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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정자를 지닌 초파리



(Mating Drosophila fruit flies. Credit: Image: Stefan Luepold, University of Zurich)


 다세포 생물의 생식세포는 매우 독특하게 진화했습니다. 공평하게 둘이 유전정보와 세포 성분 (즉 영양 성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아니면 도 하는 식으로 유전 정보만 절반 있는 정자와 나머지 모든 것이 든 난자로 진화된 것입니다. 


 정자를 만드는 쪽은 수많은 정자를 만들어 후손을 퍼트릴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잡지만, 대신 매번 수정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0%가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난자를 만드는 쪽은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숫자에는 상당한 제한을 받지만, 대신 태어나는 새끼는 100%자신의 새끼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양 극단의 전략으로 발전해 암수가 나눠지게 된 이유는 아직도 확실히 모르지만, 반반 전략보다 이점이 더 많기 때문으로 해석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만, 아무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난자는 크고 정자는 작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정자의 수가 많아진 것은 일단 유전정보와 움직이는 부분 및 난자로 침투하는 부분만 있으면 되므로 크기가 작고 만들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른 수컷과 경쟁해야 하는 경우 많은 수가 무기가 되므로 하나의 정자만 있으면 되는 상황에서도 많은 정자를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 종은 숫자보다 크기로 승부를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파리 중 한 종(Drosophila bifurca)은 자신의 몸길이보다 훨씬 긴 정자를 만듭니다. 이들의 몸길이는 수 mm에 불과하나 정자의 길이는 6cm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암컷의 몸길이보다 훨씬 긴데, 이렇게 긴 정자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크기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긴 정자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이 의문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리히 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인 스테판 루폴드(Stefan Luepold, an evolutionary biologist at the University of Zurich)와 그의 동료들은 이런 거대 정자가 생성되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성선택이 중요한 진화압이라고 합니다. 


 이 초파리의 큰 정자는 역시 다른 수컷과의 경쟁을 위해서 커진 것입니다. 암컷 생식기가 크고 긴 정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자가 커진 만큼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강하고 큰 수컷은 충분한 수의 정자를 만들어 유리해지지만, 작고 건강하지 못한 수컷은 정자를 적게 만들어 경쟁에서 탈락됩니다. 결국 이런 변화는 암컷이 건강한 수컷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건강하고 우람한 (?) 초파리 수컷만이 후손을 남길 수 있게 되는데, 더불어 더 긴 정자를 만드는 수컷이 선택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와 같은 성선택을 통한 진화압은 몸길이의 20배라는 극단적인 길이의 거대 정자를 탄생시킨 이유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자연계에는 기묘하고 극단적인 진화를 한 생물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모두 많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한 가지 공통된 이유가 존재합니다. 기묘하지만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공통의 목표가 있는 것이죠. 


 참고 


Stefan Lüpold et al, How sexual selection can drive the evolution of costly sperm ornamentation, Nature (2016). DOI: 10.1038/nature1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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