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형제가 태어난 직후 뿔뿔히 흩어져 이산가족이 되었다가 수십년 후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되는 경우 보통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감동의 상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이 오래전 헤어진 태양의 형제 (long-lost brother) 별을 찾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주인공들이 무생물인 만큼 눈물의 상봉은 없겠지만 (그리고 솔직히 상봉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지만) 아무튼 꽤 흥미로운 소식입니다.
텍사스 대학 (University of Texas) 의 천문학자 이반 라미레즈 (Ivan Ramirez) 가 이끄는 천문학자팀은 지구에서 대략 110 광년 정도 떨어진 별 HD 162826 이 사실은 태양과 같은 분자 구름에서 탄생한 형제 별이라는 연구 결과를 The Astrophysical Journal 에 발표했습니다. 태양보다 약 15 % 정도 더 무거운 형제별 HD 162826 은 지구에서 봐서는 육안으로는 관찰이 어렵고 천문 관측용 쌍안경은 있어야 관측이 가능한데 그 위치는 밤하늘에서 꽤 밝은 별은 베가 (Vega) 근처라서 찾기는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HD 162826 의 위치 Solar sibling HD 162826 is not visible to the unaided eye, but can be seen with low-power binoculars near the bright star Vega in the night sky.
Credit: Ivan Ramirez/Tim Jones/McDonald Observatory)
오래전 같이 태어난 형제를 찾았으니 감동의 순간이긴 하지만 DNA 검사를 해볼 수도 없는 항성이 어떻게 46 억년 전 같은 장소에서 태어났는지를 알아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까지 우리가 관측한 대부분의 아기별들은 여러개가 집단으로 거대한 가스 구름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태양이 태어난 장소 역시 많은 가스와 먼지가 존재하던 성운이었을 것이고 여기서 태양 혼자만 태어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난 46 억년간 위치가 꽤 많이 변했기 때문에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 가운데서 누가 태양의 형제인지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래전 헤어진 이산 가족이라면 얼굴의 점 같은 특징이라도 말하겠는데 이건 아예 얼굴을 모르는 채 헤어진 형제나 다를 바 없습니다. 천문학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래도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몇가지 단서는 있습니다.
일단 태양의 형제별은 태양과 나이가 비슷할 것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화학 구성과 함께 은하계에서 태양과 비슷한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미레즈의 팀은 이와 같은 단서를 가지고 가능한 후보를 일단 태양계 주변의 항성 30 개로 압축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다시 23 개를 골라내 하란 J 스미스 망원경 (Harlan J. Smith Telescope at McDonald Observatory) 으로 상세한 관측을 실시하고 나머지 남반구에서 보이는 별들은 크레이 마젤란 망원경 (Clay Magellan Telescope at Las Campanas Observatory in Chile) 으로 정밀 관측을 시행했습니다.
우리 은하계에만 1000 억개 이상의 별이 있는 만큼 사실 모든 별을 테스트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가능성 있는 일부 별 가운데 우리에게 가까이 있어 관측이 용이한 별들만 검사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매우 운좋게도 HD 162826 이 태양의 형제별이라면 가지고 있을 만한 여러 특징을 겸비한 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비록 태양의 형제별이 우리 은하에 수천에서 수십만개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워낙 많은 별들이 있어 찾기가 힘든 점을 감안하면 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진짜 형제별이 맞다면 말이죠)
사실 이 별은 천문학자들이 이전부터 연구해왔던 별로써 모성 주변을 공전하는 뜨거운 목성형 외계 행성이 없다는 점은 이미 증명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지구형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궁금한 점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여부가 되겠죠. 다만 현재까지 이를 검증할 만한 데이터는 없는 상태입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의 형제별을 찾는 연구를 이제 막 시작한 상태입니다. 향후 연구는 이 별이 진짜 형제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과 이 별 이외의 형제별들을 더 많이 발견하는 것입니다. 여러 방향으로 이동 중인 형제별들을 다수 발견하면 역으로 그 진행 방향을 꺼꾸로 추적해서 태양과 그 형제별이 어떤 성운에서 탄생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들이 거느린 외계 행성을 탐구해서 태양계의 탄생 조건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의문 부호가 좀 남아있고 검증의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진짜 분명한 태양의 형제별들이 다수 발견된다면 태양계도 외롭지는 (?) 않을 것 같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 I. Raḿirez, A. T. Bajkova, V. V. Bobylev, I. U. Roederer, D. L. Lambert, M. Endl, W. D. Cochran, P. J. Macqueen, and R. A. Wittenmyer. Elemental Abundances of Solar Sibling Candidates. Astrophysical Journal, 2014 (in press)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