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photomicrograph of a blood smear contains a macro- and microgametocyte of the Plasmodium falciparum parasite. Credit: Wikipedia.)
비록 치료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라리아는 여전히 매년 수억명의 사람이 감염되는 무서운 기생충 질병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주로 열대 지역에 있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사망자도 연간 50만명에 달합니다. 따라서 지금도 말라리아 원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웰컴 생거 연구소 Wellcome Sanger Institute 및 프랑스 국립 과학 센터 등 여러 연구소의 합동 연구팀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중요한 기생충인 열대열원충 (Plasmodium falciparum)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열대열 원충을 포함한 플라스모디움 원충은 대형 유인원에 감염되는 혈액 기생충에서 진화했습니다. 혈액 기생충의 기원 자체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열대열원충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람에만 감염을 일으키는 기생충으로 진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이들은 라베라니아 (Laverania)라는 그룹에 속하는 기생충으로 본래 고릴라에 감염되는 혈액 기생충이었으나 근연종인 사람으로 숙주를 변경한 후 인류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서 사람을 유일한 숙주로 삼는 기생충으로 진화했습니다. 열대열원충의 유전자와 침팬치, 고릴라 등 다른 근연종에 있는 말라리아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열대열원충의 주류는 5만년 전 등장했으며 사람에 특화된 기생충으로 진화한 것은 대략 3000-4000년 전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이런 적응은 인류의 숫자가 매우 많아져 기생충에게 매력적인 숙주가 된 것이 큰 이유였을 것입니다. 침팬치나 고릴라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문명화 이후 사람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아졌으니 숙주로 삼기에 매우 이상적인 생물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말이죠.
현재 인간에서 발생한 많은 질병이 사실 문명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많은 인구가 좁은 곳에 밀집되어 살아갈 뿐 아니라 정착 생활을 하고 항상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조건은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기생충과 세균, 바이러스 들에게도 쾌적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그런 삶을 포기할 순 없고 질병이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
Thomas D. Otto et al, Genomes of all known members of a Plasmodium subgenus reveal paths to virulent human malaria, Nature Microbiology (2018). DOI: 10.1038/s41564-018-0162-2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