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예산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 (2013 Sequestration) 이 이제 현실로 다가 왔지만 아직까지 미 의회와 백악관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3 년 한해동안 850 억 달러 규모의 예산 자동 삭감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측의 진실 게임 공방까지 겹치면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 이전에 재정 절벽 협상에서 나타났듯이 공화 민주당이라는 미국의 2대 정당의 당파성이 시간이 갈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각자의 사상과 지지층 때문에 쉽게 타협을 하지 않는 기류가 미 정치권에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일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월 26일 (현지 시각) 에 현장 유세를 통해 국민들에게 시퀘스터 회피를 위한 협상의 필요성을 설파했고 이에 공화당 측은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협상에 임하기 보다는 밖으로 돈다면서 비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찾은 곳은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의 군함 조선소로 최근 예산 불확실성으로 기존 군함의 수리 및 건조가 지연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USS Abraham Lincoln (CVN-72) 가 수리 및 오버홀을 위해 대기 중에 있었으나 시퀘스터로 인한 예산 문제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물론 이 조선소에는 링컨호 말고도 여러 군함들이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여기서 대통령은 해군 예산 삭감으로 군함이 수리되지도 못하고 페르시아만에 배치할 수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물론 공화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야외 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림팩 2000 당시, 다국적 해군과 USS 에이브라함 링컨호 및 미 해군. 이 때만 해도 지금처럼 예산 부족으로 조선소에 묶이게 될 것이라곤 생각 못했을 시절 June 20, 2000 -- The Abraham Lincoln Battle Group along with ships from Australia, Chile, Japan, Canada, and Korea steam alongside one another for a Battle Group Photo during RIMPAC 2000. (U.S. Navy photo by PH2 Gabriel Wilson.) )
예산 작동 삭감 (Budget Sequestration) 은 국방 부분과 비 국방 부분에서 50 대 50 으로 진행되도록 계획되었습니다. 이는 2011 년에 있었던 부채 한도 협상의 산물인 Budget Control Act of 2011 의 결과인데 2013 년 3월 1일로 연기하기로 American Taxpayer Relief Act of 2012 에서 합의를 다시 본 바 있습니다. 재정 절벽의 일부로써 여겨지는 예산 자동 삭감은 10 년에 걸쳐 1.2 조 달러를 삭감하는 방식이며 2013 년 회계 년도 안에 850 억 달러를 삭감해야 하는데 이 중 절반은 국방비에서 삭감해야 합니다.
FY 2012 (2012 회계 년도) 의 미 국방 예산은 거의 6500 억 달러로 책정되었는데 이는 FY 2001 의 2970 억 달러에 비해 두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사실 2001 년에서 2010 년 회계 년도 사이 미국의 국방비는 무려 81% 나 증가했는데 물론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이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그 사이 물가 상승 및 기타 본래 하려 했던 국방부의 여러 사업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시퀘스터가 실제 발동될 경우 군인 봉급등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여러 부분에서 충격파가 불가피할 예정입니다. 대략 자동 삭감되는 국방예산 규모는 460 억 달러 (약 50 조원) 에 달할 예정이라 미군의 대대적인 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꽤 어려운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말은 USS 에이브라함 링컨 호 처럼 적지 않은 미 해군의 군함이나 혹은 미 공군의 전투기, 미육군의 탱크와 장갑차들이 조선소나 격납고, 창고에서 놀아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전력 강화 사업 및 노후 장비 교체, 기타 소모품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편 비국방 부분에서도 상당한 액수의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데 예산 삭감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혈맹인 바다 건너 어떤 나라에서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기존의 예산을 케익 커팅하듯이 아주 쉽게 삭감해 공약에 들어가는 재원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해가 바뀌고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 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은 없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백악관) 의 입장차이는 매우 강경합니다. 지난 2012 년 미 대선에서 처럼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계층과 아닌 계층, 그리고 중산층 이하와 그 이상 소득자를 중심으로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을 과장해서 세금을 인상하려 한다면서 강력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예산 삭감 + 세금 인상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고 공화당은 이전처럼 예산 삭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공화당 주장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사회 보장 등에서 예산을 삭감하자는 것입니다.
양측이 모두 지지층과 자신들의 철학을 반영하듯 쉽게 물러서지 않을 예정이고 실제 시퀘스터 발동전인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재정 절벽 협상에서 어느 정도 최악의 국면은 피했다는 생각과 쉽게 양보하면 지지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정치적인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이와 같은 정치적 줄다리기에 대해서 경제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시퀘스터가 결국 재정 충격을 주어 회복되는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의회와 행정부가 시퀘스터로 인한 급격한 지출 삭감 대신 재정 적자를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2008 년 노벨 경제학상) 프린스턴대 교수는 '바보들의 시퀘스터 (Sequester of Fools)' 라는 글에서 이것이 결국 바보짓이고 70 만개의 일자리를 댓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여러 이코노미스트들이 이것이 재정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적 댓가는 물론이고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면서 더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작년말의 재정 충격에 비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들도 존재합니다.
아무튼 백악관과 공화당은 최종 협상을 위해 다시 테이블에서 만날 계획입니다. 데드라인을 조금 넘기더라도 일단 합의하에 시퀘스터를 연기하는 법안을 만든다면 일단 재정 충격은 피할 수 있다는 복안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예산 삭감과 세금 인상을 패키지로 다루려고 하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는 미국인은 더 세금을 내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양자 사이의 입장차이가 쉽게 메꿔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실 지난 미 대선에서도 나타난 문제이지만 미국내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가 양극화 되면서 국론을 통일하기가 매우 어려워 진 것이 더 큰 문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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