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 활동은 지난 300년간 차이가 없었다? - 수정된 흑점 관측 결과 발표


 최근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천문 연맹 총회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 XXIX General Assembly)에서는 지난 400년 간의 흑점 수와 크기를 포함한 태양 활동 기록의 에러를 제거하고 다시 수정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는 점은 과거 생각했던 태양 활동의 현대 극대기(Modern Grand Maximum)가 매우 작아서 기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과거 흑점 기록에서는 지난 300년간 완만한 상승세가 있다고 믿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양 활동의 증가는 20세기 발생한 온도 상승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할 뿐입니다. 여러 가지 자연적 요인을 포함하더라도 온실 가스 증가를 제외하고 설명되는 부분은 20세기 후반에는 10-20% 수준입니다. 

 만약 새로 발표된  Sunspot Number Version 2.0이 매우 정확한 자료라면 태양 활동 변화는 지구 온도 상승에 기여한 바가 사실상 거의 없게 됩니다. 물론 이전에도 적었기 때문에 이것이 현재 기후 모델을 변화시켜야 할 이유는 되지 않지만,  좀 더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서 모델을 일부 수정하는 결과는 가져올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데이터에 문제가 없는가?" 란 질문은 연구를 하는 모든 사람을 괴롭히는 질문입니다. 사실 연구 자체보다 이 부분을 검증하는 것이 더 힘들고 피곤한 과정입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직접 체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특히 더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흑점 데이터에도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동화되고 정밀한 관측 기술이 발전하기 전, 흑점 관측은 독립적인 관측소에서 교류없이 이뤄졌는데, 이로 인해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데이터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수정한 것은 Wolf Sunspot Number와 Group Sunspot Number로 이를 수정한 것은 프레데릭 클로테 Frédéric Clette (Director of the World Data Centre [WDC]-SILSO), 에드 클리버 Ed Cliver (National Solar Observatory) 레이프 스발가르드 Leif Svalgaard (Stanford University, California, USA) 등의 연구자들이 이끄는 Sunspot Number Version 2.0 연구팀입니다. 이들의 차이를 교정하고 수정하고 보니 이전과는 다소 다른 흑점 데이터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두 그룹 사이의 흑점 관찰 기록의 차이. 아래 그래프는 칼리브레이션 후 차이가 줄어든 모습. The top graph shows the level of disagreement between the old Wolf Sunspot Number (blue) and the old Group Sunspot Number (red). The lower graph demonstrates the increase in similarity between the two after being recalibrated. Credit: WDC-SILSO )  

(수정된 태양 흑점 활동 기록.  A graph showing the sunspot Group Number as measured over the past 400 years after to the new calibration. The Maunder Minimum, between 1645 and 1715, when sunspots were scarce and the winters harsh is clearly visible. The modulations of the 11-year solar cycle is clearly seen, as well as the 70–100-year Gleissberg cycle. Credit: WDC-SILSO)    ​

 새로운 데이터에서는 1700년대와 현재의 흑점 활동이 비슷한 수준이며 이전보다 더 증가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7세기 중반에서 18세기 초에 있었던 마운더 극소기 (Maunder Minimum, 1645 -1715)​ 이후 흑점 활동은 증가한 양상이지만, 사실상 길게 보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태양 활동은 훨씬 긴 주기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번 언급했듯이 마운더 극소기는 북미와 유럽에서 16-19세기에 있었던 미니 빙하기라고 알려진 상대적인 한냉기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마운데 극소기는 이 시기보다 더 늦게 나타나서 더 빨리 사라졌습니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들은 마운더 극소기가 이 시기 한랭한 기후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새로운 사이비 과학에서 믿음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즉 마운더 극소기가 과거 미니 빙하기의 원인이고 현재 지구 기온 상승은 태양 활동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죠. 이 믿음은 언론과 일반 대중에 널리 퍼져있는지 가끔씩 심심하면 등장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해프닝성 사건이 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220431870304  참조)
 하지만 실제적으로 보면 이전 데이터와 이번 데이터 모두 이와 같은 사이비 과학을 처절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더 정확한 데이터가 어떤 것인지를 두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겠지만,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현재 기온 상승은 태양 활동의 영향으로 설명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새로 발표된 자료가 더 신빙성이 있다면, 태양 활동이 변화는 사실상 최근 기온 변화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