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nstruction of the Cambrian predator and stem-lineage euarthropod Anomalocaris canadensis, based on fossils from the Burgess Shale, Canada. Credit: Reconstruction by Natalia Patkiewicz)
(Model of the Cambrian stem lineage euarthropod Peytoia, based on fossils from the Burgess Shale. Top left: Closeup of the mouth parts and frontal appendages. Bottom right: Overall view of the body. Credit: Model and image: E. Horn.)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지금으로부터 5억4100만년 전 그전까지 없던 다양한 생물군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등장한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전 시기인 에디아카라기에는 현생 동물과 연관성을 알 수 없는 에디아카라 생물군이 평화롭게 번성했다면 캄브리아기 이후로는 매우 다양한 포식자가 등장해 지금과 비슷한 먹이 사슬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계에서는 캄브리아기 폭발에 대한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특히 곤충, 거미, 갑각류 등을 포함하는 절지동물문의 진화가 어느 시기에 시작되었는지가 큰 논쟁이었습니다. euarthropod (진절지류 정도로 번역?)의 등장이 분자 생물학적으로 6억-6.5억년 전이라는 주장이 있어왔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폭발보다는 점진적인 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화석상의 기록을 토대로 캄브리아기 이후 폭발적으로 진화했다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옥스퍼드 대학 자연사 박물관과 로잔 대학 (Oxford University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the University of Lausanne)의 연구팀은 화석 기록에 대한 매우 상세한 분석을 통해 당시 절지동물과 그 근연 그룹의 진화가 생각보다는 점진적으로 일어났지만, 캄브리아기 대폭발 시기와 어느 정도 겹치게 일어났다는 점을 저널 PNAS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절지동물의 조상이 등장한 건 아무리 빨라도 5억5000만년 이전은 아니라고 합니다. 캄브리아기의 시작 시점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등장한 절지동물은 이후 4천만년 간 점진적으로 다양하게 적응방산했습니다. 폭발이라는 단어는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생물이 등장했다는 뉘앙스를 주지만 사실은 캄브리아기 역시 짧은 시기가 아닙니다. 이 시기는 5560만년이나 지속되어 사실상 신생대 전체보다 약간 짧을 뿐입니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진화했더라도 우리가 지금 보는 다양한 생물이 등장하기에 부족한 시간이 아닙니다.
물론 어쩌면 에디아카라기에 절지동물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보존이 잘 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캄브리아기 전과 이후의 환경이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더구나 더 부드러운 몸을 지닌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화석도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실제로 절지동물의 조상이 존재했다면 화석으로 남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화석 기록은 항상 불완전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이 주장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에디아카라기 절지 동물 화석이 나오면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종종 학계에서 정설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새로운 증거앞에 뒤집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미 이 시기 지층에 대한 상당한 조사가 이뤄졌음을 생각할 때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캄브리아기 이전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다세포 동물의 화석이 나올지 궁금해지는 소식입니다.
참고
Allison C. Daley el al., "Early fossil record of Euarthropoda and the Cambrian Explosion," PNAS (2018). www.pnas.org/cgi/doi/10.1073/pnas.171996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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