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구 온난화 정체기는 끝났는가?


  지난 10여 년간 지구 기온은 과거 수십 년에 비해서 많이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이 현상은 지구 온난화 정체기(global warming hiatus)로 불렸습니다. 1998년 역대 최고 기온이 갱신된 이후 2005년과 2010년의 온도는 거의 동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에 새로운 신기록이 수립되고 2015년 상반기에는 다시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면서 이제 온도 상승 정체기는 마무리 되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과연 그런지는 시간이 지나보면 명확해 지겠지만, 지구 온난화 정체기가 과연 끝났는직,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가장 그럴 듯한 해답은 사실 이 정체기가 10-20년 주기의 훨씬 큰 온도 변동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다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많은 연구들이 지구 온난화 정체기가 바다에서 더 많은 열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이와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지구의 열에너지 균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입니다.  Pacific Decadal Oscillation (PDO)과 Interdecadal Pacific Oscillation (IPO)라고 불리는 수십 년 단위의 변동은 엘니뇨와 지구 전체의 온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입니다. (아래 그래프)



(Seasonal 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s from NOAA, after 1920, relative to the mean of the 20th century. The seasons are defined as December-February, etc. A 20-term Gaussian filter is used to show the decadal variations (heavy black curve). (middle) The seasonal mean Pacific Decadal Oscillation (PDO) anomalies, in units of standard deviation. The positive (pink) and negative (light blue) PDO regimes are indicated throughout the figure. (bottom) Decadal average anomalies (starting 1921-1930) of GMST (green) along with piecewise slopes of GMST for the phases of the PDO (yellow). Credit: Kevin Trenberth/Data from NOAA, Author provided )
 PDO가 음의 값을 가지는 시기에는 지구의 표면 온도가 약간 하락하게 됩니다. 반대로 양의 값을 가질 때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변동과 지구 기온 상승 추세를 같이 보면 20세기 후반의 빠른 온도 상승과 이후 찾아온 정체기를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패턴은 수심 300m 이상의 표층 바다의 온도 상승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바다로 흡수된 열이 수심 300m 이하로 가라앉은 시기에는 표층 온도의 상승이 별로 없고 그 반대의 시기에는 온도 상승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지만, 좀 단순화시켜 설명하면 이렇다는 것이죠.
 이런 패턴이 일어나는 상세한 메카니즘과 앞으로의 변동 주기는 연구의 과제이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은 이제 지구 기온이 다시 20세기 말처럼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2014년과 2015년 사이 기온은 이전 기록을 모두 갱신하고 있는데, 앞으로 10여 년간 이것이 새로운 추세가 될 것인가 하는 부분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확실한 점은 아직 우리가 지구 열 균형과 기온 패턴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 온난화 정체기는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로 다양한 주장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일부 주장들은 서로 상충되는 내용도 존재하죠) 정확한 기후 예측을 위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구 대기 중 온실 가스 농도가 이미 산업시대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고 계속 증가 추세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대세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참고
 ​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