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Riverside researchers are the first to show that DNA methylation patterns in symbiotic aphid cells are related to host plant diet. Credit: Daniel Villafruela)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꿀벌도 아니고 꿀만 먹고 살수는 없는 일이죠. 하지만 우리는 고기만 먹는 육식동물이나 오로지 풀만 먹는 초식동물이 자연계에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들의 식사에 최적화된 소화기관과 대사과정을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습니다. 또 이들의 먹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영양소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튼 이들도 3대 영양소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진딧물은 오로지 단당류가 풍부한 탄수화물이 거의 전부인 식물의 수액만 빨아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설탕물만 먹고 사는 것과 다른 바 없는데 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까요? 과학자들은 그 비결이 공생 미생물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진딧물 자체는 탄수화물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능력이 없지만, 공생 미생물이 진딧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단백질과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공생 미생물이 장내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딧물의 공생 미생물은 이미 숙주와 너무 오랜 세월 공진화를 이룩해 아예 숙주 세포 내로 이동했습니다. 공생 미생물을 담고 있는 숙주세포를 bacteriocytes라고 부르는 데 사실상 공생 미생물과 세포 내 소기관의 중간 단계라고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진딧물의 비밀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닙니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미생물의 반응도 달라지게 되는데, 그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곤충학자인 앨리슨 한센 교수(Allison Hansen, an assistant professor of entomology at UCR)와 그의 대학원생인 김도협 (Dohyup Kim)은 저널 G3: Genes, Genomes, Genet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DNA methylation의 그 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DNA 메틸화는 DNA 자체의 변형을 주지 않으면서 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같은 유전자를 지녀도 다른 형질을 가질 수 있는 메카니즘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진딧물이 DNA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를 조절해 다양한 식물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를 글루타민으로 재활용하는 데 사용되는 유전자나 글루타민을 박테리오사이트 안으로 수송해 미생물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질소가 매우 적은 먹이에서도 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독특한 능력으로 진딧물은 글자 그대로 설탕물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은 진딧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먹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겠죠. 사람은 잡식 동물인 만큼 거기에 맞게 먹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참고
Dohyup Kim et al. Key Transport and Ammonia Recycling Genes Involved in Aphid Symbiosis Respond to Host-Plant Specialization, G3: Genes, Genomes, Genetics (2018). DOI: 10.1534/g3.118.200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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