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자사의 서버 및 고성능 컴퓨팅 부분 제품군의 통합 일정을 뒤로 미뤘다고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션 크리티컬 컴퓨팅 (Mission - Critical Computing) 부분에서 앞으로 아이테니엄 프로세서 제품군과 제온 제품군의 소켓과 플랫폼을 통합하기로 한 계획을 좀 더 미래로 연기한다는 내용입니다.
인텔의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는 12 년전 처음 등장할 무렵만 해도 x86 아키텍처를 대신해서 아키텍처상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차세대 유망주로 HP 와 인텔이 협력해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원한 것은 보다 저렴하고 친숙한 x86 기반의 서버 프로세서들이었습니다. 결국 아이테니엄 (Itanium) 은 시장에서 거의 고사 상태에 이를 만큼 그 수요가 감소했고 본래 2007 년에 등장할 예정이었던 투킬라 (Tukilla) 역시 2010 년에야 등장해서 이제 아이테니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인텔과 HP 는 아이테니엄을 유지시키기로 결정했고 다시 2012 년 폴슨 (Poulson) 으로 알려진 아이테니엄 9500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1260728 참조) 폴슨은 32 nm 공정으로 제조되었으며 8 개의 코어에 30 MB L3 캐쉬, 31 억개의 트랜지스터, 544 ㎟ 의 다이 사이즈를 자랑하는 거대한 칩이었습니다. 최상위 모델의 가격은 무려 4650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후 인텔은 아이테니엄 프로세서 라인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소켓과 칩셋등을 현재의 제온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 및 유연성을 확보하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이테니엄을 결국 포기하고 제온 쪽으로 현재의 시장을 통합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으나 아무튼 소켓과 칩셋등을 통합하면 제조비나 개발비 문제에서 좀더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Source : Intel)
이 계획에 따르면 모듈러 개발 모델에 따라 같은 패키지와 소켓을 지닌 메인보드가 제온과 아이테니엄을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이 통합 계획은 차기 아이테니엄인 킷슨 (Kittson) 과 하스웰의 서버 버전이 등장하는 2014 년 즈음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다시 계획을 변경해 킷슨을 32 nm 공정으로 제작할 뿐 아니라 기존의 폴슨과 소켓이 호환되는 형태로 제작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인텔에 의하면 킷슨은 폴슨과 비교해서 20% 정도 성능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계획이 변경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한동안 더 인텔의 비 x86 CPU 라인업에서 아이테니엄은 좀 더 오래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이 기사를 올리는 이유는 개인적인 감상 때문입니다. 솔직히 아이테니엄이 새로 나오던 2001 년 즈음 해서 한 5 년 정도 있으면 일반 사용자용으로도 아이테니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시장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죠. 오히려 x86 을 현재 위협하는 것은 더 진보된 프로세서라던 아이테니엄이 아니라 과거 인텔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질 뻔 했던 ARM 입니다.
지금의 ARM 은 더 이상 과거의 ARM 이 아니지만 아무튼 세상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라고 할까요. x86 을 제압할 기세로 나왔던 아이테니엄은 사실 위태위태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고 한동안 모든 것을 지배하는 듯 했던 x86 은 요즘 ARM 과의 전쟁에 여념이 없는 모습입니다. 기술의 미래란 이렇게 예측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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