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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DNA를 얻어 무성생식으로 번성하는 생물



(The tiny rotifer has thrived for millions of years without sex. Credit: Flickr/Specious Reasons, CC BY-NC)


 현대 진화론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은 성의 진화에 대한 큰 의문을 품었습니다. 고등 동식물은 대부분 암수 성분화를 통해서 자손을 남기는데,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짝짓기를 못하는 경우도 흔하고 운 좋게 짝짓기를 하더라도 이를 위해서 많은 에너지와 위험을 감수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수컷 공작은 짝짓기를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화려한 깃털을 진화시켰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을 감수하고 성의 진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유성 생식이 무성 생식을 능가하는 이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가장 흔한 해석은 유성 생식을 통해서 유전자를 교환해 생존에 유리한 다양한 후손을 남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에는 이보다 더 놀라운 전략을 쓰는 생물들도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담륜충(rotifer)가 그것으로 1mm 이하의 작은 동물이지만, 한 가지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동물의 DNA를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죠. 


 담륜충은 유성생식과 무성생식 모두가 가능한 동물입니다. 그런데 이중에 한 종류인 bdelloid 는 놀랍게도 6000만년 정도 무성생식을 통해 진화한 것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흥미롭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유전자 가운데 8%는 외래종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유전자를 추출한 생명체는 박테리아나 단세포 조류(algae)로 생각됩니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처럼 다른 생명체의 유전자를 추출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동물은 이외에도 몇몇 존재합니다.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죠. ( http://blog.naver.com/jjy0501/220263304730 참조) 이런 수평적 유전자 전달은 담륜충이 오랜 세월 무성생식을 하면서도 주변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보입니다. 유성 생식을 통해서 다양한 자손은 만들지 못하지만, 대신 남의 것을 추출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대체 이 생물체가 어떻게 유용한 DNA를 가려내 정확하게 삽입하고 이를 후손에게까지 전달하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확실한 건 생물의 진화라는 것은 놀랍다는 것이죠. 


 어쩌면 이 생물이야말로 궁극의 모태 쏠로 생명체인지도 모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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