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 섬유(dietary fiber)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식이 섬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식이 섬유에 정의와 종류에 대한 것입니다.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다뤘던 내용을 더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책 정보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535342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양학 교과서에는 식이 섬유에 대해서 '주로 식물이 세포벽에 존재하면서 식물의 형태를 유지하는 섬유로 포도당의 알파 결합과는 달리 베타 1,4 결합으로 연결되어 인체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 (고급영양학)에서는 탄수화물 가운데 다당류이 일종으로 소개학 있는데, 이는 좁은 의미의 식이 섬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이섬유가 탄수화물의 일종이라고 하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우리가 식이섬유라고 부르는 물질들은 대부분 다당류입니다. 식이섬유의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다당류 탄수화물 가운데 인간이 직접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실 초기에는 식물 세포벽 잔여 물질로 인간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다당류 탄수화물이기는 한데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가수 분해되지 않는 것이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단당류가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식이섬유의 대표격인 셀룰로오스의 예를 들면 포도당이 알파 결합을 하지 않고 베타 1,4 결합으로 (β(1→4) linked D-glucose units) 연결되어 있어 사실 사람뿐 아니라 다세포 동물은 이걸 분해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이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흰개미부터 소에 이르기까지 초식 동물은 모두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섬유질을 분해합니다.
참고로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이 매우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 줄의 분자가 수소 결합으로 단단하게 다시 결합되어 세포벽 같은 단단한 구조물을 만들기 적합합니다. 덕분에 식물을 지지하는 중요한 다당류 분자가 되는 것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포도당이 길게 연결된 분자라는 점은 녹말(전분)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녹말은 포도당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고 셀루롤오스는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점의 차이입니다.
(A triple strand of cellulose showing the hydrogen bonds (cyan lines) between glucose strands. This image shows the atomic structure of three strands of fiber, or cellulose. White balls are hydrogen atoms, black balls are carbon atoms, red balls are oxygen atoms, and turquoise lines are electrostatic hydrogen-bonds.)
초창기에는 이런 섬유질이 사람은 어차피 소화시키지 못하는데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그냥 같이 먹어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되는 물질로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현재처럼 식이 섬유 권장 섭취량이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식이 섬유의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해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고 식이 섬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셀룰로오스나 역시 식물 세포벽 유래 성분인 헤미 셀룰로오스 등만 식이 섬유로 정의했다면 사실 식이 섬유의 정의가 매우 간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가 계속되면서 셀룰로오스 이외에도 다양한 고분자 탄수화물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그 정의를 넓혀서 식물 세포벽 유래 성분은 물론 포유동물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 성분 전체로 정의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정의에 의하면 식물 유래성분은 물론 키틴, 키토산 같은 동물 유래 성분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가마다 식이 섬유의 정의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 인용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식이섬유의 정의는 Association of Official Analytical Chemists International
(AOAC)에 수재되어 있는 소화되지 않는 식물 유래 탄수화물을 분리하는 다양한 방법들로 분석될 수
있는 식이섬유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Association of Official Analytical Chemists International,
2012). 반면 캐나다에서는 식물성 난소화성 성분만을 섬유로 정의하고 있다(IOM, 2006). 영국에서는
식이섬유를 Englyst와 Cummings의 방법이나, 이와 유사한 방법에 의해 측정되는 비알파글루칸
(nonalpha-glucan)인 비전분다당류(non starch polysaccharide)로 정의하고 있다(SACN 2008)."
내용이 복잡해지는 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도의 정의는 없지만, 광범위한 정의를 받아들여 '사람의 소화효소로 분해하기 어려운 난소화성 고분자 섬유성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식물성 유래 성분은 물론 동물성 유래 성분까지 포함해서 식이 섬유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우리가 섭취하는 식이 섬유는 대부분 식물성 유래 성분입니다. 셀룰로오스가 그 대표격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식이 섬유를 나눌 때 동물성 식물성으로 크게 분류하기보다는 물에 녹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크게 분류한다는 사실입니다. 물에 잘녹으면 수용성, 잘 녹지 않은면 불용성 식이 섬유라고 합니다.
- 불용성 식이 섬유
전통적인 의미의 식이 섬유로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이 대표적이지만, 동물 유래 성분인 키틴, 키토산 역시 포합됩니다. 이름처럼 물과 친화력이 적어서 잘 녹지 않으며 장내 박테리아도 잘 소화시키지 못하므로 대변과 함께 배출됩니다. 실제 우리가 화장실에 확인할 수 있죠. 결국 불용성 식이 섬유는 배변량을 증가시키고 장운동을 자극해서 변비를 예방합니다.
- 수용성 식이 섬유
수용성 식이 섬유는 아마도 광고 때문에 더 친숙할 것입니다. 펙틴, 검, 뮤실리지, 알긴산, 한천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수용성 식이 섬유는 물과 친화력이 좋아서 점성이 있는 젤을 형성합니다. 그러면 당, 콜레스테롤 같은 영양분을 흡착해 흡수를 지연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동시에 담즙산과 결합 콜레스테롤 재흡수를 방해해서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습니다.
수용성이든 불용성이든 식이 섬유는 충분하게 섭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은 채식 위주로 섭취량이 부족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에 이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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