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수각류 육식 공룡은 뭘 먹고 살았을까?





(This illustration shows puncture-and-pull feeding in predatory theropod dinosaurs, based on the results of the researchers' microwear analysis and finite element analyses. Credit: Sydney Mohr/Current Biology)

(Microwear patterns on the teeth of three theropods. Credit: Angelica Torices and Victoria Arbour/Current Biology)

(Different theropod dinosaurs, their teeth, and their different denticle shapes. All teeth are scaled to the same crown height for comparative purposes. Credit: Victoria Arbour/Current Biology)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대표적인 수각류 육식 공룡인 알로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스피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의 사냥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물론 멸종 동물이 어떻게 먹고 살았냐는 것을 복원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당시 생태계와 이들의 생존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최근 스페인 라리오하 대학 (Universidad de La Rioja, Spain)의 안젤리카 토리체스 (Angelica Torices)와 그 동료들은 수각류 공룡의 이빨 자국을 분석해 이들의 크기와 종류에 따른 먹이 섭취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만약 제가 책을 내기 전에 알았다면 포함시켰을 것 같은 재미있는 연구 결과 같습니다.










 연구팀은 공룡의 이빨 구조 및 이빨 화석에 남아있는 미세한 자국들을 연구해서 이들이 어떻게 먹이를 먹었는지를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백악기 후반기에 살았던 대부분의 수각류 공룡들은 복원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먹이를 물고 잡아당기는 방식 (puncture-and-pull system)으로 살점을 뜯어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사실 먹이의 숨통을 끊은 후 주로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이들이 주로 먹던 먹이가 초식 공룡처럼 크고 단단한 먹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역시 예상할 수 있듯이 모든 공룡의 먹이가 동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한 다양한 수각류 육식 공룡을 포함하는 코엘로사우리안 공룡 (coelurosaurian dinosaurs)은 모두 비슷한 형태의 물고 잡아뜯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새에 가까운 소형 수각류 공룡인 드로마에오사우루스와 트로돈 (troodontid)은 이빨 표면에 이런 미세 마모 흔적이 적었습니다. 이것은 이들이 비교적 작고 부드러운 먹이를 선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트로돈은 마모 흔적이 거의 없다시피해 이들이 아주 작고 부드러운 먹이 (주로 곤충 같은 무척추동물)를 주로 먹었음을 시사합니다. 이들이 현생 조류와 매우 가까운 그룹이라고 여겨지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결과입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소개했듯이 중생대 대형 육식 동물이라고 해서 다 초식 공룡만 사냥했던 것은 아닙니다. ( https://blog.naver.com/jjy0501/221251769407 참조) 일반적으로 초식 동물이든 육식 동물이든 경쟁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먹이를 노리게 되면서 종의 분화가 일어나고 생태계의 먹이 사슬이 점차 복잡해져 생태계의 다양성과 안전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중생대 역시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시기의 대형 육식 공룡의 주요 식사 메뉴는 당연히 초식 공룡이 1순위였겠지만, 스피노사우루스처럼 물속에 적응된 공룡은 어류를 포함한 다양한 수산물을 먹었으며 소형 육식 공룡은 곤충처럼 풍부하고 사냥하기 쉬운 먹이를 선호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먹이를 먹는 생활 방식이 현생 포유류나 조류처럼 공룡을 다양하게 분화시킨 원동력이었을 것입니다. 공룡 번성의 이유이자 결과가 바로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지금의 생태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다양성은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사회가 복잡해지고 각자 하는 일이 다른 사회에서는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개념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다양성을 허용하고 있는지 의문인 것 같습니다. 


 참고 


 Current Biology, Torices et al.: "Puncture-and-Pull Biomechanics in the Teeth of Predatory Coelurosaurian Dinosaurs" http://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8)30371-3 , DOI: 10.1016/j.cub.2018.03.04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