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reconstruction of a Spinosaurus wading in the water and fishing. Credit: © Nicholls 2020)
종종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경쟁자처럼 대중에게 인식되는 (물론 살었던 시기와 장소가 달라 그럴 일은 없지만) 스피노사우루스 역시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과학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온 수각류 육식 공룡입니다.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과연 물에서 살았느냐 아니면 물가에서 살았느냐입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물속에서 헤엄치는 데 유리한 노 같은 길고 평평한 꼬리와 악어처럼 물갈퀴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발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유선형 생김새 역시 수영에 유리한 구조임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오랬동안 전체 골격이 발견되지 않아 얼마나 헤엄을 잘 쳤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헤엄치는 동물이라고 해도 고래부터 수달까지 매우 다양한 단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완전한 수생인지 반수생 동물인지에 대해서 논쟁이 오갔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거의 수생 공룡이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이 내용은 제 책은 포식자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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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런던 퀸 메리 대학의 데이빗 혼 박사 (Dr. David Hone, Senior Lecturer at Queen Mary)와 그 동료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 표본을 상세히 분석해 이들이 수생 공룡이라고 부를 만큼 헤엄을 잘 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악어류를 포함한 현생 반수생 및 수생 사지동물을 분석해 스피노사우루스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스피노사우루스의 긴 꼬리는 물에서 더 많은 항력 (drag)를 만들지만, 꼬리 근육의 힘은 악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속에서 악어만큼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물고기를 사냥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대안은 왜가리 같이 얕은 물가에서 빠른 속도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방식입니다. (사진 참조) 연구팀은 스피노사우루스가 물속 추적 전문가 (aquatic pursuit specialist)가 아니라 물가에서 사냥하는 일반적 (shoreline generalist) 공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피노사우루스의 여러 특징을 종합하면 최소한 다른 공룡보다 수영 솜씨가 뛰어났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화석 동위 원소 분석 결과 역시 이 공룡이 어류나 다른 해산물을 많이 잡아먹는 악어류의 패턴과 비슷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 첨예한 논쟁이 있는 것입니다.
쥐라기 공원처럼 공룡을 다시 살려내 확인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앞으로도 이 논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 역시 다양한 생태학적 지위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시체 청소부에 특화되었을수도 있고 누군가는 무리지어 사냥을 하고 또 다른 공룡은 물에서 먹이를 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식으로 서로 경쟁을 피하고 다양한 생존 전략을 택하는 것은 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영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스피노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에 흥미가 있지만, 아마 같은 시기에 살았어도 이 둘은 경쟁을 피하고 각자 번영을 누렸을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1-behaviour-giant-carnivorous-dinosaur-spinosaurus.html
David Hone et al. Evaluating the ecology of Spinosaurus: shoreline generalist or aquatic pursuit specialist?, Palaeontologia Electronica (2021). DOI: 10.2687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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