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간은 인간세포보다 더 많은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세균이 핵을 가진 동물 세포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특히 장에는 아주 많은 수의 장내 세균이 살면서 건강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장내 세균이 가스를 만들거나 섬유질을 분해하거나 혹은 우리가 흡수할 수 있는 영양분을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장점막에 병원성을 가진 세균이 함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유지합니다. 이는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세균들이 숙주의 면역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이들이 인슐린 저항성이나 당뇨 같이 내분비 질환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연구자들은 1135명의 대상자에서 추출한 대변 샘플에서 125종의 장내 세균을 분석했습니다. 사실 우리 대변의 상당 부분은 세균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세균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110가지 인자들에 대한 조사가 병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생활 습관 요인이 장내 세균의 종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커피나 와인 섭취는 장내 세균의 종류를 증가시키는 반면 우유나 고열량 식이를 좋아하는 경우 종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장내 세균 다양성을 보이는 경우는 요거트나 버터밀크 같은 유제품 섭취와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발효 유제품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커피나 와인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식생활 습관이 장내 세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흔히 처방받는 약물에 대해서는 항생제 이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장기간의 항생제 사용은 상당수의 장내 세균을 죽여서 장내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외에도 제산제나 메트포르민 같은 당뇨약 역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장내 세균이 다양할수록 건강한 생태계라고 보기 때문에 역시 요거트 같은 발효 유제품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장내 세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식생활 습관 및 기호품 섭취는 물론이고 약물 섭취, 기타 생활 습관이 모두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장내 세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Population-based metagenomics analysis reveals markers for gut microbiome composition and diversity," Science, DOI: 10.1126/science.aad3369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