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Imperial College London)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 (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대개 환경 오염 물질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인체에서도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암세포에 특이적인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검출하면 간단한 호흡 검사나 소변 검사 등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는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해서 연구가 진행 중인데, 식도암과 위암의 진단을 위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 검출 기술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조지 한나 교수(Professor George Hanna, lead author of the study at Imperial College London)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제 위암 및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호흡 검사를 통한 암 진단 기술을 테스트 했습니다.
이는 대상자 내쉬는 공기에 있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selected ion flow tube mass spectrometry (SIFT-MS)를 통해 분석해 암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총 335명의 대상자 (163명이 위/식도암 환자이고 나머지 절반은 정상 대조군)를 통해 진단 민감도와 특이도를 검증한 결과 모두 80%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둬 앞으로 호흡 검사를 통한 암 진단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JAMA Oncology에 발표되었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소식으로 들리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대상자가 대부분 어느 정도 진행된 암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Of the 163 patients with OGC, 123 (69%) had tumor stage T3/4, and 106 (65%) had nodal metastasis on clinical staging) 가장 치료가 쉬운 초기 위암이나 식도암 환자는 별로 포함되지 않아 위암이나 식도암의 조기 진단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검증이 어렵습니다. 물론 진행암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에 진단이 가능해야 합니다.
현재 위식도암의 기본 검사인 내시경 검사는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도 가능하고 비교적 초기 병변도 검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내시경 비용이 400-600파운드 (58-87만원)에 달해 우리 나라처럼 건강 검진에 포함시켜 검사하기는 극히 곤란합니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위암 발병률이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매년 1만5천명의 환자가 발병해 저렴하고 간편한 조기 검진 방법이 필요합니다.
실제 호흡 검사법이 상용화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우리 나라처럼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내시경 포함 의료 수가가 저렴한 나라에서는 이 방법이 훨씬 더 저렴하지 않는 한 도입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시경이야 수가를 원가 이하로 매길 수 있지만, 다국적 의약품 제조사에게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죠.
참고
Sheraz R. Markar et al. Assessment of a Noninvasive Exhaled Breath Test for the Diagnosis of Oesophagogastric Cancer, JAMA Oncology (2018). DOI: 10.1001/jamaoncol.2018.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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