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하루 길이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금성의 경우 무려 하루가 지구 시간으로 243 일이며 목성의 경우 적도 부근을 기준으로 하루가 9시간 50 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봐서 태양계의 행성들은 크기가 클 수록 자전속도가 빠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8 개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과연 외계 행성은 어떨까요 ?
외계 행성의 자전 주기를 알아낸다는 것은 현대의 진보된 관측 기술로써도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하고 지금까지 아무도 성공한 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유럽 남방 천문대 (ESO) 의 VLT 를 이용해서 사상 처음으로 외계 행성의 자전 주기, 즉 하루의 길이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대상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설명드린 화가자리 베타별 b (Beta Pictoris b) 로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63 광년 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여러가지 좋은 조건 때문에 지구에서 관측이 용이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외계행성이기도 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4/01/Next-gen-exoplanet-hunter.html 참조)
(화가자리 베타별 b 의 상상도 This artist's view shows the planet orbiting the young star Beta Pictoris. This exoplanet is the first to have its rotation rate measured. Its eight-hour day corresponds to an equatorial rotation speed of 100,000 kilometers/hour -- much faster than any planet in the Solar System. Credit: ESO L. Calçada/N. Risinger (skysurvey.org))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 (Leiden University) 과 네덜란드 우주 연구소 (Netherlands Institute for Space Research (SRON)) 의 연구자들은 VLT 의 CRIRES를 이용해서 화가자리 베타별 b 의 적도 부근의 회전 속도를 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실제 속도 측정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강력한 분광계를 이용해서 파장의 변화를 감지한 것입니다. 물론 자전 속도가 매우 빠른 것도 측정을 가능하게 한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외계 행성은 적도에서 거의 시속 10만 km 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데 이는 목성의 47000 km/hr 나 지구의 1700 km/hr 에 비해 대단히 빠른 것입니다. 이 외계 행성은 목성 질량의 4-11 배 사이 질량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 지름은 목성보다 더 큽니다. 하지만 이점을 감안해도 이 외계 행성은 목성보다 훨씬 짧은 자전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가자리 베타별 b 의 자전주기는 8 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더 큰 행성일 수록 자전 속도는 물론 주기가 더 짧다는 가설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결과인 셈입니다.
(행성의 크기와 자전 주기와의 관계 The spin-rotation velocity of the solar system planets and exoplanet beta Pictoris b as a function of planet mass. Credit: Ignas Snellen, Leiden Observatory)
사실 행성의 자전 속도와 주기는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금성의 자전 방향은 아무래도 반대인 것 같은데 이는 금성이 과거에 큰 소행성과 충돌해서 자전 속도와 방향 모두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 거대 가스 행성들이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것은 아무래도 형성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만약 좀더 많은 외계 행성들의 자전 속도가 측정된다면 과학자들은 더 큰 가스 행성일 수록 자전 속도가 빠르다는 가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최근 수십년간 관측 기술의 급격한 진보로 인해서 멀리 떨어진 확실치 않은 존재였던 외계 행성들의 실제 모습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외계 행성의 대기, 표면, 자전 속도를 측정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씩 현실이 되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외계 행성과 관련해서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일텐데 그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언제일지 궁금해지네요.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Ignas A. G. Snellen, Bernhard R. Brandl, Remco J. de Kok, Matteo Brogi, Jayne Birkby, Henriette Schwarz. Fast spin of the young extrasolar planet β Pictoris b. Nature, 2014; 509 (7498): 63 DOI: 10.1038/nature13253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