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 세기에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 시대 이전과 비교해서 섭씨 0.74 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구 모든 곳에서 온도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극지방은 저위도 지방에 비해서 온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해 어떤 지역은 섭씨 3 도 이상 높은 온도 상승을 보이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거의 온도변화가 없거나 심지어는 하락한 지역조차 존재합니다.
이렇게 지역별로 온도 상승의 정도가 다르고 또 같은 지역에서도 계절적인 분포 (예를 들어 여름도 길고 더워졌지만 겨울도 더 추워지는) 가 매우 다양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엘니뇨와 라니냐는 4-5 년 정도 주기의 지구 기온 변화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상 이변을 동반합니다. 아무튼 지구는 역동적인 행성이고 평균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이 모든 지역에서 같은 수준으로 조금 기온이 오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점이 과학자들에게는 더 큰 우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은 지난 수십년간 평균 기온이 가능 크게 상승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데 그린란드 지역에는 지구상에서 남극 다음으로 큰 대륙 빙하가 있습니다. 만약 이 빙하가 다 녹게 되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7 미터 상승해서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와 토지가 물에 잠기는 등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에 현재 기후 변화와 빙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시선이 그린란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난 30 년간 그린란드 일부 지역의 기온은 100 년이 아니라 10 년만에 평균 섭씨 1 도가 상승했습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의 가파른 기온 상승입니다. 그에 따라 최근 그린란드의 육지 빙하가 계속 질량을 잃고 (본래는 녹는 얼음과 쌓이는 눈에 의해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있는데)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현재 그린란드의 기온 상승은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최근 워싱턴 대학 (University of Washington) 의 과학자들은 이렇게 가파른 기온 상승의 이유가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이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1981 년에서 2007 년 사이 북극권의 온도 상승 정도 Arctic temperatures from Satellite Data 1981-2007. Public domain image. )
워싱턴 대학의 대기 과학자인 씽화딩 (Qinghua Ding, a UW research scientist in atmospheric sciences) 및 그의 동료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동부의 비 정상적인 기온 상승의 이유를 연구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그린란드에서 캐나다 북동부 북극권에 이르는 지역의 가파른 기온 상승의 원인 중 절반은 놀랍게도 태평양의 열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동부 지역의 연간 기온 변동은 파푸아 뉴기니의와 인접한 서부 열대 태평양 (western tropical pacific) 지역의 기온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나비효과 때문이 아니라 Rossby wave-train 라고 부르는 공기의 연속된 흐름에 의한 것으로 이것이 북극 진동과 더불어 공기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므로써 일종의 더 더워지는 지역인 핫스폿 (hot spot) 과 콜드 스폿 (cold spot) 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그린란드의 가파른 기온 상승은 온실 가스 증가에 의한 기온 상승과 이와 같은 자연적인 기온 변동이 절반씩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잘못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지적 했습니다. 사실 이 연구가 의미하는 내용은 인위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와 자연적인 요인이 결합되어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존 마이크 월레스 교수 (John "Mike" Wallace, a UW professor of atmospheric sciences) 는 온도가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지역에서 자연적인 변동과 인위적인 온난화가 더해져 완벽한 폭풍 (In many of the fastest-warming areas on Earth, global warming and natural variations both contribute to create a "perfect storm" for warming) 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부 지구 온난화 부정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연적인 변동 (natural variation) 이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둘이 합쳐져 더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결국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변동에 의한 기온 상승을 훨씬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월레스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일반적으로 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변동에 의한 것이라는 게 지구 온난화 부정론자들이 즐겨쓰는 표현인데, 자연적인 변동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인위적인 온실 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 협력해서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부분입니다. 또 우리는 흔히 자연의 치유력 같은 추상적 개념을 좋아하지만 사실 자연 현상은 인간이 원하는 방향이나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점도 음미해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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