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뉴스 속보를 통해 다들 보고 계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무튼 북한이 3 차 핵실험을 강행한 듯 합니다. 2013 년 2월 12일 오전 11시 57 분 53 초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리히터 규모 4.9 - 5.1 (발표 기관 별로 약간씩 차이) 인공 지진이 감지되었는데 기상청에 의하면 P 파 (횡파) 의 진폭이 S 파 (종파) 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나는 등 인공 지진이라고 의심할만한 전형적인 특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규모로 봐서는 재래식 폭탄이 아닌 핵폭탄이라고 보는 게 아마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이글을 쓰는 시점에는 그렇게 판단되고 있습니다. (3차 핵실험에 대한 내용은 현재까지 많이 알려진 것이 없고 추후에 새롭게 밝혀지는 내용이 있을 수 있어 여기에 대한 내용은 참고 정도로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2012 년 12월 2일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핵실험장 갱도 부근. Source : Digital Globe)
북한은 지난 2006 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행했고 당시에는 진도 4.1 - 4.3 정도의 지진이 관측되었습니다. 추정되는 폭발 위력은 0.8 - 1 kt (TNT) 정도였는데 위력이 약해서 일부에서는 완전히 성공적이지 못한 핵실험이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아무튼 핵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한 성과였습니다. 이후 2 차 핵실험은 2009 년 5월 25일 시행되었고 당시에는 진도 4.5/ 폭발 위력 2 kt 내외의 핵실험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번에 3 차 핵실험은 (핵실험이 확실히 맞다면) 이보다 위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생각되며 어느 정도 핵무기 기술이 슬슬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북한측으로부터 (이글을 쓰는 시점까지) 공식적인 내용이 알려진 것도 없고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번 핵실험에서는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의 소형화와 미래의 수소폭탄 개발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란 주장도 있으나 물론 확인된 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지난 은하 3 호 발사 시점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의 소형화 테스트 및 핵보유 및 장거리 투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3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의견은 있었습니다. 미국이나 소련 역시 핵개발 이후 ICBM 에 탑재할 만큼 크기를 소형화 하고 더 나아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여러차례의 핵실험을 한 전례를 생각하면 3 차 핵실험은 예견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든 아니든 간에 최소한 자신들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북한의 의도라고 추측되기 때문이죠. 다만 북한 수뇌부가 진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당연히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이런 저런 외부 관측일 뿐이겠죠.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이를 체제 유지 및 홍보 목적으로 널리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매스 게임이나 홍보 매체에서 강성 대국, 핵 보유국 등은 끊임없이 나오는 주제이고 이는 탈북자들의 증언 이외에도 북한의 방송매체와 선전기구들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미국 같은 강대국에 맞설 수 있다고 세뇌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거나 적어도 만만하지 않게 보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집단 체조에서 등장하는 핵 보유국 지위를 상징하는 이미지 )
한편 중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 한국 등 주변국은 더 강력한 제제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의 댓가로 북한은 좀 더 고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다소 변수라고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단순히 제제 때문만이 아니라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들에 필요한 자원을 대기 위해 그만큼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기 때문) 아마도 북한 수뇌부가 그런 점을 신경쓸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지금 대다수의 빈곤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핵무기니 로켓이니 하는 것은 전혀 필요없는 것들입니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건 전체 북한 주민에 비해서 한줌밖에 안되는 북한의 지배층이겠죠. 이런걸 보면 고대 사회에서 건설된 진시황릉 같은 거대한 능묘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거기에는 종교적이유도 있을 수는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사실 백성들에게는 전혀 필요없는 물건을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희생을 강요한 인간의 어리석음이었습니다.
21 세기의 김씨 왕조 역시 백성들에게 전혀 필요없는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무조건 찬양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씁쓸한 블랙코메디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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