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
티벳 고원은 해수면에 가까운 지상보다 대기 밀도가 낮아 여기에 적응된 동식물이 아니라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티벳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축들이 있습니다. 티베탄 마스티프 (Tibetan mastiff)는 티벳 고산 환경에 적응한 유일한 견종으로 보통 개라면 숨에 차서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양떼를 몹니다. 몸집도 큰 대형견이 어떻게 이런 환경에 잘 적응했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네브라스카 링컨 대학의 제이 스토즈와 토니 스그노어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s Jay Storz, Tony Signore) 및 그 동료들은 이 신비를 풀기 위해 티베탄 마스티프의 유전자를 조사했습니다. 유전자 연구 결과는 고산 환경에 적응한 비결이 티벳 고원에 사는 야생 늑대와의 이종 교배라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이종 교배는 초기 티벳 정착민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지상에서도 양떼를 사람 혼자서 몰고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적응이 됐다고 해도 산소 농도가 낮은 고산 지대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늑대와의 교배를 통해 티베탄 마스티프는 야생 늑대와 싸울 수 있는 힘과 덩치를 얻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더 상세히 분석해 티베탄 마스티프의 저산소 환경 적응 능력이 헤모글로빈에서 단지 두 개의 아미노산 변화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유전자가 이종 교배를 통해 늑대에서 개로 옮겨온 것입니다. 이 돌연변이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결합 능력을 50% 더 높여 저산소 환경에서도 산소를 충분히 운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견종이나 늑대도 헤모글로빈 변이를 통해 산소 운반 능력을 높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소와 잘 결합한다는 이야기는 잘 분리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산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변이를 가진 유전자는 본래 비활성화 상태로 존재했다가 환경이 변하면서 활성화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혈통이나 형질이라는 다소 애매한 개념으로 유전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구체적인 기전을 증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밝혀진 부분보다 밝혀야할 부분이 더 많은 건 여전하지만, 인류의 지식이 그만큼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참고
Anthony V Signore et al. Adaptive Changes in Hemoglobin Function in High-Altitude Tibetan Canids Were Derived via Gene Conversion and Introgression,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2019). DOI: 10.1093/molbev/msz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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