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fe-like reconstruction of Llanocetus denticrenatus, an ancient 'baleen' whale. Credit: Carl Buell)
수염고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입니다. 이렇게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비결은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생물량이 가장 많은 크릴 새우같은 작은 먹이를 노렸기 때문입니다. 수염고래는 이를 위해 물 속 플랑크톤과 작은 먹이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 같은 수염을 거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크릴 군집을 물과 함께 흡입하는 수염고래의 모습을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가장 작은 동물을 먹으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납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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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염고래의 진화는 여러가지 논쟁이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초기 수염고래의 조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염을 진화시켰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비교적 간단히 넘긴 문제지만, 사실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것입니다.
벨기에 왕립 과학원의 펠릭스 막스 Felix Marx of the Royal Belgian Institute of Natural Sciences 와 그 동료들은 남극에서 3400만년 전의 새로운 수염고래 두개골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Llanocetus denticrenatus라고 명명된 이 수염고래는 수염대신 날카로운 이빨이 특징인 고래입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수염고래 (Mysticetes)의 조상 화석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특징적인 수염을 지니지 않았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초기 수염고래가 사실은 이빨고래였다는 증거가 추가된 것입니다.
라노세투스는 몸길이 8m 정도로 현재의 수염고래보다는 작지만, 범고래에 견줄만큼 크고 강력한 포식자였습니다. 먹이도 작은 크릴 새우가 아니라 매우 큰 먹이를 주로 먹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럼에도 몸집 불리기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미 3000만년 전 이전에 여과 및 흡입 섭식으로 진행하는 수염고래의 조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라노세투의 발견은 수염고래의 진화가 일직선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적자 생존의 법칙이 한쪽 방향으로만 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죠. 결국 수염고래과에서 살아남은 것은 여과섭식을 하는 동물 뿐이지만, 이들이 여과 전문가가 되기 전에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먹이를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발견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최근 포스팅한 초기 사지류 및 양서류의 진화 과정입니다. 사지동물 및 양막류이 진화는 일직선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실 다양한 곁가지가 존재했으며 다시 물로 들어간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수염고래의 진화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참고
Current Biology, Fordyce and Marx: "Gigantism precedes filter feeding in baleen whale evolution" http://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8)30455-X , DOI: 10.1016/j.cub.2018.0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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