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481 - 초고속 가스를 방출하는 블랙홀



(Artist’s impression depicting a compact object – either a black hole or a neutron star – feeding on gas from a companion star in a binary system. Credit: ESA - C. Carreau)


 천문학자들이 매우 독특한 블랙홀 2개를 발견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의 키로 핀토 박사(Dr Ciro Pinto from Cambridge's Institute of Astronomy)와 그의 동료들은 유럽 우주국의 XMM-뉴튼 관측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서 강력한 X선원의 정체를 밝혀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2200만 광년 이내 거리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X선 원으로 중간 질량을 가진 블랙홀입니다. 그런데 이 블랙홀은 동반성에서 가스를 빨아들이면서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가스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보통 블랙홀은 영화나 만화 등의 매체에서 거의 예외없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천체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이기도 합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빨려들어가는 물질이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랙홀 주변의 흡수되는 물질의 원반인 강착 원반과 여기에 수직으로 존재하는 강력한 물질의 제트는 블랙홀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강착 원반에서도 가스가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 매체에서는 우주선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면 멀쩡하게 다른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나 현실에서는 위치에 따른 중력에 차이가 매우 크게 작용해서 물질들을 모두 작은 크기로 분해하게 됩니다. 특히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은 이렇게 빨려들어간 물질이 마찰에 의해 뜨겁게 가열되어 온도가 섭씨 수백만도에 달하므로 대개 블랙홀에 근접하기 전에 우주선은 모두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렇게 뜨겁게 가열된 강착 원반에서 광속의 1/4에 달하는 초속 7만km의 빠른 가스가 모든 방향으로 방출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개념도 참조) 은하 중심 블랙홀이 아닌 평범한 블랙홀에서 발견되는 것 치고는 놀라운 일입니다. 


 이와 같은 블랙홀은 사실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지만, 블랙홀 주변의 강착 원반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과거 제시된 에딩턴 한계를 넘어서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에서 제트 이외에 이렇게 여기 저기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 같습니다. 물론 불운한 우주선과 주인공은 실제 블랙홀 주변에서 원자 단위로 갈려지겠지만 말이죠. 


 참고 


Ciro Pinto et al. Resolved atomic lines reveal outflows in two ultraluminous X-ray sources, Nature (2016). DOI: 10.1038/nature1741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제한적인 효과만을 확인한 렘데시비르

   현재 렘데시비르는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중증 코로나 19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이 부족해서 갑자가 중증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날 경우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경증이나 무증상은 당연히 치료가 필요없거나 대증 요법 정도)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에 급한 연구는 아니지만, 나중에 수급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낮아질 때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다아애나 브레이너드 박사 ( Dr. Diana Brainard of Gilead Sciences )는 병원에 입원이 필요했던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584명을 렘데시비르 5일, 10일 투여 실험군과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으로 나눠 임상 경과, 사망 등 중요한 합병증 발생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40% 이상은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57세였습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2%, 5일 투여군의 2%, 10일 투여군의 1%가 사망했으나 사망자 수가 4명, 3명, 2명 정도로 통계적 차이를 판단하기에는 사망자 수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5일 투여군에서 임상 경과가 다소 호전되는 것을 판단했으나 10일 투여군에서는 통계적 차이를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확실한 임상적 이득이 없었습니다.     5일 투여량만 해도 가격이 312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등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설령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공급이 불안해 중증 환자 투여 물량 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뛰어나면서 저렴한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비타민 D - 우울증 예방 효과는 없다

   다른 비타민과 마찬가지로 비타민 D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입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한 경우 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여러 질병에서 비타민 D 부족이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에도 비타민 D 부족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햇빛을 받아 생성되는 비타민 D 부족이 계절성 우울증 장애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의 원인일지 모른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하버드 의대와 메사추세스 종합 병원(MGH)의 연구팀은 비타민 D3 (cholecalciferol) 보충제를 사용한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비타민 D 복용이 우울증 예방에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종합 비타민제 혹은 단독으로 사용되는 비타민 D 보충제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평균 67세의 건강한 성인 남녀 18,3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콜레칼시페롤 (비타민 D3) 2000 IU 혹은 위약을 받아 5년간 복용했습니다. 우울증의 정도는 8-item Patient Health Questionnaire depression scale [PHQ-8]로 측정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분명한 비타민 D 결핍증이 있는 경우는 제외했는데, 의학적으로 보충이 필요한 정도의 결핍이라면 치료를 하는 게 맞지 위약을 5년이나 주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구의 목표는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에서 비타민 보충제가 혹시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우울증 발생률은 두 그룹에서 별로 차이가 없었으며 연구 시작과 종료 시점에 그룹 내에서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비타민 D가 부족하지 않...

코로나 19 감염 위험성이 큰 동물은?

  ( A new genomic study ranks the potential of the SARS-CoV-2 spike protein to bind to the ACE2 receptor site in 410 vertebrate animals. Old World primates and great apes, which have identical amino acids at the binding site as humans, are predicted to have a very high propensity for binding ACE2 and are likely susceptible to SARS-CoV-2 infection. Credit: Matt Verdolivo/UC Davis )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SARS-CoV-2는 사스 및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박쥐를 자연 숙주로 삼는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입니다. 따라서 본래 박쥐에 살던 바이러스가 중간 단계를 거쳐 사람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SARS-CoV-2 역시 사람에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종을 넘어 다른 포유류나 조류, 혹은 척추동물에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로인 ACE2 수용체는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SARS-CoV-2와 ACE2 수용체의 결합 수준은 동물마다 큰 차이가 있어 감염 위험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UC Davis)의 조안나 다마스 (Joana Damas)와 그 동료들은 410종의 척추동물에서 ACE2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해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ACE2 수용체 전체가 아니라 25개의 아미노산 배열이 특히 결합력에 큰 영향을 미쳐 감염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연구 결과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사람과 가까운 침팬치, 고릴라, 보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