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 년 11 월 30 일, 일본의 JAXA 는 금성 탐사선 아카로스 (IKAROS : 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 가 최초로 솔라 세일 (Solar Sail) 을 이용해서 행성간 탐사 (지구에서 금성까지) 를 우주선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향후 우주 탐사에서 솔라 세일을 응용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놓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JAXA 의 이카로스의 이미지 http://en.wikipedia.org/wiki/File:IKAROS_solar_sail.jpg )
솔라 세일은 이름 처럼 태양빛 (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가시광선 영역을 포함해서 태양에서 나오는 모든 방사선을 포함하는 개념) 을 바람 처럼 받아 범선 처럼 속도를 내는 방식입니다. 솔라 세일은 태양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압력을 이용해서 가속 혹은 감속을 하는 추진 방식이기 때문에 태양에 근접한 궤도에서 추가로 연료를 싣지 않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신 그 압력이 매우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선의 크기에 비해 매우 큰 돛을 달아야 하며 오랜 시간 가속을 해야 합니다. 반면 거의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공기 마찰이 없으므로 가속을 할 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솔라 세일의 딜레마는 태양에서 나오는 방사압 (radiation pressure) 가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극도로 낮다는 것입니다. 이점은 우리가 일광욕을 해도 압력을 느낄 수 없는 것과 일맥 상통한 이야기입니다. 태양에너지의 방사압이 낮은 것은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솔라 세일을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들에게는 항상 골치거리였습니다.
왜냐하면 태양 - 지구간 거리인 1 AU 거리에서 가로 세로 1 km 에 달하는 (즉 1 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솔라 세일이 낼 수 있는 힘이 경우 9 N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1 AU 에서 우주 공간에서의 태양의 복사 에너지는 1370W/㎡ 인데 이 에너지를 90% 반사시켜 추진력을 만들 수 있는 솔라 세일 (실제 만들 수 있는 세일을 가정하면) 의 경우 그 실제 압력은 8.22 μN/m2 에 불과합니다. 만약 우주선이 1 AU 보다 태양에서 더 먼거리에 있다면 그 힘은 더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거대한 솔라 세일이 만드는 추력이 사실은 kN 급의 추진력을 내는 소형 제트엔진만도 못한 셈인데 이걸로 어떻게 이카로스가 금성까지 갈 수 있는지 의아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비결은 꾸준한 가속과 더불어 사실상 마찰이 거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아무리 느리게 가속해도 지속적인 가속도가 주어지면 마찰이 없는 이상 (거의 진공에 가까운 만큼 공기 저항을 무시할 수 있음) 속도는 빨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F=ma (F = 힘, m = 질량, a = 가속도) 라는 공식을 생각하면 결국 힘이 고정된 상태에서 가속도를 높이려면 질량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솔라 세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극도로 가볍고 얇으면서 아주 큰 돛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카로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카로스에 사용된 솔라 세일은 20 x 20 미터급으로 우주선 본체에 비해서는 매우 크지만 사실 솔라 세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나오는 추력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솔라 세일이 기술적인 실증이라는 관점에서보면 아주 큰 업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카로스의 솔라 세일은 거대한 천 같은 구조로 그 두께는 불과 7.5 마이크로미터 (㎛) 에 불과합니다. 무게는 평방미터당 10 그램에 지나지 않으며 전체 구조 (천 + 기타 부속품) 의 무게 역시 2 kg 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세일 위에 25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박막 태양전지를 통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본체와 (315 kg 급) 줄로 세일을 연결했습니다.
(이카로스의 구조
1 (blue square on a line) Tip mass 0.5 kg, 1 of 4
2 (orange rectangle) Liquid crystal device, 1 of 80
3 (blue square) Membrane 7.5 um thick, 20 metres diameter
4 (black rectangle) Solar cells 25 um thick, 1 of many
5 (yellow and blue lines) Tethers
6 (blue disc) Main body
7 (yellow dots) Instruments
그런데 실제 우주에서 이 얇은 천 같은 솔라 세일을 펼치고 모양을 유지시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실제 돛처럼 돛대를 이용해서 펼치게 되면 애써 무게를 줄인 의미가 없게 될테고 반대로 제대로 펼쳐지지 않으면 제대로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받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JAXA 의 엔지니어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회전하는 우주선에서 0.5 kg 짜리 추 4 개를 달아 그 원심력으로 돛이 펴진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Credit : JAXA)
(이카로스의 임무 요약 Credit : JAXA )
2010 년 5월 21일 발사된 이카로스는 2010 년 12 월 8일 금성에서 80800 km 떨어진 지점을 지나면서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개의 단순한 돛을 이용해서 어떻게 금성까지 궤도를 잡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 공간에서 실제로는 태양 중심 궤도를 따라 우주선이 이동한다는 사실과 돛이 일종의 거울 같은 역할을 해서 추력을 얻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션 설명 영상에서 3 분 20 초 이후를 참조 )
(세일과 태양 방사선의 각도에 따라서 감속하는 힘을 받을 수도 있고 (오른쪽) 가속하는 힘을 받을 수 도 있음 (왼쪽). Source : unknown)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실은 우주선, 금성, 지구 모두 태양의 중력권안에 있으며 이들의 관계는 마치 지구와 그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태양 궤도에서 가속을 하면 궤도가 태양에서 먼쪽으로 이동하는데 이 경우 화성이나 목성 같은 태양계 외곽 행성을 탐사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감속을 하면 금성이나 수성 같은 더 안쪽의 행성들로 가게 됩니다. 지구 궤도에서 인공 위성이 가속을 하면 더 높은 궤도로 전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태양 주변의 우주 공간에서 다른 에너지의 흐름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며 주된 힘은 태양에서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태양계 안에서 내행성이나 혹은 외행성을 탐사하는 목적이라면 범선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돛은 필요 없습니다. 이런 돛의 목적 중 하나는 다양한 방향에서 오는 바람을 받아서 전진하는 것인데 솔라세일을 그렇게 만들면 쓸데없이 무게만 증가하고 콘트롤 하기도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냥 가장 큰 돛 하나만 잘 만드는 것이 상대적으로 질량을 줄이고 방향을 조절하기 용이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솔라세일에도 매우 여러가지 디자인이 있으며 이카로스에 사용된 것은 가장 심플한 형태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속은 물론 가속, 그리고 방향전환을 자유자재로 하기 위해 반사경을 포함한 (즉 태양빛을 2 회 이상 반사시켜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 복잡한 디자인의 솔라 세일이 제안된 바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개발이 어려울 것 같고 한동안은 이카로스에서 나온 디자인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나사나 유럽 우주국에서도 솔라 세일을 연구 중이지만 (http://blog.naver.com/jjy0501/100168356667 참조) 실제 이를 행성간 우주 탐사선에서 실증한 것은 일본의 JAXA 가 처음입니다. JAXA 는 이후 이 기술을 목성 같은 외행성 탐사에도 응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솔라세일을 통해서 얻어지는 추력은 매우 작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더 큰 솔라 세일이 필요한데 앞으로 소재 기술을 포함해서 여러가지 신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부에서 생각하는 항성간 여행을 위한 솔라 세일은 아직은 갈길이 매우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역시 일본에서 이걸 이렇게 그리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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