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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23 - 태양계와 신화 III





 본래 간단히 쓰고 넘어가려던 태양계와 신화 포스트 이지만 내친 김에 조금 더 잡설을 풀어볼 계획이다. 앞서 이야기한 목성과 4대 위성에 이어 토성 (사투르누스) 와 티탄족 위성들의 이야기이다. 토성과 위성들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이전 토성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100067801998 
  토성의 위성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100067930943 
                                        http://blog.naver.com/jjy0501/100067983365  )




1. 사투르누스 (크로노스)


 사투르누스 혹은 크로노스는 거대한 거인 신으로 시작과 끝을 관장하는 거대한 낫과 모래시계를 들고 등장하는 신이다. 앞서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그는 우라노스의 아들이면서 우라노스를 폐위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랐다. 이런 연유로 인해서 그는 그 자신이 같은 운명에 처하리란 말을 듣고 공포에 사로잡혀 자신과 레아 사이에 태어난 모든 자식들을 먹어 치운다.










 위의 그림은 고야의 자식을 먹는 사투르누스이다. 자신이 그랬듯 자기도 자기 자식에게 밀려날 것을 두려워하는 사투르누스가 자신의 자식을 먹는 광경에서 불안과 공포, 비통함이 느껴진다. 그는 그냥 자식을 삼키는 것이 아니라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언듯 보기에 사투르누스는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미친것 같다고 하다. 아마 둘 다가 아닐까.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인간과 같이 감정과 결함을 가진 인격신이다. 그들은 인간들이 범할 수 있는 잘못들을 범하고 괴로워한다. 사투르누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부친 거세하는 패륜적 범죄를 행하고, 자신의 티탄족 형제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둔 범죄를 행했다.


 그 때문에 그는 항상 괴로워한다. 또 자신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지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이 낳은 자식들을 먹는 더 큰 패륜적 범죄를 행하는 어리석음을 선택한다. 사투르누스의 모습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난 이후 반성하기 보다 이전의 잘못을 덮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듯 하다.


 그러나 대개 이런 행위는 더 큰 응징을 받기 마련이다. 결국 아들 제우스 대신 돌덩이를 삼킨 그는 아들과 그 동조 세력에 반란으로 실각하고 자신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바꿀 수 없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더 큰 범죄만 행한 셈이었다.



 여기에는 남편의 행위를 보다 못한 아내 레아의 반란도 있었다. 그녀는 제우스 대신 돌덩이를 먹게해 제우스를 빼돌린 것이다. 토성에서 레아는 2번째로 큰 위성이다. 그리고 이 위성은 재미있게도 거대한 고리를 가진 토성 처럼 작은 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부창부수치곤 재미있지 않을까 ? 비록 신화에선 남편을 배신하긴 하지만 태양계 안에서는 남편인 토성 주위를 공전할 뿐 아니라 거대한 고리를 가진 남편을 따라 작은 고리를 가지고 있으니.





 (레아의 고리의 상상도 - 레아 자신도 토성의 E 고리의 외각에 있다)





 2. 양치기 위성들


 토성에는 이름을 붙인 위성만 60개가 넘는다. 고리 시스템이 있다 보니 여기에 존재하는 작은 소위성 (moonlet) 까지 합치면 수백개의 위성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심지어 위성들 끼리 그룹으로 묶기도 한다.


 그 중에서 양치기 위성들이 있다. 양 치기 위성이란 토성의 고리를 안정화 시키는 위성을 말한다. 즉 고리의 안쪽과 밖에서 위성이 존재하면서 고리를 이루는 작은 얼음 들이 고리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또 이런 위성 자체가 고리에 영향을 주어서 고리에 물결모양의 파동을 만들기도 하니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양치기 위성들을 갑자기 거론하는 이유는 대표적인 양치기 위성인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그리고 서로 위치를 바꾸는 에피메테우스와 야누스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프로메테우스 (미리 생각하는자 : Prometheus = fore thought) 와 에피메테우스 (나중에 생각하는자 : Epimetheus = after thought) 는 티탄족 신인 이아페투스의 자식들이다. (어머니는 문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기서 이아페투스 역시 티탄족의 신이자 자식들 처럼 토성의 위성이다. 다만 이아페투스는 약간 크지만 자식 위성들은 소형 양치기 위성들이라는 차이가 있다. 참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 할 아틀라스 역시 이아페투스의 아들이다.





 (투톤 칼라의 호두처럼 생긴 위성인 이아페투스)



 다시 신화로 돌아오면 이 프로/에피 메테우스 형제는 신이나 혹은 반신으로 분류되는 거인 신들이다. 특히 형인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생각하는 자라는 이름처럼 선견지명이 있으며, 현명했다. 그리고 손재주가 좋아서 여러가지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장인이기도 했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티탄족과 올림푸스 신들의 전쟁에서 중립을 지켜 무사할 수 있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프로메테우스가 티탄족들의 패배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오랜 옛날,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지상에 아무런 동물이 없으니 손재주가 좋은 그들 형제에게 명령해서 여러가지 짐승들을 진흙으로 빗어 창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들은 사자, 황소, 독수리, 양, 악어등 자신들의 재주를 동원해서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형인 프로메테우스가 진흙으로 형상을 만들면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이들에게 날개와 발톱, 강한 이빨과 빠른 다리, 머리의 뿔등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재주들을 부여했다. (물론 이것도 문헌마다 차이가 있다. 약간의 차이는 이해해 주시기를)


 그리고 이들 형제가 지상의 모든 동물들을 만들고 나자 마지막으로 신의 형상을 띤 생물을 만들기로 했는데, 그 이름은 인간이라고 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동물처럼 네발로 걷지 않고 머리를 들고 두발로 걸을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앞을 멀리 내다보라는 뜻이었다. 미리 생각하고 먼저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과 같은 지혜가 없는 인간들은 그 뜻을 다 알지 못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이름처럼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인간을 만들기 전에 그들이 줄수있는 모든 재능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하긴 연약한 두발 짐승인 인간에게 큰 뿔이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등을 줄 수도 없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꾀를 냈다.


 그것은 제우스가 금지한 신들의 물건인 불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환경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불이 있으므로써 추위를 극복하고, 금속을 제련하며, 음식을 익혀 기생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요청을 들은 제우스는 이를 금지했다. 인간이 불을 가지면 결국에는 신들을 기만하고 오만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굴하지 않고 불을 훔쳤다. 일설에는 제우스에 벼락에서 훔쳤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폴로의 태양마차에서 훔쳤다고도 한다. 또 대장장이 헤파이토스의 화덕에서 훔쳤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다. 제우스의 명령을 거역하고 불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이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는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다른 신들은 자신이 권능을 가지고 이 권능으로 인간이 자신들에게 복종하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신의 권능인 불을 전해주려고 했다. 그는 신이지만 인간에 편에 있는 신인 셈이다.


 따라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해방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제우스는 인간이나 민중을 억압하는 권력인 셈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민중이 나누어 가져서 자신에게 도전할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해석이긴 하지만 당시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태동한 점을 보면 완전히 틀린 해석은 아닌 듯 하다.


 아무튼 인간의 해방자인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제우스의 보복을 받는다. 그 유명한 형벌인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묶여서 매일 제우스가 보낸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힌다.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 - 루벤스 작)


 그러나 본래 신의 핏줄인 프로메테우스는 간을 먹혀도 다음날이면 다시 재생되곤 했다. 제우스가 노린 것도 바로 그것이다. 제우스는 매일 자신의 독수리를 보내 프로메테우스에게 산채로 간을 먹히는 고통을 겪게 만든다. 신을 거역한 대가인 것이다. 혹은 앞의 해석을 빌리면 권력에 반항한 대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계속 재생되는 간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다시 일어나는 저항 정신일까? 글쎄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한편 제우스는 이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프로메테우스의 일족과 인간들에게도 보복을 가하고자 싶었다. 제우스는 꾀를 냈다. 이번엔 제우스가 인간을 만들되, 아프로디테에게 미모를 받고, 헤르메스에게 목소리를 얻고, 아테네 여신이 곱게 단장한 여인 판도라를 보낸 것이다.


 잡혀가기에 앞서 프로메테우스는 미래를 내다보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앞으로 제우스가 선물을 줄 것인데, 이를 조심해서 받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이름 답게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판도라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러나 문제는 판도라가 아니라 판도라가 가지고 온 상자에 있었다. 이 상자안에는 신들이 집어넣은 온갖 불행과 질병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여인 판도라는 호기심이 무척 강했다. 그래서 이 상자를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말은 사실 상자를 꼭 열어보라는 말이나 다를바 없었다. 물론 신들은 그럴 줄 알고 그녀에게 호기심을 부여한 것이다. 한동안은 판도라도 충고대로 상자를 열지않고 참고 지냈다. 그러나 상자를 보면 볼 수록 도대체 절대 열면 안되는 상자의 비밀이 점점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상자를 여는 판도라 - 존 윌리암스 워터하우스작)


 마침내 판도라의 호기심이 판도라의 자제심을 뛰어넘는 날이 왔다. '조금만, 아주 살짝 열어보면 괜찮치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상자를 열지 않았을까. 위의 그림에서 조심스럽게 상자를 여는 그녀의 모습에서 억제할수록 더 커지는 호기심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생각이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그 안에 있던 온갖 불행과 질병, 저주가 빠져나왔다. 황급히 상자를 닫았지만 이미 대부분 빠져 나가고 난 다음이었다. 신화는 이렇게 해서 인간 세상의 온갖 불행과 질병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안에는 누가 넣었는지는 몰라도 희망이 남아있었는데, 이것은 그나마 인간이 온간 고난을 버티고 살 근거가 되어주었다.


 이 신화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물론 절대로 깨면 안되는 금기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금기를 깨므로써 벌을 받는 인간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간의 호기심이 그런 가치 밖에 없는 것일까? 판도라가 인간 세상에 가지고 온 가장 중요한 것은 불행이나 희망이 아니라 혹시 호기심은 아닐까?


 무슨 엉뚱한 이야기인가 할 지 모르시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세상에 호기심이 없다면, 그리고 금기시 되는 것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없다면 현재의 인류 문명이 가능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억누를 수록 더 강해지는 호기심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이다. 물론 그게 지나쳐서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 신화에 담겨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다시 태양계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판도라는 모두 양치기 위성들이다. 토성의 위성 중에서 먼저 발견된 조금 큰 위성들은 모두 티탄 족 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이름 처름 그래도 크기가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나중에 발견된 작은 위성들은 이들의 자식 세대들의 이름을 하고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고리를 가지고 있는 토성의 경우 이 고리와 위성간의 상호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 그리고 위성간에도 여러가지 영향을 주고 받는 편이다. 그중에서 부적절한 관계는 제수씨인 판도라와 F 링을 사이에 두고 공전하는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크기가 119×87×61 km 정도 되는 작은 불규칙 위성이다. 토성에선 13만 9350km 떨어져 있고, 공전 주기는 0.61일 정도로 아주 가까이서 돌고 있다. 판도라는 공전주기 0.63일, 크기는 103×80×64 km 정도이고, 토성으로부터 14만 1700km 떨어져 있으니 서로 거의 붙어서 돌고 있는 셈이다.



 간단히 이해를 돕기 위해 토성의 F 고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토성의 F 고리는 A 링 바깥에 있는 비교적 얇은 고리이다. 이 고리의 안밖에서 고리를 안정시키는 역활을 위성 판도라와 프로메테우스가 하고 있는 것이다.






 (F 링 안쪽의 프로메테우스와 바깥쪽의 판도라가 고리를 지키고 있다. 기왕 이름을 붙일 거면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로 정하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탐사선 카시니가 찍은 판도라의 모습)




 (보이저 2호가 찍은 프로메테우스)




 한편 신화에서 어리석은 모습으로 많이 등장하는 에피메테우스는 로마 신화의 두얼굴의 신의 야누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에피메테우스의 크기는 135 × 108 × 105 km 정도 되는 불규칙 위성이며, 토성에서 평균 15만 1410km 떨어진 거리를 돌고 있다. 그런데 문제 거의 비슷한 궤도를 또 다른 위성 야누스가 돌고 있다는 것이다. 야누스의 크기는 193×173×137 km 정도인데 궤도는 사실상 에피메테우스와 거의 똑같다.






(카시니가 찍은 에피메테우스의 영상)






(카시니가 찍은 야누스의 모습)




 이 두 위성은 거의 같은 궤도를 도는데 약간은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러나 너무가 궤도가 가깝기 때문에 서로의 중력의 영향으로 궤도를 서로 바꾼다. 이 메카니즘은 이전 포스트의 마지막 부분에 표시를 해놨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067983365


 이들은 4년마다 한번씩 궤도를 바꾸는데 2006년 서로 근접해서 궤도를 변경했다. 다음 궤도 변경은 2010년 이다. 아래는 근접한 위치에 있는 야누스와 프로메테우스이다.







 궤도가 겹치면 서로 충돌하던가, 아니면 완전히 같은 궤도를 돌면 서로 라그랑주 점을 돌던가 하게 마련인데, 이들은 정말 독특한 움직임을 보이는 셈이다. 100km 가 넘는 거대한 물체가 서로 위치를 맞바꾸는 셈이니 말이다. 이들은 F 링 바깥에 존재한다.








 위의 그림을 보면 일단 옅어서 육안으로는 잘 안보이는 고리인 E 링의 바깥에 레아와 다른 티탄족 위성들 - 티탄, 히페리온, 이아페투스, 포에베 - 들이 존재한다. E링 내부에는 미마스, 엔셀라두스 같은 기간테스 족 위성과, 티탄족인 테티스, 그리고 제우스의 여성형으로도 생각되는 디오네등이 있다.


 토성 고리 내부의 F 링 주위의 판도라와 프로메테우스는 이미 이야기 했고, G 링의 안쪽에 있으면서 서로 궤도를 교환하는 에피메테우스와 야누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제 A 링 속의 위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3. 아틀라스와 헤라클레스


 토성의 고리 중 가장 크고 잘 보이는 고리가 바로 A링, B 링이다. 이 중 A 링에는 신화의 주인공들이 숨어 있다. A링의 바깥 쪽의 경계에는 작은 위성인 아틀라스가 있다. 이 아틀라스는 신화에서는 거대한 거인이다. 그는 역시 티탄족인 이아페투스의 아들이며,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의 형제이다.


 아틀라스는 그들의 형제인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와는 달리 티탄족 신과 올림푸스 신과의 전쟁인 티타노마키 (Titanomachy) 에 참가해서 올림푸스 신들과 전쟁을 벌였다. 티탄족들은 그 벌로 지하의 감옥 타르타로스에 갇히게 되었는데, 이 아틀라스는 뭘 잘못했는지 더 큰 벌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서쪽끝으로 가서 하늘 - 여기서는 천구(Celestial spheres) - 이 무너지지 않게 떠 받들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지중해 서쪽의 거대한 아틀라스 산맥의 신화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오해가 있다. 흔히 아틀라스는 지구를 떠 받들고 있다.







 위의 사진은 2세기경 로마의 복제품이다. 그들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틀라스는 천구 - 혹은 하늘 - 을 떠 받치고 있지, 지구를 떠받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로마 시대 이후의 조각이나 그림에는 엉뚱하게도 지구를 들고 있는 그림이 많다. 초기 그리스 조각과 그림에는 하늘을 들고 있는데 말이다.


 이후 아틀라스는 지도라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아틀라스가 지구를 들고 있어서는 다음의 신화가 되질 않는다. 더군다나 둥근 지구라니! 도데체가 신화를 읽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게 아닌가. 신화에서는 땅은 평평하고 그 위에 하늘이 있으며 아틀라스같은 거인이 하늘이 무너지지 않게 떠 받들어야 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금부터 본론이다. 그리스 신화의 최고 영웅이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천하 장사 헤라클레스다. 그는 사실 제우스의 아들인데 항상 헤라의 미움을 받았다. 그래서 12가지 과업을 완수해야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과업이 바로 11번째 과업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청동상)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왕의 노예가 되어 어려운 일들을 맡았는데 그중 헤스페리데스가 돌보고 있는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11번째 과제가 가장 힘들었다. 황금 사과는 제우스와 헤라가 결혼할 때 만물의 어머니 가이아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헤라는 이 황금 사과를 매우 애지 중지 했는데, 이 사과를 증식시켜보려는 생각에서 아틀라스 근처의 신들의 정원에 심게 했다. 그리고 이 황금 사과 나무를 3명의 님프인 헤스페리데스에게 지키도록 시켰다.


 그러나 이 님프들만 믿을 수는 없어서 잠도 자지 않고 머리가 백개나 되는 괴물용 라돈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고 주변은 벽으로 막아버렸다. 더군다나 위치도 알 수 없기에 헤라클레스는 도대체 어디서 이 정원으로 가야 하는지 알수도 없었다.




 (헤스페리데스 3 자매의 모습, 프레드릭 레이톤 작 - 과거 기독교 문화의 영향으로 황금 사과 나무가 있는 이 정원을 에덴 동산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뱀의 정체도 이해할 수 있다)




 헤라클레스는 에리다노스 강의 님프들의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님프들은 박식한 바다의 노인 신 네레우스를 붙잡아 물어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네레우스는 마음대로 자유 자제로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신이었다. 헤라클레스가 그를 붙잡자 네레우스는 그 기술을 이용해 빠져나가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천하 장사 헤라클레스의 힘을 빠져 나갈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어쩔 수없이 그는 헤스페리데스 들이 위치한 서쪽 끝을 알려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머나먼 서쪽 끝 - 당시 그리스인들에게는 서쪽 세상의 끝이었다 - 아틀라스 산맥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한 길이었다. 이집트에서 잡힐 뻔한 위기를 겪고, 리비아의 사막에서 괴한 안타이오스와의 싸움도 이겨내면서 헤라클레스는 목적지에 거의 다 도달했다. (이 안타이오스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질때 마다 몸집이 커지고 힘이 세지는 괴물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결국 그를 공중에 들어올려 몸을 비틀어 죽였다)



 그런데 산을 오르던 도중 왠 거인이 포박당한채 거대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고 있지 않은가? 그 거인은 죽지 않은 상태였는데 매우 괴로워 보였다. 헤라클레스는 그가 측은한 생각이 들어 활로 독수리를 쏘아 죽였다. 그렇다. 바로 이 거인은 프로메테우스였다. 1000년이나 고통을 당하던 그가 헤라클레스에 의해 구해진 것이다.






(제우스의 독수리를 활로 쏘아 프로메테우스를 구하는 헤라클레스)



 프로메테우스는 그를 구해준 보답으로 헤라클레스에게 지혜를 나누어 준다. 그는 헤스페리데스 자매와 라돈이 지키는 황금사과는 헤라클레스라도 직접가서 따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해주고는 차라리 이 자매들의 아버지인 아틀라스에게 부탁하라고 가르쳐 준다. 하늘을 잠시간 대신 떠받쳐 준다면 아틀라스도 기꺼이 협력하리라는 것이다.



 마침내 오랜 여행 끝에 헤라클레스는 하늘을 떠받친 거대한 거인 아틀라스를 만났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틀라스님 그렇게 하늘을 계속 받치고 있으니 힘들지 않으세요?"

"힘은 안드는데 너무 지겹네"

"제가 따님들이 지키는 황금 사과를 꼭 가져가야만 합니다. 아틀라스 님께서 잘 말씀하셔서 조금만 가져다 주시면 제가 그동안 저기 높은 산 꼭대기에서 대신 하늘을 받치고 있겠습니다. "


 "나야 그럼 더 바랄게 없지만 그게 가능한가?"


 "제가 인간중에서 힘이 제일 센 헤레클레스입니다."


 과연 근처의 산정상에서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어깨로 받쳐드니 아틀라스도 그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정말 오랬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아틀라스는 신이 나서 가버렸다.


 "고맙네. 내 간단히 황금 사과를 가져다 주지"


 잠시 후 아틀라스는 황금 사과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나 다시 하늘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제우스의 명령이지만 하기 싫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었다.




(기원전 5세경 출토된 그림 - 하늘을 들고 있는 헤라클레스에게 아틀라스가 사과를 들고 왔다. 지구가 아니라 하늘인 점에 주목하자)


 "이보게 헤라클레스. 이 사과는 내가 책임지고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가져다 주겠네. 그러니 하늘은 자네가 좀 맡아주게"


 아틀라스의 뻔한 속셈을 눈치챈 헤라클레스는 꾀를 냈다.


"알겠습니다. 아틀라스님. 그런데 제가 자세를 잘못 잡아서 그런데 다시 자세를 잡게 잠시만 하늘을 받쳐 주시겠습니까? 조금만 도와 주십시요"


"내 그정도는 도와주지"


 헤라클레스의 태연 자약한 말에 방심한 아틀라스가 다시 하늘을 받쳐든 순간 헤라클레스는 빠져나와 사과를 들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아틀라스는 아뿔사 했지만 이미 놓친 물고기였다.



 신화에서 아틀라스는 거대한 거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형제들 보다도 작은 46 × 38 × 19 km 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토성에서 평균 13만 6760 km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는 이 작은 위성은 A 링의 외각에 존재한다. (아래 사진) A 링과 F 링 사이 물질이 없는 공간을 돌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위성 때문인 듯 하다. 아무튼 아틀라스, 에피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형제는 F 링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으로 우애 좋게 돌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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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