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43 - 울프 레이예 별에서 초신성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다

 

 오래전 포스팅 한 반 있지만 우주에는 울프레이에 별 (Wolf-Rayet) 이라는 극단적으로 뜨거운 별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태양 질량의 20 배가 넘는 대형 별로써 사방으로 강력한 항성풍을 내놓는 별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2000 km/s 수준의 엄청난 항성풍을 내뿜으면서 태양질량의 10만분의 1 수준의 물질을 매년 내뿜는 별 (그러니까 10 만년이면 태양 질량 만큼 물질을 잃는 다는 것) 도 있는데 이는 태양보다 10 억 배 정도 항성풍으로 물질을 빨리 잃는 것입니다. 울프 레이에별의 표면 온도는 30000 - 200000 K 수준으로 우리 우주에서 가장 뜨겁고 격렬하게 타는 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대형 별 R136a1 ( http://jjy0501.blogspot.kr/2012/08/107_24.html 참조)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렇게 거대하고 격렬하게 타는 만큼 사실 오랬동안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량이 매우 작고 어두운 적색 왜성은 1 조 년 이상 오래 살아갈 수 있지만 이런 거대 항성은 빠르게 연료를 소진하면서 수백만년만에 짧은 인생을 마감합니다. 죽음의 순간이 오면 울프 레이에 별은 아마도 Type IIb 초신성 폭발 ( http://jjy0501.blogspot.kr/2012/06/57-4.html 참조) 을 일으키면서 화려한 삶을 극적으로 마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에 보인다고 설명한 이유는 사실은 아직 울프 레이에 별의 최후를 정확하게 직접 관측한 사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울프 레이에 별 자체가 사실 드물 뿐 아니라 대부분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별에서 나온 가스로 인해 관측이 곤란한 점 때문에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오래전 부터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탄생과 일생, 그리고 최후에 대해서는 이론적 정보 외에 직접 관측에 의한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다수의 과학 연구 기관들이 협력해서 구성한 intermediate Palomar Transient Factory (iPTF) - 여기에는 National Energy Research Scientific Computing Center (NERSC) and  Energy Sciences Network (ESnet), both located at the U.S. Department of Energy's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Berkeley Lab) 이 포함 - 연구는 처음으로 목동 자리 (Bootes constellation) 방향으로 약 3 억 6000 만 광년 떨어진 울프 레이에 별이 Type IIb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울프 레이에별이 Type IIb 초신성으로 최후를 맞이한 순간 ) A star in a distant galaxy explodes as a supernova: while observing a galaxy known as UGC 9379 (left; image from the Sloan Digital Sky Survey; SDSS) located about 360 million light years away from Earth, the team discovered a new source of bright blue light (right, marked with an arrow; image from the 60-inch robotic telescope at Palomar Observatory). This very hot, young supernova marked the explosive death of a massive star in that distant galaxy. A detailed study of the spectrum (the distribution of colors composing the light from the supernova) using a technique called "flash spectroscopy" revealed the signature of a wind blown by the aging star just prior to its terminal explosion, and allowed scientists to determine what elements were abundant on the surface of the dying star as it was about to explode as a supernova, providing important information about how massive stars evolve just prior to their death, and the origin of crucial elements such as carbon, nitrogen and oxygen. Credit: Avishay Gal-Yam,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이 초신성의 이름은 SN 2013cu 으로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의 아비샤이 갈-얌 (Avishay Gal-Yam) 이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은 앞서 이야기한 iPTF 의 장비를 이용해서 이를 관측한 끝에 폭발의 전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관측은 초신성 폭발이 꽤 진행 된 후가 아닌 초기부터 (대략 5 시간 이후) 관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연구의 리더인 갈-얌은 "(새로운 관측 기술은 이제 우리가 이전에 꿈꿔왔던 일 - 즉 초신성 폭발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 - 을 가능하게 한다) Newly developed observational capabilities now enable us to study exploding stars in ways we could only dream of before. We are moving towards real-time studies of supernovae," 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의 모든 초신성 연구는 사실 뒷북을 치는 연구였습니다. 우리는 폭발 꽤 진행된 이후에서야 폭발 사실을 알았고 울프 레이에 별이 초신성이 되는 과정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이 별들이 우주에 드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연구하는 이유는 오늘날 지구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를 가능하게 만든 수많은 원소들이 이런 초신성의 내부에서 형성되어 우주에 퍼져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대 별과 초신성에 대한 연구는 결국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연구이며 이는 과학이 풀어야할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울프 레이에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해서 초신성의 파편이 항성풍에 있는 모든 정보를 없애버리기 전에 (Before the supernova debris overtook the wind) 포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켁 망원경 같은 지상의 대형 망원경과 나사의 스위프트 위성 등 우주와 지상에 있는 모든 장비들을 동원해 관측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향후 초신성의 폭발과 울프 레이에 별의 운명에 대한 이론들을 실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3억 6000 만 광년이라는 매우 먼 거리에서 관측이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응용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Avishay Gal-Yam, I. Arcavi, E. O. Ofek, S. Ben-Ami, S. B. Cenko, M. M. Kasliwal, Y. Cao, O. Yaron, D. Tal, J. M. Silverman, A. Horesh, A. De Cia, F. Taddia, J. Sollerman, D. Perley, P. M. Vreeswijk, S. R. Kulkarni, P. E. Nugent, A. V. Filippenko, J. C. Wheeler. A Wolf–Rayet-like progenitor of SN 2013cu from spectral observations of a stellar windNature, 2014; 509 (7501): 471 DOI:10.1038/nature1330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