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부분이 바닷물에 잠긴 Thwaites 빙하 Image credit: NASA)
2014 년 5월 12일 나사는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되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A new study by researchers at NASA and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finds a rapidly melting section of the West Antarctic Ice Sheet appears to be in an irreversible state of decline, with nothing to stop the glaciers in this area from melting into the sea (나사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자들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남극 서부 빙상의 빠르게 녹는 지역들이 비가역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으며, 이 지역의 빙상들이 녹아서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연구는 지난 40 년간 아문센해 인근의 남극의 서부 빙상의 연구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로 JPL 과 캘리포니아 대학의 빙하학자 에릭 리그놋 (Eric Rignot, of UC Irvine and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JPL) in Pasadena, California) 과 그의 동료들에 의하면 이 지역의 빙상은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지점을 지난 ("have passed the point of no return,")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등에 기재되었습니다.
연구팀이 이렇게 판단한 과학적 근거는 크게 3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빙하가 흐르는 속도입니다. 남극에 눈이 쌓이면 궁극적으로는 두꺼운 대륙 빙하가 됩니다. 이 빙하는 궁극적으로 점점 바다쪽으로 흘러들어가 최종적으로는 빙산이 되어 바다에서 녹게 됩니다. 만약 이런 메카니즘 없이 눈이 계속 쌓이기만 한다면 지구상의 바닷물은 모두 얼음이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빙하가 바다로 흘러드는 과정은 자연적인 물의 순환 과정이지만 문제는 그 속도입니다. 만약 눈으로 보충하는 것보다 더 빨리 바다로 흘러들면 빙하의 양은 감소할 것이며 반대의 경우에는 빙하의 양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40 년간의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서부 남극 빙상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얼음의 속도가 증가한 것으로 관측되었습니다. 리그놋의 연구팀은 이미 이 결과를 지난 4월에 발표했는데 이번에 여기에 두가지 증거를 더 제시했습니다.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지형도로 나타낸 것. 갈색 부분은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이고 노란색이 해수면 높이이며 녹색은 해수면 보다 높은 지형 West Antarctica bed topography. Areas colored brown are below sea level. Sea level itself is colored yellow, and green areas are above sea level. Image credit: NASA/GSFC/SVS )
두번째 증거는 두꺼운 얼음 밑에 존재합니다. 남극의 빙상은 육지에서 밀려내려와 바다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단 아래부터 바닷물에 잠기게 됩니다. (첫번째 사진 참조) 그렇게 되면 이 빙하는 위부터 녹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과 접촉한 부위부터 녹게 됩니다. 바닷물은 얼음보다 따뜻하고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빙하가 육지와 접촉하지 않고 바닷물에 노출되어 녹기 시작하는 지점을 grounding line 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grounding line 이 점점 육지쪽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서 봐서는 멀쩡해 보이는 빙상이라도 사실 밑에서는 녹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grounding line retreat)
grounding line 은 수천미터 두께의 얼음 밑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정확한 위치를 추적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를 알아낸 것은 위성 관측 방식으로 연구팀은 European Earth Remote Sensing (ERS-1 and -2) 위성의 관측 결과를 통해 1992 년에서 2011 년 사이 grounding line 의 후퇴를 확인했습니다. 수천미터 두께의 얼음을 투과해서 위성관측을 한다는 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레이더 간섭계 (radio interferometry) 를 이용하면 불과 1/4 인치의 오차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밑으로 파고든 바닷물은 빙하와 물의 접촉 면적을 늘리고 마찰을 줄여 더 빠르게 빙하가 바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게 됩니다. 이것을 방해하는 힘은 빙하 아래 지면의 요철로, 쉽게 이야기 해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걸려서 잘 내려오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지적한 마지막 요인은 이것으로 현재 관측에 의하면 빙하의 흐름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지면의 장애물 (pinning points) 은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결과는 위성 관측 데이터 및 나사의 항공 관측 프로그램인 아이스 브릿지 (operation icebridge) 에 의한 것으로 이에 의하면 이미 지반암과 빙하 사이의 바닷물 층이 두터워져 마찰을 일으킬 만한 장애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빙하의 빨라진 이동 속도, grounding line 의 후퇴와 함께 연결지어 생각하면 모두 일맥 상통하는 관측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추세를 막을 수 있는 어떤 요소도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남극 서부 아문센해 근방 빙상의 용해가 막을 수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지역에 있는 얼음이 모두 녹게 되면 이것만으로도 대략 1.2 미터의 해수면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향후 어느 정도 속도로 녹게 될 것인지는 중요한 관측 및 예측 목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문센 해 근방 남극 빙하의 빨라진 흐름. The glaciers studied by Rignot's research team. Red indicates areas where flow speeds have increased over the past 40 years. The darker the color, the greater the increase. The increases in flow speeds extend hundreds of miles inland. Image credit: Eric Rignot )
(Animation - Loss of West Antarctic Glaciers Appears Unstoppable)
지난 수십만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지구의 해수면의 높이는 계속 변해왔습니다. 우리는 마지막 빙하기 보다 약 130 미터 정도 더 높은 해수면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만약 지금 남아 있는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다 녹게 된다면 해수면은 거의 70 미터 정도 상승하게 되고 저지대에 있는 도시와 토지들이 모두 잠기게 될 것입니다.
물론 얼음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1-2 미터 정도의 상승으로도 해안선이 수 km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는 저지대 도시가 상당하므로 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여러 나라에서 추진 중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상승 속도를 예상하는 일입니다.
대비책 (수문이나 방조제를 건설하는 일에서 부터 내륙으로 도시를 이전하는 일까지 포함) 은 모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므로 정확한 해수면 상승 속도를 예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1870 년에서 2004 년까지 전세계 해수면은 평균 195 mm 상승한 것으로 보이는데 평균은 1.46 mm/yr 입니다. 하지만 1993 년에서 2009 사이 상승 속도는 3.3 ± 0.4 mm 였습니다.
향후 어느 정도 상승 속도를 보일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 예측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린란드와 남극에 있는 빙하는 매우 여러개일 뿐 아니라 속도도 다양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수온 상승에 의한 물의 팽창등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남극 서부 빙상의 현재 상태를 보다 정확히 관측해 향후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E. Rignot, J. Mouginot, M. Morlighem, H. Seroussi, B. Scheuchl. Widespread, rapid grounding line retreat of Pine Island, Thwaites, Smith and Kohler glaciers, West Antarctica from 1992 to 2011..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4; DOI: 10.1002/2014GL06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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