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35 - 초기 우주에서 발견된 조숙한 은하

 

 최근 천문학자들이 유럽 우주국 (ESA) 의 허셜 우주 망원경 (Herschel Space Observatory)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서 초기 우주에서 생각보다 성숙된 은하를 찾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말하면 아직 어리지만 조숙한 은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셜 우주 망원경은 2009 년 유럽 우주국이 발사한 주경 3.5 미터급 우주 망원경입니다. 



( 은하 S0901 의 중력 렌즈 이미지.  Lensed image of galaxy S0901.
Credit: NASA/STScI; S. Allam and team; and the Master Lens Database (masterlens.org), L. A. Moustakas, K. Stewart, et al. (2014))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제임스 로즈와 산지타 말호트라 ( James Rhoads and Sangeeta Malhotra, Arizona State University) 는 두 개의 초기 은하를 연구했는데, 그 대상은 S0901 와 그와 동일한 클론 은하로 이들은 적색편이 Z=2 정도에 거리는 대략 100 억 광년 정도 떨어진 (즉 100 억년 보다 더 오래된) 은하입니다. (물론 빛이 이동한 거리가 100 억 광년이라는 뜻) 


 이 은하들이 선택된 이유는 이들이 당시에 (약 100 억년 정도 전의) 표준적인 은하로 보였는데다 다행히 중력렌즈 효과로 아주 밝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천체는 설령 은하라 할지라도 아주 작고 희미하게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너 S0901 은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중력 렌즈 효과로 인해 본래 밝기보다 아주 밝게 보였으므로 우주 초기의 은하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중력 렌즈에 대해서는  http://jjy0501.blogspot.kr/2014/03/The-biggest-lens-in-the-Universe.html 참조)  


 연구팀이 허셜 우주 망원경의 HIFI 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이 장비는 158 마이크로미터의 파장을 가지는 이온화된 탄소의 존재를 조사하는 장치) 를 이용해서 이 은하를 탐사하자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S0901 은 상당히 잘 균형을 잡고 자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한창 주변에서 가스를 모으고 있는 초기 은하의 자전은 현재의 나선 은하처럼 잘 정돈되지 못하고 아직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천문학자들은 초기 은하를 연구할 때 혼란스런 운동이 현대의 은하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S0901 의 관측 결과는 이와 달랐으며 클론 은하는 또 달랐다 (Usually, when astronomers examine galaxies at this early era, they find that turbulence plays a much greater role than it does in modern galaxies. But S0901 is a clear exception to that pattern, and the Clone could be another)" 라고 로즈는 언급했습니다. 참고로 클론 은하는 아마도 규칙적인 공전을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S0901 보다 어두워서 정확한 판단은 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이 관측 결과에 의하면 S0901 는 이미 주변에서 가스 모으기를 끝내고 현대의 은하와 비슷한 구조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가설로는 초기 은하의 가스 모으기 과정이 공전 과정의 혼돈 양상 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경우입니다. 현재로써는 여기에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는 곤란하며 추가 관측과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습니다.   


 만약 이 결과를 초기 은하지만 이미 현대의 은하와 비슷한 성숙도를 보이는 은하가 있다고 해석할 경우 결국 초기 우주에도 조숙한 은하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사람 중에도 조숙한 사람이 있는 것 처럼 은하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 것일까요 ? 확실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소개해 봤습니다. 이 연구는 The Astrophysical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ames E. Rhoads, Sangeeta Malhotra, Sahar Allam, Chris Carilli, Francoise Co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