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는 여러 가지 건강 관련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소변 검사는 건강 검진에서도 혈액 검사와 함께 기본 검사로 들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얻기 쉽다는 점에서 소변 검사를 따라올 수 있는 체액 검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간편한 소변 검사를 이용해서 암을 조기에 진단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Translational Genomics Research Institute (TGen)의 무함메드 무타자 교수 (Muhammed Murtaza, M.B.B.S., Ph.D., an Associate Professor and Co-Director of TGen's Center for Noninvasive Diagnostics)가 이끄는 연구팀은 소변에 남겨진 작은 DNA 조각들을 분석해 암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본래 DNA는 큰 분자이기 때문에 쉽게 사구체를 통과해 소변으로 배출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작은 파편들이 나오면 이를 검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렇게 조직을 직접 채취하지 않고 세포에서 나온 DNA 파편을 이용해 암세포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을 액체 생검 (liquid biopsy)라고 하는데, 주로는 혈액 검사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장에서 한 번 걸러주기 전 혈액에서 DNA 조각을 검출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소변 액체 생검의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사람에서 채취한 소변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건강한 사람과 암 환자의 소변 샘플의 DNA 차이를 분석한 결과 암 환자만의 DNA 파편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수명이 짧고 쉽게 괴사하면서 DNA 조각을 혈액과 주변 조직에 남기게 됩니다. 따라서 혈액은 물론 소변에서도 DNA 파편의 패턴이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액체 생검이 쉽고 간편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암 세포는 인간 세포이기 때문에 DNA 역시 정상 세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암세포만의 특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환자 마다 다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암이 없는데 있다고 진단하거나 반대로 있는데 없다고 진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가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액체 생검이 아니라도 암을 조기 진단할 검사법은 많아 진단 못하는 건 괜찮지만, 괜히 없는 암이 의심된다고 하면 그 때부터 암을 찾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변 DNA가 아무리 얻기 편해도 이런 문제점이 있다면 임상에서 활용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변 액체 생검이 가능할지 알아보는 기초 연구입니다. 진단 정확도만 높일 수 있다면 소변 액체 생검은 상당히 간편한 암 검사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소변으로 나오는 DNA 조각이 아무래도 혈액보다 농도가 낮을 수밖에 없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1-02-cell-free-dna-urine-potential-method.html
Havell Markus et al, Analysis of recurrently protected genomic regions in cell-free DNA found in urine,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21). DOI: 10.1126/scitranslmed.aaz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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