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1500 년 된 대변 화석이 알려준 진실



 분석 (Coprolite) 는 동물의 배설물이 공기와 차단되어 분해되지 않고 화석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분석 안에는 그 동물이 살았던 시기에 먹었던 음식물의 잔해와 더불어 기생충의 알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어서 고생물학이나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과학적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고학의 예를 들면 여기서 발견된 기생충의 알을 통해 그들이 주로 섭취했던 음식의 종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기생충에 주로 감염되어 있었는지도 알 수 있겠죠. 그런데 최근에는 분석 내부에 남아있는 미생물과 곰팡이의 DNA 를 추출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분석 기법이 마련되었습니다.


 미국 미생물학회 연례 학회 (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푸에르 리코 대학의 제시카 리베라-페레즈 (Jessica Rivera-Perez of the University of Puerto Rico, Rio Piedras) 가 이끄는 연구팀이 서기 200 - 400 년 사이에 살았던 사람들의 것으로 생각되는 분석을 분석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 한 결과 그들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1500 년 전의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분석 (대변의 화석) This shows 1,500 year-old fossilized feces (coprolite) discovered in Vieques, Puerto Rico. "The study of the paleomicrobiome of coprolites supports the hypothesis of multiple ancestries and can provide important evidence regarding migration by ancestral cultures and populations of the Caribbean," says researcher Jessica Rivera-Perez. Credit: Center of Archaeological Research of the University of Puerto Rico, Rio Piedras (use with attribution)  )


 연구자들은  대략 카리브해에 존재하는 주거 유적지에서 찾아낸 분석을 통해서 이들이 어디에서 기원한 원주민인지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의 가설에 의하면 카리브해에 있는 원주민들은 적어도 두가지 기원을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는 베네수엘라의 살라데로 (Saladera) 에서 부터 배를 타고 온 주민들 (Saladoid) 이고 두번째 안데스 콘도르 (Andean condor) 로 대표되는 장식을 지닌 안데스계 주민들인 휴코이드 (Huecoid) 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인 배경과 생활 양식을 지닌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서로 다른 식습관을 있는 인종 그룹들은 서로 다른 장내 미생물군집 (microbiome) 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많은 미생물의 DNA 를 통채로 분석하는 미생물군집 연구는 최근에 크게 발전을 보이는 분야 가운데 하나인데 여기에는 최신의 고고학 기법인 고미생물군집 (paleomicrobiome) 연구도 포함됩니다.


 이미 오래전 화석화된 분석에서 DNA 를 추출한다는 것은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분석 내부에 남아 있는 미생물이 이미 다 사멸한 후라도 그 DNA 는 일부 남아 현대의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쿠어스 (Vieques, Puerto Rico)에서 발굴한 분석의 고미생물군집 분석 결과는 휴코이드 문화의 주인공들이 아마도 저 멀리 볼리비아 안데스 (Bolivian Andes) 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오래된 대변의 화석에서 DNA 를 추출해서 고대인의 기원과 생활 환경을 재구축한다는 것 자체로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분석을 생성한 주인공 (?) 은 큰일을 볼 때 자신의 대변이 훗날 학문에 이렇게 큰 기여를 할지 아마 상상도 못했겠죠.


 참고


 http://phys.org/news/2014-05-microbes-year-old-feces-archeological-theories.html




댓글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