달 또한 원시 지구 주위의 강착 원반 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를 동시 생성설(Co formation hypothesis) 이라고 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원시 태양 주위의 강착 원반에서 초창기 행성들이 탄생했다고 믿고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이 이론은 사실 미니 태양계라 불리는 목성과 그 위성들의 탄생을 설명할 때는 제법 그럴듯 한 이론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지구 달 간의 각운동량을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에 달에 철이 부족한 이유를 잘 설명해주지 못한다.



 또 한가지 가설은 포획설 (Capture hypothesis) 이다. 이 이론은 달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포획되었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이 가설의 문제점은 지구 - 달같이 질량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물체인 경우 그렇게 쉽게 포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 포획된 것으로 보이는 위성들은 모행성과의 질량차이가 매우 커서 그 큰 중력에 쉽게 포획된다.


 그러나 지구가 달만한 천체를 포획하려면 지구의 중력으로는 다소 어려우며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달의 운동 에너지를 줄여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확장된 대기가 있어 달의 운동 에너지를 줄여준다는 것)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론은 바로 충돌설 혹은 거대 충돌 가설 (Giant impact hypothesis) 이다. 이것은 지금의 지구가 화성 만한 크기의 원시 행성과 충돌하였고, 합체된 천체의 일부는 떨어져 나가 달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포스트의 명왕성과 카론(http://blog.naver.com/jjy0501/100068404064  참조) 에서 명왕성 - 카론계의 형성 이론과 비슷하다. (Big Splash 라고도 한다)


 이 이론은 화성만한 원시 행성을 필요로 한다. 한 이론에 따르면 지구 - 태양 계의 라그랑주 점인 L4, L5 에 이 행성이 원시 태양계 행성 원반에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생긴지 얼마 안되는 원시 지구 (Proto Earth)의 라그랑주 점인 L4, L5 에는 여러 작은 소행성과 운석들이 모여서 뭉치게 되는데 이들 중 하나가 매우 커지면서 가상의 원시 행성인 테이아 (Theia) 가 되었다. (티아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참고로 라그랑주 점이란 우주공간에서 물체가 다른 외부 힘이 없을 때 두 개의 큰 물체에 대해 정지해 있을 수 있는 5개의 지점이다. 예를 들어 태양 - 지구계에 대해서 이 점에 있는 물체들은 그 위치가 항상 변하지 않고 같이 안정적으로 공전하게 되는 것이다.



(노란색 점을 태양, 파란색 점을 지구라고 할 때 L 1- 5 에 있는 물체들은 지구와 같이 공전하면서 지구와 태양에 대해서 상대적인 위치가 전혀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한마디로 지구와 같이 태양 주위를 안정적으로 공전한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EnEdC / Self-made in w:Inkscape to replace Image:Lagrangepoint1.png.)



 이 위치에는 소행성이나 먼지들이 존재하는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어 목성의 라그랑주 점에는 트로이군이라는 소행성군이 존재한다. 이는 목성의 공전 궤도에서 목성과 함께 태양주위를 안정적으로 공전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L4,5 에 있는 물체가 너무 크게 되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천체의 자체 중력과 또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 미치는 중력의 영향도 있었을지 모른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로 달이 생겼다는 가설 :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 Muriel Gottrop; vectorized by Mysid )


 라그랑주 점 L5 에서 아마도 지구 뒤를 따라오고 있던 테이아도 충돌을 거듭하면서 커지면서 같은 문제에 직면했는지도 모른다. 이 이론에 의하면 결국 테이아는 지구와 비스듬한 각도에서 충돌했을 것이다.





(대충돌 (Big Splash) 를 설명하는 그림. 결국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하여 합체하고 나머지는 달이 된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 저자 : Marvel)



 이 충돌은 아마도 지구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발생했을 것이다. 대략 45억년 이전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 때는 지구가 탄생한지 3000 - 5000만년 정도로 생각된다.

 당시 테이아의 금속 핵은 지구 중심핵과 합쳐졌으며, 지구의 맨틀 물질과 테이아의 맨틀 물질이 합쳐져 지금의 달을 형성하게 되었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론의 근거는 대체 무엇일까?


 아폴로 계획의 결과 채취한 달의 암석을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은 여기에 포함된 산소 동위원소가 지구의 것과 동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은 결국 지구와 달이 동시에 같은 물질에서 생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발견이었다.


 동시에 달에서 가져온 암석에는 사장암 (Anorthosite) 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암석은 달의 밝은 부분에서 구할 수 있는데, KREEP 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달의 암석과 함께 월석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들 암석이 어떤 조건에서 잘 생기는지 알고 있다. 만약 과거 달의 표면이 완전히 녹아서 마그마의 바다를 이룬적이 있다면 이런 암석들이 풍부한 이유가 설명된다.



(아폴로 15호가 가져온 달의 사장암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NASA )



 한편 여러가지 간접적인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달의 철이 많이 포함된 핵부분이 상당히 작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주로 암석으로 된 이 정도의 크기의 천체가 왜 철로 된 핵이 작은지는 잘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충돌 가설을 믿는다면 이는 쉽게 설명이 될 수 있다. 즉 맨틀 부분이 중심이 되어 달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또 지구와 달의 지각성분이 비슷한 것과 한 때 달 표면이 마그마의 바다가 된 이유도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반복해본 결과 충돌 가설이 지금까지 제기되었던 달 생성 이론 중 가장 믿을 만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에 발견된 새로운 증거들 역시 충돌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에서 형성되는 HD 23514 라는 어린 별을 관측한 연구자들은 이 별에서 지구와 테이아 사이의 충돌과 비슷한 행성 사이즈의 천체 끼리의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원시 행성계에서도 이런 충돌이 의심되었다. 만일 그렇다면 생각보다 원시 행성계에서 행성간의 충돌은 드문 일이 아닐지도 모르며, 결과적으로 지구 - 달 같은 지구형 행성과 거대 위성이 다른 태양계에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누구도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실제 충돌이 일어났는지 볼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유력한 가설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이 가설을 직접 입증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검증할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STEREO 프로젝트는 2개의 우주선을 L4,5 지점으로 보내 이곳에 있는 작은 먼지와 운석들을 분석하는 계획이다. (단 STEREO 프로젝트 자체는 이 임무 외에도 태양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삼고 있다)


 이 계획에 참가하는 과학자들은 이 라그랑주점에 있는 우주 먼지와 구름들이 테이아를 만들고 남은 잔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면 적어도 태양계 형성시부터 여러 행성들을 형성하고 남은 조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을 관측해서 보다 자세한 자료를 전송하는 것이 이 계획의 목표이다. 이를 통해 이론상의 존재인 테이아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자료를 얻게 될 지도 모른다.

 (http://science.nasa.gov/headlines/y2009/09apr_theia.htm 의 나사 보도 자료 참조)




 참고로 테이아는 티탄족의 신들 중 하나이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오누이 사이인 히페리온과 결혼하여 태양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 새벽의 여신 에오네등을 낳았다. 달의 여신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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