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에는 우리몸 세포수보다 훨씬 많은 공생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숙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반대로 장내 미생물 역시 숙주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대표적인 영향은 음식물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식사를 하는지가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숫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장내 미생물이란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물을 분해해 먹고 사는 미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UC Riverside)의 과학자들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이용해 새끼 때 노출된 서구식 식생활이 이후에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용 새끼 쥐를 고지방, 고당분 식이를 준 그룹과 정상적인 먹이를 준 그룹, 그리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그룹과 아닌 그룹의 총 네 그룹으로 나눠서 3주간 노출시켰습니다. 그리고 모든 그룹을 정상환경에서 키운 후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될 시기인 14주가 지났을 때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새끼때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에 노출되었던 쥐는 성체가 되어서도 장내 미생물군이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Muribaculum intestinale 같이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하는 좋은 세균이 부족했습니다. 이 세균은 운동량이 많은 경우에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선행 연구에서도 운동이 좋은 미생물군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어린 시절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많이 한 경우 장내 미생물군이 성인까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쥐를 대상으로 했고 기간이 14주 정도로 짧긴 하지만, 어린 시절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과 운동 부족을 겪으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다만 인간에서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에 노출된 어린이가 커서도 건강이 나쁜 이유는 성인이 된다고 해서 식습관이 크게 개선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내 미생물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한 번 길들여진 입맛이 평생 가는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만큼 어린 시절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합니다.
참고
Monica P. McNamara et al, Early-life effects of juvenile Western diet and exercise on adult gut microbiome composition in mice,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21). DOI: 10.1242/jeb.239699
https://phys.org/news/2021-02-childhood-diet-lifelong-impac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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