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미국에서 소득에 따른 기대 수명 차이 더 커졌다. 이유는?




 과거부터 소득에 따라 평균 수명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20세기 전반까지는 보통 그 이유가 저소득층이 영양상태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것이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저소득층은 잘 먹지도 못하고 오염된 환경이나 식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의료 서비스를 잘 받기 어려운 것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에는 그 이유가 약간 바뀌게 됩니다.


 최근 저널 JAMA에 2001-2014년 사이 미국 내의 사망률과 소득 수준, 기타 여러 건강 관련 데이터를 종합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408,287,218 인년(person-year)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내 40세에서 76세 사이 인구 집단을 조사한 것으로 총 4,114,380건의 남성 사망과 2,694,808건의 여성 사망 케이스를 지역, 소득, 기타 데이터와 함께 조사한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특기할만한 부분은 그 사이 의료수준의 발전과 평균 수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실 저소득층의 수명은 하나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01년에서 2014년 사이 기대 수명은 상위 5% 소득을 지닌 성인 남녀에서 각각 2.34/2.91 년 증가한 반면, 소득 하위 5%에서는 불과 0.32/0.04년 증가해 사실상 거의 증가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습니다. 상위 1%와 하위 1% 소득의 기대 수명차이는 무려 14.6년에 달했습니다. 즉,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 소득에 따른 기대 수명의 차이는 줄어들지 않고 더 커졌습니다. 


 이전부터 미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 빈부 격차 수준이 높고 선진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오바마 케어 이전)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었던 나라였습니다. 따라서 소득에 따른 유병률이나 사망이 비교적 크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돈이나 보험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았다가 사망한 사건들이 심심않게 뉴스로 보도됩니다. 그리고 국민모두에게 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오마바 케어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될 만큼 의료 접근성 문제가 항상 이슈였습니다. 따라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기대 수명이 크다는 것은 미국의 의료 현실을 고려할 때 별로 놀랍지 않은 이야기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의료 접근성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저소득층의 높은 사망률과 낮은 기대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에 대해서 분석한 연구팀은 저소득층에서 짧은 수명과 연관성이 높은 인자로 흡연율, 비만, 운동 부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이전 역학 조사에서도 드러났던 사실로 실제로 21세기의 역설이지만, 이제는 저소득층이 오히려 칼로리 섭취량이 높아 비만한 경우가 많은 게 미국의 현재입니다. 이는 높은 열량을 지닌 패스트푸드 등 정크 푸드에 쉽게 노출되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여기에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율이 오히려 더 높은 것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더불어 대개 여가 시간이나 자기 관리를 위한 시간 투자가 소홀하기 쉬워서 운동량 역시 부족한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저소득층에서 기대 수명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해야 할 여러 가지 보건 의료 정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만을 막기 위해 열량 섭취를 줄이고 운동은 늘리며 흡연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이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정상적인 인구 집단에서 권장해야 할 건강 습관입니다. 


 (여담이지만 물론 이것과 관계없이 저소득층에게도 충분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참고 


 Raj Chetty et al. The Association Between Income and Life Expectancy in the United States, 2001-2014, JAMA (). DOI: 10.1001/jama.2016.422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