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슈퍼 컴퓨터 경쟁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국가 전략 컴퓨팅 구상(National Strategic Computing Initiative, NSCI)을 만들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새로운 기구는 슈퍼컴퓨팅 부분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미 한계에 이른 기술적 정체를 돌파하며, 슈퍼컴퓨팅의 과실을 미국의 다른 산업과 연구 분야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슈퍼컴퓨팅 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미국입니다. 최근 슈퍼컴퓨팅 시장은 CPU와 코프로세서를 중심으로 두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는데, 제온 CPU와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를 밀고 있는 인텔과 여기에 대항해서 파워 PC의 IBM과 테슬라의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 같은 구성도 흔하지만, 라이벌 관계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죠.
엔비디아와 IBM은 2017-2018년을 목표로 서밋과 시에라라는 슈퍼 컴퓨터를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컴퓨터들은 100-300 페타플롭스급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엑사스케일 컴퓨터의 이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밋과 시에라. 출처: 엔비디아)
인텔 역시 자신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으며 더 강력한 제온 파이 프로세서를 통해서 엑사 스케일 컴퓨팅에 다가서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IBM, 인텔은 슈퍼 컴퓨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의 슈퍼컴퓨터 역시 이들의 프로세서를 수입해서 만든 것이죠.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슈퍼컴퓨팅 연구를 돕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일본과 중국은 미국보다 빨리 엑사 스케일 컴퓨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과의 경쟁 우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지금 투자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컴퓨터 성능 발전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이미 CPU 부분에서는 몇년 전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한계에 이른 미세 공정과 프로세서 설계 부분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슈퍼컴퓨팅 분야의 성과를 과학 및 산업의 다른 분야로 확산시키는 것도 새로 설치되는 NSCI의 주요 목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과거 슈퍼컴퓨터는 기상 연구, 핵물리학 연구, 기타 시뮬레이션 등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카테고리인 빅 데이터가 화두가 되고 있으며 당연히 슈퍼 컴퓨터가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결국 NSCI의 목표는 컴퓨팅 기술의 혁신, 그리고 그 혁신의 확산이라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지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Keep the United States at the forefront of HPC capabilities.”)
주로 국내 언론 기사는 중국을 뛰어넘을 슈퍼컴퓨터 개발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 현재 상태에서 미국의 우위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중국에 대한 견제도 포함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죠.
미국의 이러한 장기적 계획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현재 1등이라고 해도 앞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니까요. 내일 1등을 하기 위해서는 오늘 준비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단순히 빠른 컴퓨터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것을 어디에 활용하고 응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필요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판단은 성급할 수 있지만, 목표 설정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무슨 일만 벌이면 'OOO강국', 'OO 전문가 10만명 양성' 이라면서 열심히 홍보를 하는 한국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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