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큰 눈을 가진 생명체는 무엇일까 ?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무척추 동물인 Colossal squid 와 Giant squid 입니다. (한글 번역에 대해서 각각 대왕 오징어와 거대 오징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번역인지 확실치 않음. 일단은 이대로 적습니다.) 이 대답이 의외인 이유는 이 동물보다 더 거대한 동물들이 존재하는데다 일반적으로 척추 동물들이 발달된 신경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에 비해 큰 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눈과 같은 감각 수용기는 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뇌를 비롯한 신경 조직의 발달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교한 카메라 같은 눈은 척추 동물에서 주로 발전했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바로 두족류 (오징어, 낙지, 문어등) 가 그런 경우인데 이들은 무척추 동물이지만 잘 발달된 눈을 가지고 있으며 무척추 동물 가운데서는 지능도 높은 편입니다.
가장 거대한 무척추 동물인 대왕 오징어 (Colossal Squid - Mesonychoteuthis hamiltoni 의 한종을 가리키는 말 ) 와 그 다음으로 큰 거대 오징어 (Giant Squid - genus Architeuthis 에 속하는 8 종의 오징어를 합쳐서 통칭 ) 는 물론 무척추 동물 가운데서는 큰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이 보다 더 거대한 척추 동물에 비해 더 거대한 축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대왕 오징어는 최대 14 미터까지 자란 것이 보고되었고 완전한 성체 중에는 이보다 큰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무게는 적게 나가서 2007 년 다큐를 통해 방송된바 있는 10 미터 급 대왕 오징어의 경우 450 kg 정도 중량이 나갔습니다. 아마 가장 큰 개체라도 몇톤씩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대 오징어는 암컷이 최대 13 미터, 수컷이 최대 10 미터 까지 자랄 수 있고 대왕오징어보다 더 작고 날씬한 체형을 가져 무게가 이보다 작게 나갑니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대 무게는 거대 오징어 암컷이 275 kg 이고 수컷이 150 kg 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형 오징어들은 몸무게 100 톤이 넘는 고래 보다 도 더 큰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개체의 눈은 지름이 27 cm 에 달해서 거의 농구공 만한 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얼음 속에 보존된 거대 오징어. 7 미터 길이인데 몸 크기에 비해 얼마나 큰 눈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7m Giant Squid encased in ice, Melbourne Aquarium http://en.wikipedia.org/wiki/File:Giant_squid_melb_aquarium03.jpg )
대체 왜 이렇게 거대한 눈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Nisson 등이 Current Biololgy 지에 실은 논문에 의하면 이 거대한 눈이 가장 중요한 천적인 향유 고래를 피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사실 거대 오징어는 비슷한 몸집의 생명체에 비해 3배는 큰 지름 (그러면 부피는 27 배) 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뭔가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런 큰 눈은 진화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주로 서식하는 수심 120 미터 이하의 환경에서 이런 큰 눈이 향유 고래를 빨리 알아보는데 도움을 준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가설인데 빛이 희박한 심해에서 약한 빛속에 다가오는 향유 고래를 빨리 식별하는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향유 고래는 초음파로 먹이를 찾아 낼 수 있으니 큰 눈은 필요 없겠죠. 고래 처럼 포유류에서 진화한 생명체의 경우 발성기관을 가지고 있어 초음파를 비교적 용이하게 진화시킬 수 있지만 오징어는 그렇지 못합니다. 향유고래는 빠르게 먹이를 향해 접근하기 때문에 후각을 이용해 포식자를 찾는 것도 가능하지 않죠. 따라서 일견 거대한 눈이 그런 용도라는 가설이 그럴 듯 해 보입니다.
Journal Reference:
Nilsson et al. A Unique Advantage for Giant Eyes in Giant Squid. Current Biology, March 15, 2012 DOI:10.1016/j.cub.2012.0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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