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rus TetV is able to replicate inside the algal cell (right panel, scale bar=1 μm), ultimately killing the cell and releasing free virus particles (inset, scale bar 0.2 μm). Credit: Christopher Schvarcz, UH Manoa, SOEST)
바이러스는 대개 광학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습니다. 오로지 숙주 세포에 침입한 후 숙주의 자원을 이용해서 증식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감염 및 복제, 그리고 바이러스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가 전부이며 생명 현상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장치가 없기 때문에 크기가 극도로 작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예외는 존재합니다.
최근 15년간 과학자들은 작은 박테리아에 견줄만한 크기를 지닌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크기를 줄여 숫자로 승부를 보는 생존 전력과 반대되는 방식인데, 각자 사연이 있겠지만, 이런 추세에 역행하는 바이러스들이 있는 것입니다.
하와이 대학의 연구팀은 하와이 오하후 해변에서 신종 거대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지름 0.2㎛ 정도로 역대급 크기를 지닌 거대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바이러스 대비 매우 큰 바이러스임에 분명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TetV-1라고 명명되었는데, 유일한 숙주가 단세포 조류인 Tetraselmis 이기 때문입니다.
테트라셀미스는 바닷물의 색을 변하게 할 만큼 크게 증식하는 단세포 조류로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는 생물입니다. 그런 만큼 개체수도 많고 밀도도 높아 바이러스의 숙주로 삼기에 이상적인 생물입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지만, TetV-1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TetV-1 감염시 여러 유전자가 숙주에 들어가게 되는데, 연구팀은 그 중 두 가지가 발효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점은 매우 특이한데, 바이러스나 조류 모두 발효를 하는 생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의 존재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연구팀은 어쩌면 바이러스가 숙주를 발효시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트라셀미스가 증식한 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게 되면 박테리아가 다시 이를 먹어치워 순환시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저산소 환경에 놓이면 바이러스가 제대로 증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산소 환경에서도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효소들이 작동할 수 있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렇다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거대 바이러스의 진화 이유는 이런 복잡한 번식 전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Christopher R. Schvarcz et al, A giant virus infecting green algae encodes key fermentation genes, Virology (2018). DOI: 10.1016/j.virol.2018.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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