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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다세포 생물의 번식 증거 발견



(레인지모프의 일종인 프락토푸수스 군락의 개념도. Artist's reconstruction of the Fractofusus community on the H14 surface at Bonavista Peninsula showing the clusters that arise from stolon-like reproduction. The large individuals represent the primary colonizers of the site. Their offspring cluster around them, and are themselves surrounded by their own offspring - the third generation on the bed. The stolon-like protrusions are faintly visible and weave in and out of the microbial mat which covers the seafloor. Lighting is artificial and as though from a submersible ROV. Credit: C. G. Kenchington )
 생명체는 저절로 탄생하지 않습니다. 분명 부모가 있으니까 내가 있는 것이겠죠. 후손을 남기는 것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입니다. 사실 생명체는 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딴 이야기지만, 이를 포기하게 만드는 한국의 3포 세대는 정말 심각한 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생명의 역사를 통틀어서 생명체들은 다양한 번식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이는 생명 진화에서 매우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죠. 하지만 이런 전략 중 상당 부분은 화석상의 기록으로 남지 않습니다. 특히 아주 오래된 고대의 생명체의 경우 어떻게 번식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답하기가 극히 곤란합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에밀리 미첼 박사(Dr Emily Mitchell, a postdoctoral researcher in Cambridge's Department of Earth Sciences)와 그의 동료들은 5억 6500만년 전 살았던 고대 생물인 레인지모프(rangeomorph)의 번식 전략을 연구했습니다. 이는 가장 오래된 다세포 생물의 번식 전략을 연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인지모프는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마치 양치식물처럼 생긴 독특한 생명체로 식물은 아니고 동물일 것으로 여겨지는 생명체입니다. 왜냐하면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깊은 바다에 살았기 때문이죠. 양치식물처럼 생긴 외형은 아마도 여과 섭식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10cm 정도 크기지만 큰 것은 2m에 달하는 것도 있으며 그 외형도 매우 다양해서 어떤 것은 식물처럼 생겼지만, 어떤 것은 조약돌처럼 생기기도 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팀은 프락토푸수스(Fractofusus)라고 불리는 조약돌처럼 생긴 레인지모프의 번식 전략을 연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이 생물의 군집 화석이 발견된 장소인 캐나다 뉴펀들란드의 발굴지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고해상도 GPS를 동원한 위치 통계 분석과 모델링 결과 비슷하게 생긴 프락토푸수스들이 서로 군집을 이루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통계적인 분석 방법을 거친 결과 이들의 분포는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포와 닮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즉 이들은 아마도 기는 줄기(stolon)와 비슷한 방법을 이용한 영양 생식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치 줄기와 덩쿨이 떨어져 나가서 새로운 개체를 형성하는 식물처럼 무성 생식을 했다는 것이죠.

 이런 방식은 모두 똑같이 생긴 개체를 만들어 전염병이나 환경 변화에는 취약하지만, 대신 빠르게 개체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레인지모프처럼 단순한 생명체가 채택하기에는 매우 단순하고 빠르다는 장점도 같이 있겠죠. 당시 생태계는 매우 정적인 상태이고 아직 포식자나 기생 생활 같은 전략도 업없어서 굳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유성생식을 할 이유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좋은 환경은 캄브리아 시기의 등장과 함께 사라집니다. 레인지모프 역시 다른 에디아카라 생명체와 더불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번식 전략이 격변의 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죠.

 아무튼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생명체의 번식 전략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을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수수께끼의 생명체인 레인지모프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이 연구는 저널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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