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Alex McClelland, Bournemouth University)
(Tracking the footprints. Credit: Matthew Bennett, Bournemouth University)
(Footprint comparison. Credit: David Bustos, National Park Service)
1만년 보다 약간 이전, 인류가 아직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하지 않았던 시기 (물론 정확한 시점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남미와 북미 대륙에는 지금은 사라진 거대 포유류가 번성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매머드처럼 유명한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나무늘보(Sloth) 무리들이 존재합니다.
오늘날 나무늘보는 게으르고 평화로운 중간 크기 포유류 정도로 생각되지만, 당시 살았던 나무늘보의 생물학적 다양성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반수생 나무늘보가 있는가하면 몸길이가 6m에 몸무게 3톤에 달하는 대형 나무늘보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도착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바로 인류가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입니다. 인류의 과도한 사냥에 의한 개체수 감소가 대형 동물의 멸종 원인이라는 주장과 초기 인류가 대형 포유류를 사냥한 건 사실이라도 멸종까지 이르게 한 건 아니었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이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당시 원시적인 도구 밖에 없던 초기 인류가 어떻게 대형 포유류를 사냥했는지 역시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대형 나무 늘보는 다루지 않았지만...)
최근 본머스 대학 (Bournemouth University)의 연구팀은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국립 기념물에서 1만년 전 초기 신대륙 원시인과 거대 나무 늘보가 싸웠던 흔적으로 보이는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거대 포유류와 인간이 1:1로 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사람이 창과 같은 장거리 무기로 거리를 두고 공격하면서 거대 나무늘보를 둘러싼 것으로 보입니다. 발자국 형태를 분석하면 복원도처럼 유인하는 사람과 창을 들어 공격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무 늘보는 거대한 발톱이 있는 긴 손을 흔들며 방어했지만, 인간의 협공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영상)
발자국의 주인공들의 운명은 분명하지 않지만, 실제로 많은 대형 포유류가 사냥당했을 것입니다. 화석에 남아있는 흔적들이 창에 찔렸거나 혹은 도구로 손질당한 과거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이 진짜로 대량 멸종의 이유인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아무튼 거대한 짐승을 사냥하는 원시인의 모습이 우리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같습니다.
참고
David Bustos et al. Footprints preserve terminal Pleistocene hunt? Human-sloth interactions in North America, Science Advances (2018). DOI: 10.1126/sciadv.aar7621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