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말 대멸종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멸종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공룡만 생각하지만, 하늘을 나는 익룡이나 어룡, 수장룡, 그리고 암모나이트를 비롯해서 많은 생물체가 멸종의 길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포유류와 조류의 조상 역시 멸종 위기를 겪었으나 겨우 살아남아 신속하게 텅빈 생태계의 자리를 채웠던 것이죠.
이 대멸종의 원인은 지금의 멕시코만에 떨어진 소행성 내지는 혜성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충돌이 과연 저 멀리 떨어졌던 극지방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을까요. 최근 연구는 그렇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미국 리드대학과 영국 남극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남극에 있는 세이모르(Seymour) 섬에서 6500만년에서 6900만년 사이 지층에 있는 해양 생물체 6000종의 화석을 연구했습니다. 이는 당시 해양 지층 생물조사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바닷속의 환경은 육지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변화가 적습니다. 더구나 운석 충돌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남극 바다라면 더 변화가 적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클립처럼 생긴 몸길이 2m의 기묘한 암모나이트인 Diplomoceras를 비롯한 중생대 해양 생물체의 다양성이 6600만년전 급격히 감소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대멸종 당시 생물종은 65~70% 가량 감소했습니다.
(동영상)
비교적 안전한 환경이었을 남극바다까지 이정도 피해를 입었다면 공룡을 비롯한 여러 중생대 생물들이 하나도 남지 못하고 멸종한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당시 소행성이나 혜성이 조금만 더 컸다면 포유류도 살아남지 못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도 상당 부분은 운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참고
James D. Witts et al. Macrofossil evidence for a rapid and severe Cretaceous–Paleogene mass extinction in Antarctica, Nature Communications (2016). DOI: 10.1038/NCOMMS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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