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년 1월 23일 최민희 의원 (민주 통합당) 등 14 인이 발의한 콘텐츠 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새롭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 통과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벌써부터 규제가 심해진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발상 자체가 이세상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제인지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는 개정안 내용)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을 통하여 제공되는 ‘랜덤채팅’ 디지털콘텐츠
의 예에서와 같이 청소년들의 보호에 관한 기술적 조치들이 이루어지
지 않은 채 유통되거나 그 보호조치가 추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 일부 콘텐츠에 관해서는 청소
년 보호를 위한 성인인증 등 기술적 조치를 강제할 필요가 있음.
이에 청소년의 보호를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여성가족부장
관과 협의하여 지정ㆍ고시하는 분야의 콘텐츠제작자는 콘텐츠를 제작
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용제한 및 성인인증 등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함(안
제28조의2 및 제42조의2 신설).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5장에 제28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28조의2(청소년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 청소년의 보호를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여성가족부장관과 협의하여 지정ㆍ고시하는
분야의 콘텐츠제작자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
는 바에 따라 이용제한 및 성인인증 등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42조의2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42조의2(과태료) ① 제28조의2를 위반하여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아
니한 자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
육관광부장관이 부과ㆍ징수한다.
(이 내용이 전부지만 원문 확인은 : 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Detail.jsp?bill_id=PRC_K1I3Z0X1S2H3G1M7U3B5V0U7P6F9D2 )
이 법에 의하면 문체부 및 여가부 장관이 협의하여 지정 고시하는 분야 (예를 들어 게임 등이 가능성 높음)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이용제한 및 성인 인증등 기술적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성인 인증이라는 것이 오는 2월 18일 부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의 주민등록 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주민 등록 번호로 할 수 없습니다. 즉 공인 인증, 아이핀, 신용카드 인증, 휴대폰 인증 등의 제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스마트폰 사용하려면 공인 인증서 있어야 하느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한 법안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에라도 이 내용이 실제 법으로 통과되거나 비슷한 내용이 법에 추가될 경우 생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해당 분야 (예를 들어 게임. 법안 자체에 그런 내용은 없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과 여가부가 끼어드는 점으로 볼 때 모바일 게임이 주된 타겟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임) 의 경우 반드시 성인 인증 및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청소년 이용가 게임이라도 이용 제한 (즉 셧다운제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생각됨) 을 위해서 본인 인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당수 개발사들 가운데 일부만이 이런 복잡한 절차를 집어넣으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개발되는 앱의 경우 한국 정발을 포기하고 반대로 국내에서 개발되는 앱이 해외에서만 정발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정상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던 성인 유저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습니다.
여기에 실효성 논란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해외 계정을 만들거나 (이것도 귀찮은 일이지만 차라리 이건 그래도 나은 편) 혹은 탈옥한 후 다른 경로를 통해 앱을 설치하는 경우 스마트폰을 일일이 수거해서 조사할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이 법은 불법 다운로드 앱 사용만 부추키고 실용성은 없는 내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이미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그렇게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제 생각에 더 큰 문제는 불법 경로를 통해 받은 앱은 해커가 심어 놓은 악성 코드의 존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안드로이드 악성 코드 문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7918159 참조) 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앱 장터 (애플 앱스토어든 구글 플레이든) 앱을 받으려면 이 법이 통과되는 경우 복잡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불법적인 경로로 앱을 설치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 본인 인증도 필요가 없습니다. 더구나 국내 스토어에 아에 정발이 안되는 앱이라면 해외계정을 만들기 힘든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겠죠.
일부에서는 그래도 좋은 의도로 만드는 법이고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반문하고 싶은 건 그렇면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만들어진 악법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을 20 세기 초 범죄 천국으로 만든 금주법도 과도한 음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낭비를 바로잡는다는 매우 좋은 의도로 시작된 법이었고 종교 개혁의 단초가 된 면죄부 역시 시행되던 시점에는 영혼을 구제하고 하느님의 집을 짓는다는 매우 좋은 순기능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이미 아동 성범죄의 원천 차단이라는 아주 좋은 의도로 시작된 아청법 개정안이 지금은 아동 청소년 성보호라는 본질은 간데 없고 교복입고 나오는 성인물이 아청법 위반이냐 아니냐 하는 식의 이상한 논란이나 혹은 단순 음란물 소지자를 아동 성범죄자로 만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한 바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청보법 개정안 (셧다운제로 알려진) 역시 과연 진짜 청소년을 보호했는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죠. 대신 이 때문에 정당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용자만 골탕을 먹었습니다. 악플러를 막기 위해 만든 인터넷 실명제는 의도했던 악플 차단의 기능은 없었고 대신에 개인 정보를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공공재로 만들었습니다.
대체 누가 나쁜 의도로 입법활동을 하겠습니까 ? 하지만 실제로 실현이 가능한지/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지 /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한 끝에 나오는 법이 아니라 그냥 법으로 모든게 규제 가능하다는 비현실적 생각으로 법을 만들고 그냥 쉽게 처벌 규정 하나더 집어넣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지만 계속해서 여가부를 중심으로 청소년 보호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마디 더 추가하면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가장 심각한 청소년 유해 환경은 바로 공부를 모든 가치 척도의 기준으로 두는 입시 위주 교육 환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걸 놔두고 청소년 보호를 논한다는 게 사실 이해가 안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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